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논술2 - 단락의 짜임 파악
by 송화은율단락의 짜임 파악
단락 또는 문단이란 '하나의 생각을 완결되게 표현하는 글의 단위'입니다.
단락은 크게 형식 단락과 내용 단락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형식 단락은 말 그대로 단락 구분이 이루어져 있으면 단락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내용 단락은 작은 형식 단락들이 모여 글의 논리 단계를 구성할 때를 지칭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최대 1,200자를 넘지 않는 논술 시험에서는 서론이나 결론의 경우 형식 단락이 그대로 내용 단락이 되는 경우가 많고 본론에서는 몇 개의 형식 단락이 모여 내용 단락을 이루게 됩니다.
단락을 구분하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때문입니다.
첫째, 글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읽기 위해서
둘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게 하기 위해서
셋째, 독자에게 휴식 제공 및 내용 기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1. 단락의 짜임
단락의 짜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1) 소주제문 + 뒷받침 문장(또는 뒷받침 문장 + 소주제문)
(2) 소주제문 + 뒷받침 문장 + 소주제문
(3) 소주제문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1) 소주제문 + 뒷받침 문장(또는 뒷받침 문장 + 소주제문)
소주제문이란 글 전체의 주제를 대주제라고 하는데 반해, 그 단락의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는 중심 문장을 말하며 일명 화제문(Topic)이라고도 합니다. 뒷받침 문장이란 이러한 소주제문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문장을 말합니다. 두괄식(연역적 구성) 또는 미괄식 (귀납적 구성)으로 단락을 구성할 때, 이러한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 두괄식 예
독서를 할 때에는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인 자세로 읽는 것이 보다 나은 독서의 태도이다. 능동적인 독서에서는 글을 읽기 전에 독자가 먼저 글 속의 내용을 예측하여 본다. 책 목차의 내용을 훑어보면서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한 편의 글을 읽을 때에는 글의 큰 제목이나 소제목들을 보고 내용을 예측하여 볼 수도 있다. 즉, 황순원의 '소나기'란 단편 소설을 읽을 때, 먼저 '소나기'란 제목이 주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이 소설 속의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고, 주제는 어떤 것일까를 미리 짐작해 보는 것이다. 읽을 글의 내용을 예측해 보는 것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읽을 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하며, 읽은 후에도 글 속의 내용을 잘 파악하게 하고, 내용을 기억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 글의 주제문은 첫째 문장 '독서를 할 때에는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인 자세로 읽는 것이 보다 나은 독서의 태도이다.'입니다. 나머지 문장들은 이를 상술하고 예시한 뒷받침 문장들이죠. 주제문이 앞에 있어 주제 파악은 쉬우나 논술에 두괄식을 사용하면 자칫 자기 주장을 비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쉽습니다. 뒷받침 문장과 주제문의 관계가 필연적이지 않을 경우에도 사용하기 때문이죠. 이 말은 두괄식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의 관계가 긴밀하면, 오히려 강한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 미괄식 예
용성을 국경으로 삼으면 의롭지 못한 것이 하나 있고, 이롭지 못한 것이 둘이 있습니다. 선조의 땅을 줄이게 되어 의롭지 못하고, 험준한 산천이 없는 점과 방어하기 불편함이 이롭지 못합니다. 두만강을 국경으로 삼으면 대의(大義)가 하나 있고, 큰 이로움이 둘이 있습니다. 시조의 땅을 회복하는 것이 하나의 대의이고, 험준하고 큰 강을 의지하는 점과 방어하기 쉬운 점이 두 가지 이로움입니다. 그러하오니 용성을 국경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생각이 부족한 것입니다. - 김종서의 <오진의 형세를 논하는 상소>
이 글의 주제문은 '용성을 국경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생각이 부족한 것입니다.'입니다. 앞 부분의 문장들은 이를 입증하기 위한 뒷받침 문장들이죠. 이러한 미괄식은 뒷받침 문장과 주제문의 연결이 필연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논리적입니다. 따라서 논술을 작성할 때에는 이런 미괄식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소주제문 + 뒷받침 문장 + 소주제문
양괄식 구성입니다. 또는 쌍괄식이라고도 하죠. 이러한 구성 방식은 주제를 강조하기는 좋으나, 필요 이상의 주제문을 작성하게 되기 때문에 원고지 낭비, 동일 내용 반복 등의 문제점을 지니기도 하므로 양이 적은 논술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청소년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이기주의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데서 오는 현상으로, 사회가 급변하는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 청소년 중에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지가 않다. 따라서 청소년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성실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 - 고영복의 <우리의 청소년>
이 글의 주제문은 맨 앞의 '청소년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와 마지막 문장 '따라서 청소년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성실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입니다. 앞에서 먼저 제시하고 뒷받침 문장으로 입증하고 뒤에서 다시 한 번 제시해서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인 문장이나 강연, 연설 등에 많이 쓰이지만 논술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최대 1,200자 라는 분량 제한이 있고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하는데 이런 식의 단락 전개는 동어 반복 또는 동일 내용 반복이라는 점에서 지적 받기 때문입니다.
