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화상서왕가(懶翁和尙西往歌)
by 송화은율나옹화상서왕가(懶翁和尙西往歌)
나도 한때는 속세사람의 자식이었으니
사람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니 모든 것이 허망하도다
부모가 주신 얼굴은 죽은 후에는 아무 소용없이 어찌할 방법이 없다
잠시동안 생각하여 속세의 일들을 모두 다 내동댕이치고
부모님께 하직하고 표주박 하나만을 차고 반벌 누더기옷에
명아부 지팡이차림으로 명산을 찾아 들어가서
불경을 아는 훌륭한 스님을 직접 만나뵈어 마음을 밝히리라
부처님의 교법과 교리를 하나하나 묻고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리라
여섯가지의 도적을 잡으리라 허공마를 빗겨타고
마야검을 손에 들고 오온산에 들어가니
제산은 첩첩하고 사상산이 더욱 높다
육근 문언저리에 자취없는 도적은
나며 들며 하는둥에 번뇌신을 없애 버리고
지혜로 배를 만들어 삼계바다를 건너리라
염불중생을 배에 실어두고 삼승은 돛대에 달고
일승은 돛을 달고 춘풍은 순히 불고
백운은 뒤섞이는데 인간을 생각하니
슬프고 서럽다 염불하지 않는 중생들아!
몇 생을 살려고 속세의 일들만 탐내고 집착하여
애욕에 잠겼느냐? 하루도 열두시간이요
한달도 서른 날인데 어느 날에 한가할 것인가?
청정하고 자비로운 부처님의 성품은 사람마다 가졌은들
어느 날에 생각하며 항사공덕은
본래 구족한들 어느 때에 내어 쓸까?
극락세계는 멀어지고 지옥은 가깝구나
이보시오 어르신네! 권하노니 종제선근을 심으시오
금생에서 한 공덕은 후생에서 과보를 받으니
백변을 재물을 탐하는 것은 티끌이요
삼일을 한 염불은 백천만겁에 부족함이 없는 보배로다
아아! 이 보배는 천겁을 지나도 낡지않고
만세를 지나도 언제나 지금이다
맑은 하늘이 넓다고 한들 이 마음에 미치지 못하고
해와 달이 밝다고 한들 이 마음에 미칠 수 있겠는가
삼세의 부처들은 이 마음을 알으시고
육도의 중생들은 이 마음을 저버리시네
삼계윤회를 어느 날에 그칠까?
잠깐동안을 생각하고 마음을 깨쳐먹고
태허를 생각하니 산은 첩첩이고 물을 졸졸 흐르고
바람은 쓸쓸하게 불고 꽃은 밝고 소나무와 대나무는 떨어지는
화장바다를 건너 저어 극락세계들어가니
칠보금지에 칠보망을 들렀으니 구경하기 더욱 좋네
구품연대에 염불소리 자자하고
푸른 학과 흰 학과 앵무새와 공작새
금빛 봉황새와 부른빛봉황새가 하는 것은 염불이다
맑은 바람이 부러오니 염불소리 아련히 들여오네
아아! 슬프다 우리도 인간에 나왔다가
염불발고 어이할까? 나무아미타불
다른 해석
나도 이럴 망정 세상의 인자러니
무상을 생각하니 다 거짓 것이로세
부모가 주신 얼굴 죽은 후에 속절없다
잠시동안 생각하여 세사를 후리치고
부모께 하직하고 단표자 일납에
청려장을 빗겨 들고 명산을 찾아 들며
선지식을 친견하여 마음을 밝히리라.
천경 만론을 낱낱히 추심하여
육적을 잡으리라. 허공마를 빗겨 타고
마야검을 손에 들고 오온산 들어가니
제산은 첩첩하고 사상산이 더욱 높다.
육근 문두에 자취 없는 도적은
나며 들며 하는 중에 번뇌신 베어 놓고
지혜로 배를 무어 삼계 바다 건느리라.
염불 중생 실어 두고 삼승 짐대에
일승 돛을 달고 춘풍은 순히 불고
백운은 섯도는데 인간을 생각하니
슬프고 설운지라. 염불 않는 중생들아!
몇 생을 살려 하고 세사만 탐착하여
애욕에 잠겼느냐? 하루도 열 두시오,
한 달도 서른 날에 어느 날에 한가할까?
청정한 불성은 사람마다 가졌은들
어느 날에 생각하며 항사 공덕은
본래 구족 한들 어느때에 내어 쓸까?
서왕은 떨어지고 지옥은 가깝구나.
이보시오. 어르신내! 권하노니
종제선근 심으소서. 금생에 하온 공덕
후생에 수 하노니, 백년 탐물은
하루 아침 티끌이요. 삼일하온 염불은
백천 만겁에 다함 없는 보배로세.
아아! 이보배. 역천겁이 불고하고,
긍만세이 장금 이라.
건곤이 넓다 한들 이 마음에 미칠손가?
일월이 밝다 한들 이 마음에 미칠손가?
삼세 제불은 이 마음을 알으시고
육도 중생은 이 마음을 저버리매
삼계 윤회를 어느 날에 그칠손가?
