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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 이병기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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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  이병기


 요점 정리

 지은이 : 이병기

 갈래 : 현대 시조, 연시조

 성격 : 기원적

 제재 : 구름

 주제 : 자연과의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기원, 구름과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

 특징 : 종장 끝에 '-리'로 끝나면서 무엇인가 여운이 있음

 

 

 이해와 감상

  우리 문학 작품에서 구름이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는데 여기서 구름은 자유로운 존재를 의미하고 있다. 구름이 되어 허공에 떠 어디로든지 자취 없이 가고 싶다고 노래한 이 작품은 유유자적(悠悠自適)하고 행운유수(行雲流水)처럼 거리낌없는 구름이 되고 싶다는 시적 화자의 소망이 담겨 있다. 첫 연에서 새벽의 동쪽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서쪽하늘 노을 지는 구름의 모습은 꽃보다도 아름답다고 노래한 화자는 두 번째 연에서는 구름과 하나 되고 싶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노래했다.

 

 오죽했으면 시적 화자는 자유로운 구름이 된다면 서(西)로 가다가 스러져 없어져도 좋다는 말을 했겠는가. 사실 '서(西)로 가다가 스러짐'은 바로 서방극락(西方極樂)에 도달함을 의미한다. 서쪽으로 십만 억의 국토를 지나면 있는 아미타불의 세계가 있는데 그 구름이 동에서 서(西)로 간다함은 이를 말함이 아닐까? 서방정토는 황금이나 칠보로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되지 않는 것이 없는 곳으로, 모든 유혹과 번뇌가 끊어진 곳이다. 이런 정토 사상은 정토에 왕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스러져도 좋다는 말은 역으로 다시 재생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작품에 나타난 구름

이규보(李奎報)의 〈동명왕편〉을 보면, 북부여 건국 시조 해모수(解慕漱)는 하늘에서 내려올 때 다섯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따르는 사람 백여인은 깃털 옷을 화려하게 입고 고니를 탔으며, 풍악소리 울리는데 채색 구름이 떴다고 하였다.

 

해가 떠오르고 햇빛이 구름에 비치는 광경을 보면서 그런 장면을 상상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해모수가 유화(柳花)와 관계하여 주몽(朱蒙)을 잉태하게 하고는 홀로 붉은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주몽을 위하여 성을 쌓고 궁전을 지을 때에는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고 하였다. 이처럼 이른 시기의 신화나 서사시에서는 구름이 천상의 권능을 상징하며, 하늘과 땅 사이를 왕래할 수 있게 하는 탈것이기도 하였다.

 

≪삼국유사≫‘낭지승운(郎智乘雲)’ 대목에서 도통한 스님 낭지가 구름을 타고 멀리 중국까지 자유롭게 내왕하였다고 하는 것으로 그런 사고방식이 이어졌다.

 

고려의 선승(禪僧)들은 흰 구름인 ‘백운(白雲)’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하여, 자기 호로 삼고, 암자에도 사용하고 시로 지어 읊는 경우가 흔하였다. 경한(景閑)은 호를 백운이라 하고, 백운을 읊은 시로 무심무아(無心無我)의 경지를 전하였다.

형체가 없고 빛깔이 희며,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어디로든지 떠돌아다니는 구름이 불법의 높은 경지를 나타낸다고 하였다.

 

보우(普愚)는 소요산(逍遙山) 백운암(白雲庵)에서 〈백운암가 白雲庵歌〉라는 장시를 짓고, 무심히 떠도는 백운이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면 만물을 살린다고 하는 것까지 들어 백운으로 불법(佛法)을 상징하는 의미를 확대하였다. 조선시대에 이르면 산수화에 흔히 구름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구름과 안개가 서로 구별되지 않은 채 희고 몽롱한 자태를 드러내면서 아득하고, 그윽하고, 운치있는 느낌을 준다.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 夢遊桃源圖〉가 그 좋은 본보기이다.

 

크고 험상궂은 바위가 겹겹이 늘어선 한 쪽 모퉁이에 운무가 은은히 서려 있고 그 사이로 보이는 도원이 아득히 멀다. 흔히 볼 수 있는 산수를 그릴 때에는 검고 무거운 바위와 희고 가벼운 구름이 서로 어우러져 대립과 조화를 빚어내었다.

그런 화풍이 조선 후기까지 이어지다가 정선(鄭敾)의 명품 〈인왕제색도 仁旺霽色圖〉를 산출하기까지 이르렀다. 그 그림은 인왕산에서 비가 개어 구름이 걷히고 바위가 드러나는 장면을 선명하게 그렸는데, 우람찬 바위가 뭉게구름 위에 자리를 잡은 점이 특이하다.

 

산수화에서 구름은 경치의 한 요소로서 화면 구성을 다채롭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적 여유와 생각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구름을 읊은 시조도 적지 않다. 경치를 묘사하면서 “白雲 깁흔 골에”, “白雲이 이러나니” 등으로 말할 때에는 산수화에서의 구름을 다시 볼 수 있다 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白雪이 瑯자진 골에 구루미 머흐레라.”라고 한 이색(李穡)의 시조에서는 험란한 모습을 한 구름이 고난의 상징이다.

 

윤선도(尹善道)는 “구룸 빗치 조타悧나 검기肩瑯로 梨다”고 하여, 구름빛은 한결같지 않아 아름다워도 격이 낮다고 하였다.

 

“구룸이 無心儡 말이 아絅도 虛浪悧다.”라고 하는 말로 시작된 이존오(李存吾)의 시조에서는 햇빛을 가리는 구름에다 견주어 임금의 지혜를 흐리는 간신의 책동을 나무랐는데, 시조에서는 구름을 이렇게 다루는 예가 흔하다. 윤리적인 주제를 앞세우다가 구름이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단순화시켰다.

 

현대시에서는 구름이 더욱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김소월(金素月)의 〈구름〉에서는 “저기 저 구름을 잡아타면·붉게도 피로 물든 저 구름을”이라고 하는 데서 시작하여 그 구름을 타고 임에게로 가, 비가 되어서라도 임에게 안기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구름이 사랑의 정열을 다각도로 나타내게 하였다.

 

이병기(李秉岐)는 〈구름〉에서, 구름이 되어 허공에 떠 어디로든지 자취없이 가고 싶다고 하였다. 황석우(黃錫禹)의 시집 ≪자연송 自然頌≫에서 갖가지 천체나 기상 현상을 다룬 것으로 보이는 〈달밤의 구름떼〉는 구름의 모습을 아주 흥미롭게 묘사하였다.

 

구름을 달을 구경하거나, 전송 하려고 나온 “시골 婦人들” 또는 “村有志 마누라떼”와 같다고 하였다. 그 이후에 구름을 묘사의 대상으로 삼은 시가 자주 등장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현대회화에서 구름을 즐겨 그리는 방식과도 상통한다고 하겠다.

 

속담이나 수수께끼에는 구름에 관한 것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두꺼워야 새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수수께끼에 대한 대답이 ‘구름’이다.

 

≪참고문헌≫ 朝鮮王朝實錄, 지상기상관측법(중앙관상대, 1971), 譯註三國史記(李丙燾, 乙酉文化社, 1977), 국역증보문헌비고(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80), 구름해설(공군본부, 1980), 譯註高麗史(東亞大學校 古典硏究室, 1982), 李氏朝鮮氣象學史硏究(田村專之助, 三島科學史硏究所, 1983), Introduction to Meteorology(S.Petterssen, Mc Graw-Hill, 1969).(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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