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논술37 - 외교 수사의 화용론(생활․언어)
by 송화은율외교 수사의 화용론 - 생활․언어
※ 아래 글을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일상에서 흔히 하는 말로 외교적 발언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뜨거운 감자에 직면하여 어느 한 쪽의 입장에도 서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애매모호하게 말하는 것이나, 명확하게 분리해 낼 수 있는 내용이 발화 속에 들어 있지 않은 말하기를 의미한다. 또 문제의 핵심을 은근슬쩍 피하면서 만약의 경우에 책임이 따를지도 모를 단정적인 내용의 언급을 회피하는 언어 사용 방식을 일컫는다.
언어적 표현 방식의 측면에서 외교 수사는 그 기원상 외교관이라는 매우 특수한 직업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해외에 주재하는 외교관의 업무 활동은 본국과 주재국의 이해 관계를 둘러싼 이중적 성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17세기 영국의 유명한 외교관 워턴 경이 대사란 조국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하도록 타국에 파견되는 정직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양국 간의 이해 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외교관의 임무는 피할 수 없이 특수한 성격을 가진 표현 방식을 낳게 되었다. 즉, 본국과 주재국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여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전개시키지 않을, 극도로 신중하고 비단정적이며 유보적인 언행 방식, 이른바 외교 수사가 그것이다.
외교 수사에 대한 잘 알려진 고정 관념들이 있다. 그것은 외교 수사를 가리켜 알맹이 없이 형식에 치우친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외교 수사는 물론 세련되고, 우회적이며, 완곡한 표현이다. 또 상대방을 치켜세우거나, 공손한 어휘 선택을 통해 거친 말을 완화시킨다든지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표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을 가리켜 알맹이가 없다거나 형식에 치우쳐 있다고 몰아붙이는 일은 부당하다. 잘 구사된 외교 수사는 상대방에게 심리적․실질적 부담으로 작용할지도 모를 직접적이거나 공격적인 표현을 삼감으로써 최소한 상대방과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외교 수사를 거짓말로 이해하는 것 또한 그릇된 고정 관념이다. 거짓말은 존재하지 않는 비사실을 말하지만 외교 수사는 부분적으로든 전적으로든 사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외교 수사를 가리켜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라 선의의 거짓말로 볼 수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렇게 말함으로써 상호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고 긍정적․발전적으로 유지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외교 수사는 말하자면 실질적인 이익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맺고 있는 대인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에서 유지하기 위해 마음 써 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외교 수사를 립 서비스로 단정하는 것 또한 올바른 이해가 아니다. 립 서비스란 목적이 무엇이든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이다. 립 서비스를 했다고 해서 이를 제공한 장본인이 도덕적인 비난을 받거나 립 서비스로 인해 파생된 실제 사태와 관련하여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립 서비스가 도에 지나치거나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면, 립 서비스를 하는 사람은 대인 관계에 능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어느 상황에서나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대인 관계 규범에 속한다. 립 서비스와 외교 수사는 언뜻 구분이 쉽지 않지만, 립 서비스가 의사 소통 파트너이든 제삼자이든 하나의 목표 대상을 향하는 데 반해, 외교 수사는 넓은 의사 소통 권역에서 다양한 의사 소통 요인들을 고려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립 서비스가 사안을 진지하게 처리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상대방을 그저 기분 좋게 만드는 방식이라면, 외교 수사는 사안의 핵심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거나 향후 문제의 소지가 될 부분을 피해 가는 전략적 성격이 짙다. 나중에 떠넘겨 받게 될지도 모르는 책임으로부터 아예 구속받지 않으려는 전략은 국제 정치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의견을 암시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예에서 흔히 엿볼 수 있다.
1> 위 글에서 제시한 ‘외교 수사’에 대한 고정 관념과 이에 대한 논리적 반박에 관해 요약하시오.(한 문단으로 제시할 것.)
2> 외교 수사와 관련하여 아래의 글을 읽고 보일 수 있는 반응을 5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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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북한과 중국의 소식통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고 “모른다(不知道).”는 답변으로 일관하였다. 주방자오 외교부 수석 대변인은 외교부 주례 뉴스 브리핑에서 외국 특파원들이 계속 질문을 하는데도 “모른다.”는 단순한 답변 하나로 처음부터 끝까지 대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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