잠간동안 생각하여 마음을 깨쳐 먹고
태허를 생각하니,
산첩첩 수잔잔 풍슬슬 화명명하고
송죽은 낙락한데 화장 바다 건너 저어
극락세계 들어가니 칠보 금지에
칠보망을 둘렀으니 구경하기 더욱 좋네.
구품 연대에 염불소리 자자하고,
청학 백학과 앵무 공작과
금봉 청봉은 하느니 연불일세
청풍이 건 듯 부니 염불소리 요요하네
아아! 슬프다. 우리도 인간에 나왔다가
염불 말고 어이할까? 나무 아미타불!
요점 정리
연대 : 미상
작자 : 미상
주제 : 포교를 목적으로 한 노래로 일명 '강월서왕가'라고도 하며, '심우가', '낙도가'와 함께 가사체 문학의 원형이 된 작품으로 포교를 목적으로 불린 노래이다.
내용 연구
이해와 감상
고려 말기의 선승 혜근(惠勤)의 가송집. 1권 1책. 목판본. 1363년에 별책으로 간행되었다가 1379년에 ≪나옹화상어록≫과 합본되었으며, 혜근의 제자 각운(覺雲)이 편집하였다. 권두에 〈완주가 翫珠歌〉·〈백납가 百衲歌〉·〈고루가 枯盧歌〉의 3수와 이에 대한 이색(李穡)의 후기(後記)가 실려 있으며, 이어서 송(頌)·게(偈)·찬(讚) 등 300여 수가 수록되어 있다.
〈완주가〉는 신령하고 영롱한 구슬이 인간 속에 본래 갖추어져 있음을 읊은 것으로, 구슬을 불성(佛性)에 비유해서 노래하였다. 사람이 스스로 그 빛을 가리고 어둠 속을 헤매고 있지만 본래 구족한 불성을 되찾을 때 무명(無明)을 벗어나게 됨을 밝히고 있는 400여 자로 된 노래이다.
〈백납가〉는 출가와 수행의 공덕을 찬미한 노래로서, 100번이나 꿰맨 누더기를 걸치고 수행하는 행자의 무소유(無所有)를 270여 자로 노래한 것이다.
〈고루가〉는 인생의 무상함을 알아 참된 도를 깨달을 것을 권고하는 노래로 수없이 많은 생(生)을 자각 없이 살다가 마른 뼈로 변하여 진흙 속에 버려져 있는 해골을 통하여, 무상의 이치를 밝히고 불도를 수행하도록 권하는 내용을 담은 350여 자로 된 노래이다.
이색의 〈후기〉에는 이들 노래에 대한 평과 저자의 저술의도를 밝히고 있다. 이색은 이 가송이 혜근의 정리된 사고를 보여주고 있고, 중국의 고승 영가(永嘉)가 지은 〈증도가 證道歌〉의 구법(句法)을 본떠 지어졌음도 아울러 밝히고 있다. 서울대학교 도서관과 호암미술관(湖巖美術館) 등에 소장되어 있다.
≪참고문헌≫ 朝鮮佛敎通史(李能和, 新文館, 1918), 韓國佛敎撰述文獻總錄(東國大學校 佛敎文化硏究所 編, 東國大學校 出版部, 1976).
심화 자료
이 작품이 우리 학계에서 심각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57년 가람 이병기가 그의 저서 <국문학전사>에서 이 작품과 조선 영조시대 문헌인 <신편보권문>에 실려 있는 <강월존자서왕가>를 증거로 제시하고 가사문학의 고려 말엽 발생설을 주장하면서부터였다. 그래서 한 때는 가사문학에서의 효시작품으로 조선 성종 때의 사람 정극인의 <상춘곡>이냐 '나옹화상서왕가'이냐의 양설이 분분해지게 되기도 하였다.
이 작품을 나옹화상의 작으로 인정하는 학자들은 장덕순, 서수생, 정병욱, 김성배, 이상보, 최강현, 구수영 등이고, 부정하는 학자들은 강전섭, 정재호 등으로 대표된다. 각인들의 주장은 그들대로 일리가 있어서 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나 대체적인 학계의 경향은 이 작품의 출현으로 인하여 가사문학의 형성시기가 고려시대라는 쪽으로 통일되고 있다.
현재 이 작품이 실려 전하는 문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최강현의 연구성과에 의하면, 영조 17년(1741)간 신녕 수도사판 <대미타참략초요람보권염불문>이다. 이 뒤에 나온 이 작품의 수록 문헌은 영조 41년(1765)간 영변 용문사판 <염불보권문>, 구월산 흥률사판 <열불보권문>, 영조 52년(1776)간 합천 해이사판 <염불보권문>,<신편보권문>, 정조 11년(1787)간 무장 선운사판 등의 순으로 이본들이 많고, 근래의 것으로는 김사엽외 2인 공편 <조선민요집성>이라는 활판본에 권상로가 수집한 2종의 이본이 있다. 여기 소개하는 작품은 팔공산 수도사판본이다. (출처 : 한국고전문학전집 가사1, 최강현역주,고대출판사간)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