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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 따는 콩밭 / 소설 / 해설 / 김유정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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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는 콩밭 / 김유정

지은이  
 
     

김유정(金裕貞: 1908-1937)

강원도 춘성 출생. 휘문 고보를 거쳐 연희 전문학교 문과 중퇴. 1933 <신여성> 󰡔총각과 맹꽁이󰡕를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 1935 <조선일보> 󰡔소낙비󰡕, <중외일보> 󰡔노다지󰡕가 당선됨. 순문예 친목 단체인 <구인회(九人會)> 회원으로 활동함. 그는 해학적인 필치와 사실적인 묘사로 주옥 같은 단편소설의 세계를 추구했으며, 선의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형상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노다지󰡕, 󰡔금 따는 콩밭󰡕, 󰡔산골 나그네󰡕, 󰡔따라지󰡕, 󰡔봄봄󰡕, 󰡔동백꽃󰡕, 󰡔가을󰡕, 󰡔땡볕󰡕 등이 있다.

 

길잡이  
 
     

1935 <개벽(開闢)> 3월호에 발표. 금점에 이골난 수재의 꾀임으로 무지하고 가난한 농민 영식이 자신의 콩밭에서 금줄을 찾으려다가 한 해 농사를 망친다는 이야기로, 김유정 소설의 현실 인식과 해학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성실하게 살고자 했던 한 인간이 어리석게 유혹에 빠지는 과정을 통하여 당시 농촌 사회의 열악한 모습과 그 구조적 모순도 곁들여 제시하지만 결코 경직된 주제에 빠지지는 않고 김유정의 현실 인식과 해학성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김유정 소설 <만무방>: '현실 비판 인식이 다른 작품에 비해 강함'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우리 민중에 대한 일제의 폭압과 수탈이 날로 심해지던 1935년에 발표되었다. 당시 우리 민중의 대다수는 농민이었고, 그 가운데서도 소작농이 반수 이상이었다. 따라서 소작농은 일제의 주요한 수탈 대상이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 영식은 우리 민중이 겪고 있었던 당시의 고통과 질곡을 잘 보여 준다. ()을 따기 위해 콩밭에 뚫은 구덩이 속은 황토 장벽으로 좌우가 콕 막히고 무덤 속 같이 쿠더부레한 흙내와 냉기만이 가득찬 장소이다. 이것은 당시 우리 농민들이 처한 현실의 표상이다. 1930년대, 인간 생활의 기본 조건이 갖춰 있지 않은 생활 이전의 절망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 조건에서 무식하고 무력한 주인공은 자신의 생존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꿈을 좇는다. 주인공이 금줄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은 가난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고자 하는 생활적 욕구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일확천금(一攫千金)의 꿈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삶의 마지막 수단으로서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선택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 또는 돈이 지니는 양가성(兩價性)이다. 금은 부()의 표상인 동시에 파멸로 향하는 길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주인공은 콩밭만 망치는 마신(魔神)의 미끼에 걸리게 되며, 더욱 불행하게도 이것은 희극인데 자신의 욕망이 헛된 것이었음을 알지 못한다는 데 이 소설의 해학성이 있다. 또한, 이 소설에는 1930년대의 농촌 현실이 적지 않게 반영되어 있다. 농촌 생활의 궁핍 현상과 그런 가난의 상태를 벗어나서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삶의 양식이 보편화되어 나타나고 있다.비록 가난에 찌들었지만 건실한 농사꾼인 영식이 일확천금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당시에 우리 농민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던가를 말해 준다. 그러나 절망적 도탄에 빠진 민중들로 하여금 무작정 금을 찾겠다는 식의 허망한 꿈을 강요한 것은 오히려 일확천금으로 물질적 부를 누리는 사람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특히 허망한 꿈이 깨진 후 닥쳐 올 결과는 그러한 사회적 모순이 민중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를 더욱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 준다.