(3) 소주제문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병렬식으로 구성하는 경우에 소주제문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느 한 문장만을 주제문이라고 할 경우 다른 내용은 포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에는 시간이나 공간적 순서, 또는 논리적 관계를 파악해 내용 속에서 소주제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나는 사과를 좋아하고, 호도와 잣과 꿀을 좋아하고, 친구와 향기로운 차를 마시기를 좋아한다. 군밤을 외투 주머니에다 넣고 길을 걸으면서 먹기를 좋아하고, 겨울날 찰스 강변을 걸으면서 핥던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 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
이 단락은 소주제문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내용상 작자가 좋아하는 '먹을 것'들이 전개되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 정도가 될 수 있고, 먹는 것 이외에도 작자의 생활 태도를 엿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행복한 나의 생활' 정도도 주제가 유추될 수 있는 단락입니다
2. 내용 단락의 분석
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의 관계를 제대로 이루지 못할 경우 중언부언하거나 주제가 없는 글이 되기 쉽습니다. 다음 예문은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특성'이라는 주제로 쓴 글입니다.
① 상대주의적 문화관은 자신의 문화뿐 아니라 타문화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각 민족마다 살아온 환경과 역사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타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다. 따라서 남의 문화를 존중하고 좋은 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문화로 할 수도 있어 서로 다른 문화간에 발전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 예로 ② <중국의 청조를 들 수 있는데, 청나라는 중국 변방의 민족이었는데, 중국의 정통 왕조인 명을 물리치고 중국을 통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청은 자신들과 다른 문화 즉, 명의 전통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들의 문화에 부합시켜 명나라 때보다 더 찬란하고 위대한 문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부분적으로 어휘의 사용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단락 구성은 잘 되었습니다. ①을 주제로 내세웠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로써 ②를 제시해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논증하고 있는 구성을 지녔습니다. 모범적인 단락의 구성입니다.
다음은 '현대인의 행복'이라는 주제로 쓴 본론의 일부입니다. 본론 전체가 한 단락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부분만 인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래 예문의 형식과 유사한 형태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의 문단 내용으로도 충분히 검토가 가능합니다. 윗 단락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글이죠.
① 18세기 후반에서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무한한 번영, 물질적 풍족'을 외치면서 쉴 새 없이 달려왔다. 행복이란 물질적 번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② 그러나 이같은 우리의 소박한 꿈은 여지없이 깨져 버리고 말았다. ③ 즉, 무한한 번영을 통한 행복 추구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낳을 뿐이며 더욱 많은 물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④ 이제는 방향을 돌려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물질 추구가 남긴 폐해는 너무도 심각하다. ⑤ 더 이상 인간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다만 한 물건으로-부품처럼 바꾸어 끼울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①은 자기 주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대립 명제, 즉 반대되는 생각입니다. ②는 ①에 대한 평가이죠. ③은 ②에 대한 상술입니다. ④는 ①,②,③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자신의 주장이고요. ⑤는 ④에 한 상술이죠. 글 전체를 분석하면 ①과 ④는 주제문에 해당하고, ②,③,⑤는 이에 대한 뒷받침 문장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①은 자기 주장이 아니므로 단락의 주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논리 전개는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주제문에 대한 뒷받침 문장들의 내용이 그다지 구체적이지 못해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못했습니다. 다만 논리의 전개만 있을 뿐이죠. 그럴 경우 글의 구체성, 단락의 완결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읽는 이가 따분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즉, 글이 전달하려고 하는 의도와 주제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주제문은 추상적으로 작성하더라도 뒷받침 문장은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