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 본문 일부 및 해설 / 김태길
by 송화은율글을 쓴다는 것 - 김태길
사람은 가끔 자기 스스로를 차분히 안으로 정리(整理)할 필요를 느낀다. 나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느 곳에 어떠한 자세(姿勢)로 서 있는가? 나는 유언 무언(有言無言)중에 나 자신 또는 남에게 약속(約束)한 바를 어느 정도까지 충실(充實)하게 실천(實踐)해 왔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답함으로써 스스로를 안으로 정돈(整頓)할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안으로 자기를 정리하는 방법(方法) 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것은 반성(反省)의 자세로 글을 쓰는 일일 것이다. 마음의 바닥을 흐르는 갖가지 상념(想念)을 어떤 형식으로 거짓 없이 종이 위에 옮겨 놓은 글은, 자기 자신(自己自身)을 비추어 주는 자화상(自畵像)이다. 이 자화상은 우리가 자기의 현재(現在)르 살피고 앞으로의 자세를 가다듬는 거울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것은 자기의 과거(過去)와 현재를 기록(記錄)하고 장래(將來)를 위하여 인생의 이정표(里程標)를 세우는 알뜰한 작업(作業)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엉클어지고 흐트러진 감정(感情)을 가라앉힘으로써 다시 고요한 자신으로 돌아오는 묘방(妙方)이기도 하다. 만일 분노(憤怒)와 슬픔과 괴로움은 하나의 객관적(客觀的)인 사실(事實)로 떠오르고, 나는 거기서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그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餘裕)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하략>
작자 : 김태길
형식 : 수필, 중수필
제재 : 글쓰기
성격 : 교훈적, 사색적,
주제 : 글이란 체험과 사색의 기록이다
묘방(妙方) : 교묘한 방법
매명(賣名) : 이름을 파는 행위
손색(遜色) : 견주어 보아 모자라는 점.
영합(迎合) : 남의 마음에 들도록 힘씀.
현학(衒學) : 학문이 있음을 뽐냄.
글쓰기가 가지는 덕성, 자신의 글쓰기 체험, 글쓰는 이가 주의해야 할 점들을 간결한 문체로 서술한 글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경계해야 할 게 무엇인가를 체험적에 입각해서 쓴 글이다.
지은이는 '자기를 차분히 정리할 목적'의 글쓰기에 가치를 둔다. 반성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헝클어진 감정을 정리하는 방편으로서의 글쓰기를 권한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순간 그것은 객관적인 사실로 화하고, 객관화한 거리는 마음의 여유를 주는 법이니 '쓰고 싶은 말을 무엇이건 할 수 있는, 즐거운 작업이 바로 글쓰기다'라는게 지은이의 수필 개념이다.
그런 글을 자꾸 반복하다보면 '진실에는 아름다움이 깃들기 마련이라' 이름이 알려지고, 그러다 보면 청탁이 온다. 그러나 강제와 약속으로 쓰는 글은 질이 떨어지고 고역이 돼 버린다. '암탉의 배를 가르고 생기다 만 알을 꺼내는 것' 같은 글쓰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는 교훈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이 경험과 체험이 기록이라고 본다면 그 경험은 열린 눈으로 실천하는 경험이어야 하고, 그 체험은 역시 역사적 정당성, 사회적 가치성을 가질 때 더 바람직한 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 글과는 다른 인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의 글로는 존경의 마음을 보냈다가도 그의 실제적 삶을 알 게 될 때 실망을 하는 수가 종종 있다. 그것은 글과 삶이 괴리되어 있을 때 실망을 하게 된다. 결국 훌륭한 글이란 작가의 진실된 삶이 녹아 있는 글이 참된 글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김태길(金泰吉)
수필가이자, 철학자로 충북 중원군 출신이다. 1943년 일본 제3고등학교 문과, 동경대 법학부 수학하고,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햇고, 1960년 미국 홉킨즈 대학원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고,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1961년 처녀 수필집 <웃는 갈대> 발간했고, 대표작으로 <빛이 그리운 생각들>(65), 장편 수필 <흐르지 않는 세월>(7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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