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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염(狂炎) 소나타 / 김동인 /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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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염(狂炎) 소나타 / 김동인

길잡이  
 
     

1929년에 지어 1930 <중외일보>에 발표한 단편소설.

작가 연구  
 
     

예술 지상 주의 작가로 알려질 만큼 미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미도 미고 미의 반대 것도 미며 사랑도 미, 미움도 미, 선도 미, 악도 미라고 했다. 그는 삶의 현실과 윤리적 관점에 위배 됨에 좌우 되지 않고 미를 예술적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이해와 감상(1)  
 
     

예능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광기는 인정하나 너무 극단적인 것까지 인정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예술도 인간을 위해 탄생하는 것이니 만큼 개인의 예술성을 위해 다른 인간에게 지나친 피해를 입혀도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이해와 감상(2)  
 
     

김동인이 유미주의에 관심을 기울여 그 세계를 소설화한 작품은 이 광염 소나타 광화사가 대표적이다. “배따라기도 같은 계열에 들지만 약간 성격을 달리한다.

 

두 작품 모두 예술 세계를 소재로 한 것으로 하나는 음악가, 하나는 화가의 삶을 다루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 추구한 음악의 세계는 광기(狂氣)라고 하는 예술적 정열에 있다. 김동인이 추구한 미()는 조화와 선()과는 거리가 먼, 일상성에서 크게 벗어난 일탈 치미와 관련이 있다. 과히 악마주의적이라 할 만큼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보여 주는데, 김동인이 규정한 미는, 반이성주의(反理性主義), 반규범(反規範), 반도덕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방탕과 파괴, 음습함, 기괴함 따위의 부조화된 광기의 속성을 지닌다. 실제로 김동인은 한때 유미주의에 취해 생활 자체를 유미주의적으로 실천하기도 했다. 그것은 방탕이었는데, 이 파괴적 삶은 그가 유미주의의 본질을 그렇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유미주의 소설은 이런 형태에 대한 찬사로 일관되어 있다.

 

유미주의 또는 예술지상주의는 창작의 목적이 오로지 미적 세계의 창조에 주어져 있다. 따라서 주제 의식이 개입될 여지가 적고, 그런 특이한 미의 구현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주의라는 보다 넓은 개념에 수렴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예술의 세계는 형식의 창조에 주안점이 주어진다. 유미주의 소설은 그 형식에 있어서 특징이 발휘된다. 그러나 김동인은 형식(소설의 구조, 표현)보다는 인물 자체를 유미주의자로 설정하고 구현했다고 하는 한계를 가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 백성수는 천재로 그려졌다. 유미주의자는 섬세하고 특이한 미의 발현자인 이상, 천재로 그려진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 천재성은 범상(凡常)에 적응할 수 없고, 보다 높은 차원의 예술을 지향한다. 백성수는 신이(神異)한 존재로 설정된다. 그는 기존의 음악 양식을 거부한다. 각고 끝에 작곡한 작품은 참답고 힘 있는 음악이 못 되었던 것이다. 즉흥적이고 선이 굵으며, 야성으로 충일된 음악만이 참된 예술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다른 삶의 조건은 파괴되어도 좋다는 입장이다.

 

힘있는 예술, 선이 굵은 예술, 야성으로 충일된 예술 우리는 이것을 기다린 지 오랬습니다. 그럴 때에 백성수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말이지, 백성수의 그 새 예술은, 그 하나 하나가 모두 우리의 문화를 영구히 빛낼 보물입니다. 우리의 문화의 기념탑입니다. 방화? 살인? 변변치 않은 집 개, 변변치 않은 사람 개는, 그의 예술의 하나가 산출되는 데 희생하라면 결코 아깝지 않은 범죄를 구실로 이 세상에서 없이하여 버린다 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 아닐까요. 적어도 우리 예술가에게는 그렇게 생각됩니다.

