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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기(路程記) / 이육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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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기(路程記) / 이육사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 어촌(漁村)보담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西海)를 밀항(密航)하는 쩡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暗礁)를 벗어나면 태풍(颱風)과 싸워가고

전설(傳說)에 읽어 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地平線)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熱帶植物)처럼 발목을 오여 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머-ㄴ 항구(港口)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生活)을 들여다보며


요점 정리

지은이 : 이육사

갈래 : 자유시.

성격 : 의지적, 독백적

율격 : 내재율

제재 : 목적지까지의 거리

구조 : 5연

1연 : - 암울한 현실과 고통스런 삶의 모습

2연 : - 젊은 날의 희망과 좌절

3연 : -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고통, 고통의 가장 큰 요인은 절망적 어두움 

4연 : - 어두운 현실이 자신을 구속함 

5연 : - 쫓기고 지친 나의 모습

주제 :  절망적 상황에서도 투쟁의 자세를 잃지 않는 독립을 향한 굳은 의지 / 지나온 고달픈 삶에 대한 회고

특징 : 상징적인 시어를 사용하고, 살아온 인생 역정을 '항해'에 비유하여 형상화함.

 

 

내용 연구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시대 현실과 시적 화자의 상징, 삶의 무상성, 불안한 상태)

여기 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구질구질한] 어촌보담 어설프고 삶의 티끌(지나온 결과 없는 고통스런 삶 / 뚜렷한 결과 없이 지나온 삶)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 : 천으로 만든 돛)처럼 달아 매었다.(자신의 삶을 황폐한 어촌의 풍경에서 찾음) - 암울한 현실과 고통스런 삶의 모습 / 불안하고 황폐한 삶의 모습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일제하의 암담한 상황) 내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불안정한 상태] 쩡크[Junk : 중국에서 연해나 하천에서 사람이나 짐을 실어 나르는데 쓰던 배]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꿈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 - 불안과 고통의 연속). - 젊은 날의 희망과 좌절 / 꿈을 이루지 못한 젊은 날 

 

항상 흐릿한 밤 암초(반복되는 시련과 고난)를 벗어나면

태풍(반복되는 시련과 고난)과 싸워가고

전설에 읽어 본 산호도(화자가 소망하는 공간. 이상)는 구경도 못하는(조그만 성취도 없었다)

그곳은 남십자성(희망, 삶의 지표)이 비쳐 주지도 않았다 -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고통, 고통의 가장 큰 요인은 절망적 어두움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자신의 고단한 처지를 직접적 토로)

그리운 지평선을 한숨에 기어오르면(화자의 소망, 조국 광복, 광복에 대한 염원, 광복에 대한 염원 성취를 향한 노력)

시궁치(시궁이 있는 근처 , 시궁발치의 준말로 썩은 도랑 - 암울한 현실)는 열대식물처럼 발목을 오여쌌다 - 어두운 현실이 자신을 구속함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스스로의 모습 응시 - 허탈감, 부정적 인식 / 주체적이지 못한 화자의 모습 상징)인양

다 삭아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의지할 곳조차 변변하지 않은 현실 - 시적 화자의 비주체성, 기생성/ 시적 화자의 허탈감 - 엄격한 자아 성찰의 산물)

머-ㄴ 항구의 노정에 흘러간 생활을 들여다 보며(지난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봄) - 쫓기고 지친 나의 모습 / 항해의 여정과 같은 지나온 삶

 

뱃조각, 어촌, 포범 - 고달픈 삶

산호도 - 남십자성은 암초, 밤, 태풍과 대립

 

삶의 고난과 시련 : 흐릿한 밤, 암초, 태풍

이상향과 희망 : 산호도, 남십자성, 그리운 지평성

 

 

이해와 감상

 독립 운동을 하는 이육사의 심정이 드러나 있는 작품으로 그 길이 얼마나 고난에 찬 길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부정적 현실을 인식한 화자가 자신의 인생 역정을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이육사의 시는 조국의 상실이라는 극한적 상황에 의한 비극적인 자기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초기시에 주로 나타나는 심상은 '어둠'의 이미지이다. 조국을 잃고 세계와 단절되어 빛을 잃은 그가 어둠 속을 걸어온 자신의 삶의 역정을 노래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이 '노정기'이다. 이 시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시적 화자의 노정은 '물'의 흐름을 통하여 제시되고 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마치 깨어진 뱃조각'처럼 여기저기 유랑하고 있다. 화자는 행여 젊은 날은 어떠했을까 하고 뒤돌아보지만,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 쩡크'와 같은 고통이었으므로 그는 '소금에 절고 조수에 부풀어' 오른 상처만을 확인하게 된다. 치열한 현실 인식에서 배태된 이 비극적 자기 인식은 마침내 적극적인 저항 의지로 표출, '광야', '절정', 등으로 가시화됨으로써 육사는 항일 저항 문학의 거대한 정점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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