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논술의 핵심2 - 논술의 절차와 방법/ 서론쓰기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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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론쓰기

 

   1. 서론의 기능

   첫 인상이 중요하다. 물론 첫인상이 모두는 아니지만, 그래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논술은 사람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통한 간접적인 만남이며, 더구나 상호 대등한 입장이 아니라 한 쪽에서 다를 한 쪽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만남인 것이다. 따라서 글의 서론을 깔끔하고 요령 있게 작성하는 것은 좋은 만남을 위한 첫걸음이다.

 

   논술에서 서론 부분은 글 전체의 인상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특히 첫 문장은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말문을 트는 것과 같다. 대개의 경우 글쓴이의 개성이나 취향에 따라 서론을 작성하는 방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글의 서론 부분에서 평가의 80%이상이 결정 지워진다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서론은 읽는 이의 흥미를 불러 일으켜서 글을 읽어 보려는 의욕을 증진시키며, 앞으로 전개할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하여 이해를 돕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대개 서론은 한 단락 정도로 끝나지만, 이렇게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처럼 첫마디만 터지면 논술의 윤곽이 잡혔음을 뜻한다. 따라서 제시된 논제에 대한 해석 방법을 보이는 부분인 문제 제시(논제 제시)가 서론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된다.

 

   서론은 대체로 전체의 1/6-1/4의 분량이 알맞다. 1,200자 내외의 논술에서는 200-300자 내외(띄어쓰기 포함), 300자에 가까울 때는 두 개의 단락, 문장은 서너 개, 한 문장은 50(띄어쓰기 제외) 이내가 알맞으며, 첫 문장은 원고지 두 줄 이내로 서술하는 것이 좋다.

 

 

   2. 좋은 서론 쓰기의 실제

 

     (1) 체험담이나 사례로 시작하는 경우

   ‘몬주익의 영웅이라고 칭찬받아 온 마라톤 선수 황영조는 최근 올림픽 출전권을 반납하고 은퇴를 발표했다. 올림픽 대표 선발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그 동안의 명성 때문에 자신에게 출전권이 주어진 것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황영조가 운동 선수로서 또 한 번 명예를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잃었지만, 인간으로서 행복한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그 명예는 정당하지 못할 뿐더러 불행한 것이다.

   윗글은 인간의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쓴 논술문의 서론이다. 윗글에서 황영조의 올림픽 출전권 반납사례를 제시하면서 글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명예가 얻어질 때비로소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논제를 제시하고 있다.

 

     (2) 비유적인 말로 시작하는 경우

  거울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는 아무 것도 보여 주지 못한다. 반면 촛불은 방이 어두울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여 사물을 더 밝게 비춘다. 거울은 빛이 있어야만 드러나는 존재이지만 촛불은 자신을 태워 가며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라는 차이 때문이다. 인간은 창조성을 가진 개체로서 촛불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난 내가 이 사회에서 촛불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한 한 방법으로 국문학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였다.

   윗글의 화제 제시는 촛불과 거울의 비교로 시작한다. 그러나 실제 말하고자 하는 가주제는 나의 이상이고, 그 중에서도 국문학자가 되는 것이 글쓴이의 이상이다. 왜 국문학자가 되려고 하는지는 본론에서 구체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생각된다.

 

     (3) 인용으로 시작하는 경우

  옛말에,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속에 가시가 돋친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은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처럼 생존 경쟁이 극심한 마당에 있어서 하루만큼 낙오가 되어, 열패자(劣敗者)의 고배와 비운을 맛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특히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절실해진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윗글의 논제는 현대 사회에서 독서의 필요성이다. 그래서 화제 제시 부분에서는 먼저 옛날 문헌의 자료를 인용하여 독서의 필요성을 전제한 다음, 더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는 옛날보다 더 독서가 필요한 사회임을 제시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독서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4) 용어를 풀이하거나 정의하며 시작하는 경우

  안락사란 치료 불가 판정이 내려진 환자가 극도의 고통을 겪지 않고,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안락사에 대해서는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주관한다는 점에서 반대의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삶의 올바른 방향 설정을 위해서 안락사 문제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안락사(安樂死)를 찬성하는 윗글은 화제 제시에서 안락사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그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5) 범위가 넓은 일반적 진술로 시작하는 경우

  인간 사회는 여러 가지 질서에 의해서 영위된다. 그 질서를 만들어 가는 한 기본적인 도구로서 말이 있다. 특히 말은 인간 사회의 윤리적 질서를 세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높임말은 한국 사회의 언어 예절과 윤리적 질서를 나타내는 우리 고유의 언어문화이다. 이런 점에서 높임말의 사라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받을 만하다.

