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속의 사랑 나라 소년 감화원 이야기
by 송화은율軍艦[군함] 속의 사랑 나라 少年[소년] 感化院[감화원] 이야기
이태리(이탈리아) ‘나폴리’ 항구!
여러분 중에는 이 ‘나폴리’ 항구의 이름을 아시는 분도 있고, 혹 모르시
는 분도 있겠지요. 그러나, 여러분은 그 이름이야 아시거나 모르시거나 지
금 나와 함께 큰 기선을 타고 이 ‘나폴리’ 항구에 도착하여 내렸다고 가
정합시다.
자아, 저것 보십시오. 저기 맞은편에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 올라 하
늘을 덮는 높은 산이 보이지 않습니까? 저것이 이 나라에 유명한 ‘베수비
오’ 라는 산 화산입니다.
그리고, 그 산 밑에는 그야말로 유명한 ‘폼페이’라고 하는 큰 시가가 있
었는데 그 동리는 옛날 아주 오래된 옛날 저기서 화산이 크게 터지는 바람
에 그 유명하던 동리는 물론 사람째 뜨거운 잿더미 속에 파묻히어 천여 년
동안이나 내려오다가 우연히 요 몇 해 전에 발견되어 파내었다는 정말 유명
한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나는 이 조용하고 깨끗한 ‘나폴리’ 항구에서 당신들에게
진심으로 보여 주고 싶은 것은 저기 저 ‘베수비오’ 화산도 아니며, 또는
새로이 파내었다는 ‘폼페이’ 동리도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잘 보아 두시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겠으나 그것보다도
더 필요한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저기 보이는 저것입니다.
여러분, 보이지 않습니까? 저기 저 항구 맨 끝으로 닻을 내리고 우뚝 서
있는 헌 군함 말이야요. 그 군함이 보이기에는 저렇게 헌것이고 해서 아주
보잘것없는 것같이 보이나 그러나 나는 저 유명한 ‘베수비오’ 화산보다도
‘폼페이’ 거리보다도 여러분에게 기어이 보여 드리고 싶다는 것이 저기
저 헌 군함입니다.
‘아니 저까짓 케케묵은 헌 군함이야 아무 곳에를 가면 없을라고…….’
할 분이 있을는지는 모르나 과연 그 모양을 보기만 하여서는 헌 군함이요,
아주 보잘것없는 한 폐물이 아닌 것은 아니예요.
그렇지만 저렇게 케케묵은 그 군함 속에서 하고 있는 사업! 그리고 그 사
업을 하고 있는 분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시면 그야말로 여러분은 감격에
넘치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못 견디실 것입니다.
자! 그러면 내가 그 이야기를 하지요.
저기 저 군함 속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하면 그것이야말로 이
태리 나라가 세계에 크게 자랑하는 ‘마담 틔비타’ 의 소년 감화원입니다.
이 ‘마담 틔비타’ 란 한 연약한 부인의 손으로 경영되는 소년 감화 사업
인데 지금 전 세계 사람을 경복(敬服)시기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무엇 무엇이 불쌍하다 가엾다 하여도 어버이가 없어서 혹은 어
버이가 있으면서도 교육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아니하는 까닭으로 인하여
글도 못 배우고 저대로 쓸쓸히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처럼 가엾은 사람은 없
습니다.
마치 흰 종이와 같이 맑고도 깨끗한 어린 사람들의 마음을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무심한 탓으로 저절로 나쁜 방면에 이끌려 들게 하여 불량 소년 소
녀를 만들어 놓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도 붙잡아 주는 사람
이 없이 점점 더 악화만 되어 나중에는 그 몸을 망치게까지 되니 세상에 이
보다 더 불쌍하고 가엾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마담 틔비타’ 부인은 일찍부터 이것을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하
는 동시에 어떻게 하면 그들을 구하는 한 방책이 될까 하고 여러 가지로 생
각한 결과, 우선 자기가 몸소 그 방면으로 뛰어들어서 누구 하나 돌보아 주
지 않는 그 불쌍한 악 소년들을 모아 그들의 친어버이 이상의 친절한 마음
으로 무한히 자애롭고 무한히 온정 있게 좋은 사람을 만들기에 전력을 기울
이고 있는 거룩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이 ‘마담 틔비타’ 부인의 이 거룩한 사업은 날이 갈수록 부인의
그 무서운 노력으로 인하여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 아주 어떻게 할 수 없을
만치 악화되었던 악 소년들도 모두 훌륭한 점잖은 신사가 된 예가 대단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태리 나라의 정부에도 특히 이 부인의 거룩한 사업을 돕기 위하
여 벌써 두 번씩이나 큰 군함을 기부했으므로, 그들은 언제나 땅 위와는 아
주 떨어진 바다를 자기네 집으로 삼고, 위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자기
네를 낳아준 친어버이보다도 더 사랑 많고 부드러운 ‘마담’ 부인의 무릎
에서 좋은 교훈을 받고 있답니다.
여러분!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조선서는 저 ‘마담’ 부인의 하는
일의 절반은커녕 몇십 분의 하나라도 꿈이나 꾸는 분이 있는가? 이것을 생
각하면 얼마나 한심한지 ‘마담’ 부인의 이야기를 할 적마다 나는 나도 모
르게 눈물이 고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결단코 낙망을 하지는 않습니다. 왜? 여러분이 있으
니까요!
자아, 여러분! 여러분 중에서는 반드시 장래에 저 ‘마담’ 부인과 같이
거룩한 사업을 하는 분이 많이 생기십시오. 그러면 그것은 단순히 우리 조
선을 위하여 행복될 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행복으로 보아 얼마나 의의
있는 일이 되겠습니까?
자아 여러분 여러분은 ! 저 군함을 똑똑히 보아 두십시오. 사람을 죽이고
싸움할 때만 쓰이던 군함이 사람의 귀중한 정신을 살리는 한없이 거룩한 군
함으로 변한 것을 세 번 네 번 똑똑히 뜻있게 보아 두십시오.
〈《어린이》6권 1호, 1928년 1월호, 삼산인〉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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