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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사(狂畵師) / 김동인 /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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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사(狂畵師) / 김동인

길잡이  
 
     

1935 <야담>에 발표. 김동인의 유미주의적 경향이 잘 나타난 작품. 그는 미에 대한 견해를 여러 글에서 제시한 바 있는데, ‘()도 미()’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미에 대한 광포적(狂暴的) 동경으로 요약될 수 있다. 미에 대한 이러한 태도를 허구적으로 표현한 것이 이 소설이다.

 

이해와 감상  
 
     

김동인의 유미주의적 경향이 짙게 나타난 작품으로서, 작가의 예술지상주의적 취향이 작중 인물 솔거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솔거)의 예술에 대한 열정도 그렇지만, 대상을 향한 심미안, 밤을 지내고 난 소경 처녀의 눈빛에 일어난 변화, 그에 대한 안타깝고 절망적인 분노는 그런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더구나, 소경 처녀가 죽으면서 엎은 벼루의 먹방울이 튀어 그림의 눈동자를 이루고, 그 눈동자가 죽은 처녀의 원망의 눈으로 나타나며, 결국 화공이 미치게 되는 마지막 부분은 거의 악마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의 희생 위에서 희귀한 작품이 완성된다는, 따라서 예술적 완성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작가의 성향을 반영한다. 동시에, 솔거로 대표되는 예술가의 강렬한 예술혼의 결과가 원망의 빛이 서린 미인도라는 점에서 절대미(絶對美)의 추구는 그토록 지난(至難)한 것임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삶의 가치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인물 설정과 특이한 주제를 노골화한 작품이어서 보편적 가치론에 수용되기는 어렵다. 솔거가 소경 처녀와 정을 통한 뒤, 순수성이 없다는 한 가지 이유로 그녀를 교살(絞殺)하는 장면 등이 특히 그러하다. 따라서, 솔거라는 인물의 격정적이고 충동적인 성격과 비정상적 가치에 대한 경도(傾倒), ‘눈동자라는 결말의 작위적(作爲的) 장치 등과 더불어 이 소설은 김동인 특유의 극단적 예술주의를 보여 주고 있다.

 

▶『광화사의 서사적 구조

┌─외부 이야기 : ‘()’의 이야기  현재  사실

└─내부 이야기 : ‘화공의 이야기  과거  상상

솔거의 추함──────────┐

├─-- 불구의 현실

처녀의 눈멂──────────┘ ↑

괴리(乖離)

솔거의 고상한 심미안──────┐ ↓

├─- 예술의 이상

처녀의 용궁을 그리는 마음 ───┘

 

처녀의 죽음──────────┐

├─-- 조화의 실패

솔거의 죽음──────────┘

 

▶『광화사에 대한 소감

결함이 있는 자는 외곬로 흐르기 쉬우며 정신적인 광폭성을 지니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한 곳으로 향한 집중적 욕망은 주위 화경을 무시하게 된다. 김동인의 미에 대한 생각, 미가 예술에 있어 최고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액자소설.

배경 : 시간 - 조선 세종 때 공간 - 한양의 백악(인왕산)

경향 : 유미(탐미)주의적, 예술지상주의적, 낭만주의 경향

시점 : * 외부 이야기(1인칭 주인공 시점) : () - 현재 - 사실.

 인왕산에 산보를 나온 여가 공상에 잠겨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 내부 이야기(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 화공의 이야기 - 과거 - 상상.

 

* 내부 이야기 구조

1. 화가 솔거의 외모(추함)

2. 눈 먼 처녀를 신비로운 눈빛을 보고 미인도의 모델이라 생각함

3. 그림에서 눈동자만 남겨 놓은 채 그날 밤 부부의 인연을 맺음

4. 다음 날 완성하려고 했으나 다음 날 아침의 소경의 눈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5. 소경의 멱을 잡고 흔들다가 죽이게 되는데, 순간 먹물이 튀어 미인도의 눈동자가 완성된다.