 

집의 개나 사람 개 따위는 이 위대한 예술의 탄생을 희생되어도 좋다는 서술자의 마지막 말은 김동인의 유미주의를 극단적으로 보여 준다. 예술은 기성의 파괴, 윤리의 말살, 기존 관념의 철저한 박멸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악마적 야수성의 표출인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광포성(狂暴性)을 키워 가야 한다. 담배 가게에 불을 지르고는 그 미칠 듯 타오로는 불길에서 영감을 얻고 암울하고 신비로우며 정열적인 소나타를 즉흥적으로 연주한다. 백성수가 그 불길 속에서 받는 미감(美感)은 물론 전율하는 광포함이다.

 

그 여자가 죽었다는 것은 제게도 너무나 뜻밖이었습니다.

저는 그 날 밤, 혼자 몰래 그 여자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칠팔 시간 전에 묻어 놓은 그의 무덤의 흙을 파서 그의 시체를 꺼내어 놓았습니다.

 

푸르른 달빛 아래 누워 있는 아름다운 그의 모양은 과연 선녀와 같았습니다. 가볍게 눈을 닫고 있는 창백한 얼굴, 곧은 콧날, 풀어 헤친 검은 머리…… 아무 표정도 없는 고요한 얼굴은 더욱 처연(悽然)함을 도왔습니다. 이것을 정신이 없이 들여다보고 있다가 저는 갑자기 흥분되어 …… 아아, 선생님, 저는 이 아래를 쓸 용기가 없습니다. 재판소의 조서를 보시면 저절로 알으실 것이올시다.

 

그 날 밤에 된 것이 <사령(死靈)>이었습니다.

 

이런 일탈성은 심화되어 사랑하는 여인의 무덤을 파헤치는 기묘하고 무서운 행동으로, 시체를 강간하는 변태적 행동으로 나아가면 살인도 불사한다. 그것은 모두 예술혼의 구현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이처럼 김동인의 유미주의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반조화성을 기저로 한다. 그러므로 그의 예술관은 충동성에 의한 즉흥적인 것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따라서 오랫동안의 노력 끝에 정제된 예술은 참다운 것이 될 수 없으며, 분노와 광기의 공포스런 전율에 의한 그로테스크한 세계만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이다. 무의식으로 표출되는 광포함, 그것을 내재하고 있는 자가 천재라면, 그의 예술관에서는 천재만이 예술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이런 태도가 곧 그의 예술지상주의였던 셈이다. 따라서 예술은 사회적 질서에서는 벗어나야 하고, 보편적 정서와는 동떨어져야 하며, 그 세계가 기괴하면 할수록 우수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백성수의 광기 어린 예술혼을 그리면서 그가 그렇게 된 원인을 두 가지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어머니에 대한 모성 본능이요, 또 하나는 가난이다. 이 둘은 맞물려 서술되고 있지만, 하나는 개인적 조건이요, 하나는 사회적 조건이다. 개인적 조건 때문이라면, 이 제약에 의해 왜곡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그리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자연스럽고, 사회적 조건이라면, 물적 조건이 삶을 결정한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으로 서술되어야 어울린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내세우고서도 유미주의의 삶에 집중해 버렸기 때문에 구성이 탄탄하지 못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모성 고착(mother fixation)이라는 심리주의적인 세계에도 김동인이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의 유미주의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은 서술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액자 형식을 빌린 논평을 통해 작가는 서술자의 목소리로 유미주의 찬양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현대 소설의 가장 큰 요소의 하나인 묘사를 생략하고, 집약적 서술로 일관해 버리는 태도에서도 김동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저명한 음악 평론가 K씨와 사회 교화자가 담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사회 교화자의 말은 몇 개의 대답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K가 들려 주는 이야기이거나 그가 보여 주는 백성수의 편지로 되어 있다. 그런 만큼 음악 평론가인 K의 예술관을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 K는 유미주의 예술관을 대표하며, 사회 교화자는 사회적 가치를 대변한다. K는 물론 작가와 거리가 밀착되어 있는 인물로 김동인 자신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