   윗글의 화제 도입은 높임말자체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질서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 질서 영위 수단’, ‘높임말 = 한국 사회의 언어 예절과 윤리적 질서를 반영과 같은 식으로 참주제를 압축해 나가면서 화제를 논제와 연결시키고 있다.

 

     (6) 대립되는 주장을 먼저 제시하면서 시작하는 경우

  인간의 생명은 초인간적인 문제이므로 신에 의해서만 주관되어야 하기에, 인간에 의해 인간의 생명을 끊는 안락사는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이 인간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고, 그런 행위가 결코 용인 못할 행위로만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인간의 생명을 인간이 주도하는 경우를 통하여 위 주장의 허구성을 논박하고 안락사는 용인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윗글은 안락사를 지지하는 논술문이다. 글쓴이는 안락사는 용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하여 안락사를 반대하는 논거 중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견해를 먼저 제시하고, 이를 논박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방법에서는 서론에서 반대 견해의 문제점을 암시하는 문제 제기가 행해진 후, 본론에서 본격적인 논박이 이루어져야 한다.

 

     (7) 주장을 직접 제시하면서 시작하는 경우

  과거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은 저임금에 따른 저생산비 등 주로 가격 요인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더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출 경쟁력 회복 방안도 개발도상국의 차원을 벗어나서 모색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수준에 맞는 수출 경쟁력 회복 방안은 무엇보다도 첨단 기술 개발에 있다.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의 회복 방안에 대하여 논술하는 윗글에서는 서론에 첨단 기술 개발이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최우선시 되어야 할 책임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서론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왜 첨단 기술 개발이 최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본론에서 잘 설명해야 한다.

 

     (8)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하는 경우

 대학의 가장 주된 기능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학문의 탐구에 있을 것이다. 학문이란 인간의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실적,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행위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이 글에서는 대학인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서 학문하는 길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글쓴이는 대학인의 바람직한 자세를 대학의 중심 기능인 학문과 연관지어 서술하기 위해서 도입 부분을 대학의 주된 기능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다.

 

 

   3. 피해야할 서론 쓰기의 유형

 

     (1) 상식적인 내용으로 시작함.

   글의 들머리에 아무런 새로움이 없는 진부한 내용으로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충성과 효도는 우리나라 고유의 자랑이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한다는 것은 삼강오륜에도 명백히 나다나 있다. 삼강이란 군의신강, 부의부강, 부의자강이며 오륜은 군신유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다. 이 훌륭하고 거룩한 전통은 우리의 오래된 전통이다.

충효는 유교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동방에서 오랜 동안 사회를 유지시켜 온 덕목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것은 단순히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집단 윤리로서뿐 아니라 개인의 사고나 행동을 지배하는 개인 윤리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도 충효가 개인이나 사회 윤리로서의 존재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는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 주어진 논제에 대하여 불평함.

   논술에서 무엇보다도 주어진 과제에 관하여 개인적 인상이나 불평부터 늘어놓음은 금물이다.

는 누구인가? 이런 물음은 언뜻 보아서는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실로 해명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일생 동안 줄곧 나의 생활을 영위해 왔지만, 자신을 완전히 분석해 보인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고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따라서 나는 이런 물음에 접할 때마다 진부한 답변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3) 개인적인 변명을 늘어놓음.

   다음과 같은 내용은 객관적인 평가를 요하는 글에서는 백해무익이다.

주어진 과제가 대도시의 문제점인 만큼 그에 관한 자료를 이것저것 생각해 보다가 시간이 다 지나가서 하는 수 없이 대도시의 교통난과 그 대책이라는 논제를 내세우기로 하였다. 특히 본인은 글씨를 잘못 쓰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의 양해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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