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이야기 / 동화 / 방정환
by 송화은율기러기 이야기
기러기의 고향은 춥고 추운 ─ 50도 이북의 풀과 나무도 잘 나지 않는 북
극 지방입니다. 세계 지도를 펴 놓고 보면 구라파, 아시아, 북아메리카 대
륙을 포함한 북극의 지점입니다. 이 곳이 기러기의 고향이랍니다. 기러기는
이렇게 추운 지방에서 살지마는 겨울이 오게 되면 먹을 것이 없게 되고 목
적 식물이 없게 되므로 해마다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는 9월부터 10월까지
고향을 떠나 반가운 소식도 알릴 겸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와서 겨울을
나고 종달새 우는 봄이 오면 옛 고향을 찾아 북쪽 나라로 다시 갑니다.
기러기가 고향을 떠날 때는 으레 북풍이 불 때인데 달 밝은 밤을 골라서
떠난답니다.
그것은 북풍을 타고 오면 날개가 덜 아프고 멀리 올 수가 있으므로 그런답
니다. 이렇게 날고 날다가 피곤하면 땅에 내려서 쉬기도 하고 바다에 떠서
쉬기도 합니다.
기러기 떼는 보통으로 20 마리이고 적을 때는 4, 5마리도 있고, 많을 때는
수천 마리가 시꺼멓게 날 때도 있습니다. 기러기가 떼를 지어 날 때에는 반
드시 일렬 횡대(一列橫隊)나 ㅅ자 형상이며 규칙적으로 납니다.
그리고, 맨 앞에는 길을 잘 아는 늙은 기러기가 앞서서 길을 안내합니다.
기러기는 다른 새보다도 대단히 영리해서 서로 도와 주며 규칙적으로 지냅
니다. 땅에 모여서 모이를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나 꼭 파수 보는 보초 기러
기를 두고서 경호(警護)를 합니다.
작은 두 날개를 가진 새로 수만 리 머나먼 길을 떼를 어기지 않고 나는 것
이 얼마나 씩씩하고 장쾌한 일입니까
〈《어린이》8권 7호, 1930년 9월 신추 특집호, 삼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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