6. 그러나 미인도의 눈동자에는 원망의 빛이 서려 있었다.

7. 솔거는 미쳐서 미인도를 품고 다니다가 쓸쓸히 죽는다.

주제 :  한 화공의 일생을 통해 나타난 현실(세속)과 이상(예술) 세계의 괴리(乖離).

 ()에 대한 광적인 동경.

출전 : [야담](1935)

등장 인물  
 
     

() : 작중 화자

솔거 : 추한 모습으로 인해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한 광적인 화가. 30년 간 숨어살면서 천하절색이라고

믿는 사내들을 깔보아 주려고 광적으로 미인(구원의 여인상)을 그리려함.

소경 처녀 : 보기드문 미인으로 순박한 여자였으나, 산 경치가 아름 답다는 화공의 말을 듣고 산에 올라와 화공과 동침하게 되고, 화공과 애욕을 체험한 후 속화(俗化)해 버리며, 그림에 대한 광적인 열기를 갖고 있는 화공에 의해 죽게됨.

구 성  
 
     

외부 이야기 : <생략>

발단 : 추한 모습의 천재 화가 솔거

전개 : 미인도 제작에 열정을 바침.

전환 : 소경 처녀와의 만남과 미인도 제작

위기 : 눈동자 그리기의 실패와 화공의 분노

절정 : 소경 처녀의 죽음. 저절로 찍힌 눈동자

결말 : 늙은 광인 솔거의 행적과 죽음

줄거리  
 
     

인왕산에 산보를 나온 ()’가 공상에 잠겨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솔거는 천재적인 화가이지만 얼굴이 매우 추하다. 그래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산 속에 들어와 숨어 살며 그림에만 정진한다. 일찌기 열 여섯에 결혼을 하였으나 결혼한 처녀가 결혼한 다음 날 아침 솔거의 얼굴을 보고 도망가고 다시 장가를 들었으나 역시 떠나고 만다. 절세 미인이었던 어머니의 얼굴을 그리려다가, 곧 마음을 바꾸어 아내로서의 미인도를 그리려 한다. 그래서 그는 그림에만 모든 정열을 쏟게 되고 못생긴 자신의 용모 때문에 천하 절색이라고 믿고 사는 사내놈들을 깔보아 주기 위해 미인도를 그리려고 미녀를 찾아 다닌다. 마음에 드는 미인의 모습을 찾지 못하던 중, 우연히 산속에서 어느 날 그가 사는 산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소경처녀를 만나게 되고, 소경처녀의 용모를 보고 놀라운 매력을 발견한다. 용궁 이야기로 소녀를 유혹해 오막살이로 데려온 솔거는 용궁 이야기를 하여 그 속에 도취된 소경처녀의 동경에 찬 신비로운 눈빛에서 자기가 찾던 미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솔거는 처녀를 집으로 데려와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의 눈동자 부분만 남겨 놓은 채 그날 밤 둘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다음날 그림의 눈동자를 완성하려 하나, 인생의 봄을 맛본 처녀는 이제 한 개의 지어미의 눈, 애욕의 눈으로 변해 있었다. 용궁이야기로 다시 이전의 신비로운 눈빛을 되살려 보려 하지만 소경의 눈은 전날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못한다. 애욕의 눈일 뿐이었다. 격분한 솔거는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소경의 멱을 잡고 흔들다 놓자 벼루에 넘어져 죽게 되는데, 그녀가 넘어지는 바람에 먹물 방울이 튀어 미인도의 눈동자가 완성된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멱을 잡았을 때의 원망의 눈빛이 서려 있었다. 이 일로 미쳐버린 솔거는 수일 후 부터 괴상한 여인 화상을 들고 다니며 광인으로 불려지다가 어떤 눈보라 치던 날 미인도를 품은 채 돌베개를 베고 쓸쓸히 죽게 된다.

기나긴 공상에서 벗어난 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름의 저녁 해가 백악(白岳) 위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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