이야기의 출발은 기회라는 의미에 대한 것에서 시작한다. 이 말은 계기라는 의미로 바꾸어도 좋은데, 백성수가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지만, 기묘한 계기에 의해 도둑질을 했고, 그것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했고, 그에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큼 복수심이 이글거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백성수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던 광기가 예술로 발현되었으므로, 백성수의 사회적 일탈 행동을 두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김동인의 시각은 분명한 모습을 가지고 드러난다. 그는 사회적 일탈 행동 덕에 참다운 예술이 생겼다면, 참다운 예술을 지키기 위해 일탈 행동은 전제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것은 극단의 유미주의는 반도덕적인 성격을 다분히 띠고 있는 예술지상주의인 것이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경향 : 심리주의, 탐미주의 (비극적 상황을 제시하는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보임)

배경 :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한 받지 않는 몇 십년 후의 지구상의 어느 곳.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이 작품의 서술 초점은 2가지다. 하나는 K씨가 서술자가 되는 경우, 또 하나는 주인공 백성수가 서술자인 경 우이다. 전자의 경우는 <1인칭 관찰자 시점>, 후자의 경우, 곧 백성수가 K씨에게 보낸 서간문이 소개되는 부 분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사건 : 백성수는 약값을 구하기 위해 담배 가게에서 도둑질 하다가 잡혀 감옥으로 가고, 어머니는 그 사이 죽는다. 출옥 후 담배 가게에 방화(放火)를 하고 나서 흥분한 상태에서 무의식 중에 작곡을 한다. 그러다가 K씨를 만나 본격적인 작곡을 하나, 범죄적인 파괴적 행위에서만 악상을 찾아낸다. 결국 파괴적 행위는 자신 을 파멸시킨다.

 주제 :  미에 대한 광기 어린 동경  주제 : 예술 창조의 욕구와 인간성의 희생

 참고할 소설 : <광화사(狂畵師)>

등장 인물  
 
     

 백성수 : 천재적 음악성을 지니고 있으나 작곡의 동기를 얻는 방법이 광기(狂氣)에서 비롯되어 결국 파멸 에 이르는 인물. 예술을 위해서라면 방화, 살인, 시체 간음 등도 죄악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음악가.

 K : 백성수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음악 평론가. 백성수의 천재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은연중 백성수를 사주(使嗾)한다.

 사회교화자 모씨 : K씨의 대담 상대 역할. 윤리 도덕을 앞세우는 사람의 대표이다.

* 이 작품은 천재적 예술가를 옹호하려는 입장(K)과 사회의 도덕과 윤리, 규범을 중시하는 입장(모씨)으로 대립적 인간 관계를 설정해 놓고 전자(前者)를 긍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줄거리  
 
     

나는 사회 교화자 K씨에게 정신병원에 있는 백성수의 이야기를 하며 예술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광기어린 음악가 였던 백성수의 아버지 친구인 나는 어느 날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불 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방화범으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교회 피아노에 앉아 야성적 음향으로 곡을 치는 것을 듣고 천재적인 음악성에 놀라게 된다. 광기 어렸던 음악가 친구의 아들임을 알게 되어 집으로 데려와 광염 소나타의 악보를 만들고 백성수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머니의 정성스런 돌봄으로 광기를 감추고 정상적으로 지내다 어머니가 아프게 되어 가세가 기울게 된다. 어머니가 중태에 빠진 어느 날 의사를 부를 돈이 없어 가게방의 돈을 훔치다 주인에게 걸려 사정을 했지만 감옥으로 가게되고 어머니는 감옥에 있는 동안 돌아 가시어 묻힌 곳도 모르게 된다. 묘를 찾다가 교회로 뛰어든 것이다. 나는 여기 까지 말을 하고 K씨를 집으로 데려와 백성수의 편지를 보여 준다. 앙갚음으로 가게방에 불을 놓고 그것을 본 백성수는 야성적 음악성이 살아나고 그후 작곡이 안될때에는 자극을 받기 위해 불을 놓게 되고 불이 자극을 못 주자 시체를 던져 온몸이 터지게 하거나 죽은 여인의 시체를 강간하고 살인을 하게 된다. 광기를 불러 일으키는 자극을 받아야 불후의 명곡이 나온 것이다. 예술가로서 난 예술을 위한 행위는 죄악이 아니라고 K씨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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