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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와 소비 문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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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와 소비 문화

 

현대 사회에서 광고만큼 논란이 많은 사회 제도도 드물다. 광고가 논란이 많은 이유는 사회 제도로서 광고의 중요성은 계속 증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통일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광고에 대한 논의는 경제적 차원과 사회 문화적 차원, 그리고 언론 차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부정적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논쟁이 유발되고 있다.

 

대체로 광고의 효용성에 초점을 두면 긍정론이 되고, 이의 부정적 영향력을 부각시키면 비판론이 된다. 요약하면, 광고는 현대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보원의 하나로 경제 성장 및 자유 경쟁을 도모하고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재원 마련에 큰 기여를 하는 수단으로 보는 입장이 긍정적 관점이다. 반면에, 부정적 관점은 광고가 조작을 통하여 허위 욕구를 창출하도록 유인하고, 따라서 소비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저급한 취향 및 물질주의가 팽배한 소비 문화를 조장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언론 측면에서의 비판론은 앞서 지적하였던 것처럼 광고주에 의한 경제적 통제의 문제로 집약된다.

 

광고에서 널리 알려진 두 가지의 비판적 관점이 있다. 하나는 광고를 자본의 이윤 확보를 위한 착취 수단으로 여기며, '광고 무용론'을 주장하는 정통 정치경제학적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맥락에서 광고의 이데올로기 조작에 초점을 맞춰 특히 소비 문화를 비판하는 이데올로기 바판 관점이다. 이와 같은 기존의 전통적인 논점들은 최근 소비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다른 차원의 모색이 시도되고 있다. 이미 소비 사회의 성격이 짙게 나타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광고와 소비를 비난만하거나 혹은 저주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의 논리적 근거는 상품의 상징적 속성과 소비의 문화적 차원이다.

 

현대 사회에서 상품은 고유의 물질적 속성보다 상징적 특성이 중요시된다. 오늘날 상품은 생산될 때 기능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 단지 상징적 차별화를 통해서 부여된 특성만 있을 뿐이다. TV나 세탁기의 경우 가전 3사 제품들간에 성능면의 차이는 발견하기 어렵다. 자동차의 경우도 모두가 타고 다니는 교통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제품들에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은 광고 등의 판촉을 통한 차별화가 시도되기 때문이다. 또 값비싼 외국산 제품들이 사용보다는 '과시'를 위해서 구입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제품들은 과시를 상징하는 기호물로 파악될 수 있다. 상품이 이렇게 유용성을 지닌 물건이기보다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상품은 의미를 지닌 기호가 된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에서 상품은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건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기호적 성격이 더욱더 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 소비는 물리적 상품 교환이 아니라 기호와 상징들로 구성된 의미 교환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상품은 전통적으로 유용성을 가진 교환을 위한 물건이라기보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기호이기 때문에 소비는 단순한 상품 판매 및 구매 행위가 아니라 상징적 의미 교환 행위라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는 상품을 구매하는 경제적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호를 수용하는 문화적 행위로 파악된다. 소비자가 어떤 의상을 구입하는 것은 단지 그 옷이 지니고 있는 유용성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내가 만들어간다"라는 광고 카피에 나타난 '신세대 감각'이라는 상징에 의해서 소비 욕구가 자극을 받았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광고에서 '당당하고 자신에 찬 여성 이미지'는 상품의 상징적 속성으로 광고에 의해서 차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미지 차별을 통해 소비가 촉구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광고는 상품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이러한 의미들이 소비를 통해 교환된다. 자본주의 상품은 원래 판매만을 위해 생산된다. 대량 생산 체제에서 생산된 상품은 사용을 전제한 유용성은 없고, 소비를 위한 판매(교환)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상품은 유용성이 논의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사라진 유용성을 상징적으로 복원해 주는 것이 바로 광고이다.

 

광고에 의한 상징적 혹은 가상적 의미 부여는 비판적 관점에서는 이데올로기적 소비 조작으로 비판받아 왔고, 심미적 차원에서는 저속한 대중 문화의 천박성이라는 이유에서 비난을 받아왔다. 다만,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효율성에 집착할 때만 긍정과 부정의 가치판단 없이 논의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효율성에 초점을 두면 광고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뿐이지, 이것 이외의 다른 논의 사항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광고는 예전에 없었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소비 문화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광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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