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나는 걸상 / 방정환
by 송화은율꾀나는 걸상
효남이는 할아버지 환갑 찬칫날이 가까워오므로 무엇이든지 선물 한 가지
를 자기 돈으로 사 드리려고 돈 주머니를 꺼내어 툭툭 털어 보았지만 겨우
단돈 전밖에는 없었습니다 50 . 그것도 일 년 동안이나 두고두고 이따금 몇
푼씩 생기는 것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두고 모아 두고 하였던 일 전짜
리 동전이었습니다.
“단돈 50전을 가지고 무엇을 사나……. 할아버지께서는 무엇보다도 편안
히 앉으실 걸상이 필요한데…….”
이렇게 생각하며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았으나, 모두 3원, 4원씩 하
는 것이고 50전 가지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걸상은 구경도 할 수가 없었습
니다.
“어떻게 할까?”
하고 이번에는 행랑 뒷골로 걸어가며 이 곳 저 곳을 살피노라니 어떤 고물
상점에 다 떨어진 궤짝과 찌그러진 걸상들이 이 구석 저 구석에 함부로 놓
여 있는데 그 중에 보기에도 북더기 같은 다 찌그러진 걸상 한 개가 있었습
니다.
효남이는 그거나 50전에 살 수 있을까 하고,
“이 걸상을 50전에 팔겠습니까?”
고 물었습니다. 주인은,
“그것은 아주 못쓰게 된 것이니까 50전에 팔지.”
하고 얼른 내주었습니다.
효남이는 걸상을 가지고 가려니까 원래 무겁기도 하려니와 다리가 왼쪽 것
을 주어 붙이면 오른쪽 것이 떨어지고 해서 죽을 애를 다 써서 겨우 집에까
지 끌고 왔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다리를 아무리 주어 붙여도 자꾸 떨어지
곤 해서 도저히 사람이 앉을 것같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은 50전도 비싸다. 앉아 보지도 못할걸.”
하고 혀를 차시지요. 효남이는 겨우 네 발을 주어다 대고 끈으로 동여매 놓
고 앉아 보았습니다. 잠깐 앉았더니,
“어머니! 저는 이것을 모아 붙이는 방법을 알아 내었습니다.”
고, 뛰어가서 곧 망치와 못을 가지고 와서 네 다리를 맞추어 놓았습니다.
그때 할아버지가 들어오시어서 잠깐 걸터앉으시더니,
“옳지, 옳지”
하고,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시니 얼마 안 되어 돈을 한 주머니 갖고
들어오셔서,
“그 걸상에 잠깐 앉으니까 돈 생길 지혜가 저절로 나더라.”
고 벙글벙글 웃으시지요. 너무도 이상하니까 어머니도 잠깐 걸터앉아 보시
더니,
“옳지 알았다. 알았다.”
하시면서 일어나 나가시더니 이번에는 좋은 반찬거리를 사 가지고 들어오셨
습니다.
그 걸상에 앉았기만 하면 누구든지,
“단 50전짜리로도 이렇게 편한 걸상을 장만하였다.”
는 생각을 하게 되어 돈을 묘하게 쓸 줄 아는 꾀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걸상의 덕으로 그 후는 더 버는 돈이 없건만은 살림은 점점 너그
러워졌습니다.
〈《어린이》5권 6호, 1927년 하기 방학호, 허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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