 

(영식은 자신이 힘껏 해 놓은 콩 농사를 허사로 만들었음은 물론 소작 자체도 떼이게 되고 말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당시에 우리 민중이 겪고 있던 생활상의 고통과 질곡을 여실히 보여 주면서 암암리에 그러한 고통과 질곡을 낳은 사회적 원인에 비판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고 있다.

 

무거운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오히려 무겁거나 생경하기는커녕 오히려 생생하고 발랄하게 느껴지는 것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농민의 삶과 당대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중들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농촌소설 경향 : 사실주의

배경 : 1930년대 강원도 산골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주제 : 절망적 현실에서 허황된 꿈과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출전 : 1935 [개벽] 3월호 발표

 

등장 인물  
 
     

영식 : 본래 금광에는 이력(履歷)도 흥미도 없는, 성실하고 우직한 농사꾼. 그러나 수재의 꾀임에 빠져 금을

찾으려 하다 콩밭만 망치는 안타까운 인물.

영식의 처 : 섣부르게 농사만 짓다가는 비렁뱅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단정하고, 남편을 부추겨 일을 저질러

놓고 보자는 무모한 인물.

수재 : 일확천금의 횡재를 노리며 금줄을 찾아 헤매며 남을 충동질하는 허황된 사내.

구 성  
 
     

발단 : 음침한 무덤 같은 구덩이 속

전개 : 수재에 대한 미움. 마름에게 포악을 당하고 수재와 싸우는 영식. 수재의 꾀임과 아내의 부추김으로 온통 구멍이 뚫린 콩밭을 보고 고민한다.

위기 : 산제() 후에 절망에 빠진 영식.

절정 : 아내에게 발길질 하는 영식에게 금줄 잡았다고 외치는 수재.

결말 : 오늘 밤 달아나리라 생각하는 수재.

줄거리  
 
     

깊은 구덩이 속에서 영식은 암팡스런 곡괭이질을 한다. 금을 캐기 위해 영식은 콩밭 하나를 잡쳤다. 약이 올라 죽을 둥 살 둥 눈이 뒤집혀 곡괭이질만 한다. 영식이 살기 띤 시선으로 수재를 노려본다. 몹시 미웠다. 이놈이 풍치는 바람에 애꿎은 콩밭 하나만 결딴을 냈다. 이 기미를 알고 마름[地主]는 대로(大怒)하였다. 굴 문 밖으로 나왔을 때, 산을 내려오는 마름과 맞닥뜨렸다. 마름은 구덩이를 묻지 않으면 징역을 갈 줄 알라고 포악을 떤다. 구덩이 안에서 영식은 흙덩이를 집어 들어 수재의 머리를 내리친다. 어느 날, 콩밭에서 홀로 김을 매고 있는데 수재가 이 밭에 금이 묻혔으니 파 보자고 했고, 몇 차례 거절을 했으나 아내의 부추김도 있고 하여 선뜻 응낙을 했던 것이다.

 

저녁도 아니 먹고 드러누운 영식은 산제()를 지내기 위해 아내에게 쌀을 꿔 오도록 한다. 닭이 두 홰를 치고 나서 떡 시루를 이고 콩밭으로 향한다. 영식은 밭 가운데에 시루를 놓고 산신께 축원을 한다. 아내는 그 꼴을 바라보며 독이 뾰록같이 오른다. 아내가 점심을 이고 콩밭으로 갔을 때 남편은 얼굴에 생채기가 나고 수재는 흙투성이에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내가 분통을 건드리자, 영식은 아내의 머리를 후려친다. 콩밭에서 금을 따는 숙맥도 있느냐고 비아냐거리는 아내에게 영식은 발길질을 한다. 조바심이 난 수재가 터졌네, 터졌어, 금줄 잡았어.” 하고 황토흙을 보이며 외친다. 영식이 처()가 너무 기뻐서 고래등 같은 집까지 연상할 때 수재는 오늘 밤에 꼭 달아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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