논술의 핵심6 - 단락 쓰기의 원리
by 송화은율학교에서 실제로 논술을 쓰게 해서 읽어보면 단락 쓰기를 잘 못한다. 그것은 늘 써보더라도 그 원리를 알지 못하고 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평소 무척 강조하기도 하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해 두자는 의미에서 여기에 올려둔다.
1. 통일성
하나의 단락은 여러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여러 개의 문장은 그 단락의 화제 혹은 소주제문에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주제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한 단락에 두 개 이상의 화제가 들어 있거나 화제와 관계 없는 내용이 들어 있는 글은 통일성이 깨진 것이며 올바른 글쓰기라고 할 수 없다.
(1)잘 쓰여진 글
A)돼지는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 멧돼지는 몇 십 리 밖에 있는 포수의 화약 냄새를 맡고 일찌감치 도망쳐 버릴 정도이다. 집돼지도 마찬가지로, 제 새끼와 다른 새끼를 구별하는 데나, 주인과 남을 구별하는 데에 주로 후각을 이용한다. 다른 동물이 침입했는지, 먹이가 들어왔는지를 알아차리는 데도 주로 후각을 이용한다.(윤화중, '돼지의 신세')
-'돼지는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는 소주제에 통일됨
B)한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동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배타적이기 때문이 아니고,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으며, 이웃의 문화를 흡수하여 자기의 것으로 삼는데 게으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민족의 이웃에 있으면서 고도의 문화를 가진 것은 중국이었다. 한국과 중국과의 왕래 접촉은 아득한 옛부터 시작되었는데 한국이 적극적으로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이를 더욱 발전시켰다는 것은 한민족의 문화가 중국 문화에 예속되어 있지 않다는 단적인 증명이 될 것이다. 비단 중국 문화만이 아니다. 멀리 인도 문화를 알기 위하여 그 곳에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갔었음은 기록이 보여 주고 있다.(백남준, '나의 종강록')
-'한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동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웃의 문화를 흡수하여 자기 문화로 삼는 데 게으르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소주제에 통일됨
(2)잘못 쓰여진 글
A)한글 전용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글 전용은 우리의 이상이다. 한자(漢字)로 된 어휘가 절반이나 되는 국어의 현실이 중요하다. 사람은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 말을 해야 한다. 한글 전용은 한자(漢字)를 점진적으로 절멸(絶滅)시켜 나아가면서 이루어질 수 있겠다.
-'한글 전용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중심 화제에 어긋나는 밑줄 친 부분은 삭제해야 한다.
2. 완결성
하나의 단락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형식적, 내용적 요소들이 빈틈없이 짜여져야 한다. 따라서 하나의 단락은 하나의 소주제문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뒷받침 문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완결된 글
관중은 연극에 큰 영향을 미친다. 관중은 우선 연극의 흥행상 수입을 올려 주는 경제적 밑받침이 된다. 관중이 연극을 외면하고 관람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연극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막대한 비용을 계속 감당할 만한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밑받침뿐 아니라 연극의 진행 과정에서도 단순한 구경꾼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배우와 호흡을 함께 하면서 그 무대 활동에 참여한다. 외견상으로 보면 배우가 일방적으로 행동을 하고 관중은 그것을 수용하는 데 그치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은 관중의 무언의 호응과 반발은 배우에게 즉각적으로 반사되는 것이다.
- 이 글은 '관중은 연극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소주제문에 대하여 그 이유가 뒷받침 문장으로 충분히 제시되었다.
(2)완결되지 못한 글
이 때 나는 내 인생을 다 주고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아마 무슨 시민 위안 잔치라고 기억된다. 동네의 알고 있는 형을 따라갔다가 길을 잃고 혼자 헤매게 된 것이다. 그 때만큼 할머니, 부모님, 동생들이 소중하게 생각되고, 보고 싶었던 일은 아직 한 번도 없다.
-길을 일고 혼자 헤매며 고생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왔어야 했다. 결국 소주제문에서 말한 내용은 설득력이 없다.
3. 자연스러운 연결
문장과 문장 사이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첫째, 접속어의 사용
둘째, 지시어의 사용
셋째, 동일 어구의 반복
(1)잘된 글
전통은 물론 과거로부터 이어 온 것을 말한다. 이 전통은 대체로 그 사회 및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의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전통은 우리의 현실에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과거에서 이어 온 것을 무턱대고 모두 전통이라고 한다면 인습이라는 것과의 구별이 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습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계승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이기백, '민족 문화의 전통과 계승')
-지시어와 접속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소주문과 뒷받침 문장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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