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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와 종교적 신념간의 관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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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와 종교적 신념간의 관계

 

종교적 신앙은 그 인식 원리에 따라 볼 때 지식 또는 과학과 화해할 수 없는 대립을 이루고 있다. 왜냐 하면 종교적 신앙은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 및 인간의 사회적 실존 방식 내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며, 또 인간의 실제적 가능성, 관심, 욕구, 창조력, 필연적 행동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기초 위에서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적 신앙은 이러한 과학적 분석이나 이해 대신에, 사회적 생활과 인간의 특성들 속에서 작용하는 불가항력(不可抗力)적이고 불가해(不可解)한 힘들에 기반을 둔 세계상과 사회상 및 인간상을 받아들인다. 종교적 의식 속에서 이러한 힘들은 인간의 현실 세계를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초세계적인 위력의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

 

종교의 가르침이 단순히 과학적 지식으로 무력해지거나 과학적 지식에 의하여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이 발달한 요즘에도 종교는 상당히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종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신이나 초자연적인 힘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는 과학적 지식이 취급할 수 없는 문제들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며 결단이다. 과학은 삶의 의미, 선과 악, 사랑, 죽음, 결혼, 고통, 동정, 소망, 내세 등에 대해서 아무 것도 가르쳐 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우리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며 과학적 지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결단에 의하여 결정될 문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종교이다. 때문에 과학과 종교는 근원적으로 추구하는 영역이 서로 다르다.

 

종교의 영역은 일상적이고 경험적인 실재의 삶을 떠나서 초월적인 어떤 것에 관심을 두는 영역이며, 인간들이 종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인간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 살아가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노련하게 실천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종종 기대를 빗나가게 한다. 선진 과학 기술 사회에서도 인간의 운명이 변덕스럽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물론 인간이 삶의 조건들을 통제하는 능력을 증대시켜 나가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즉 인간의 욕구와 환경 사이의 알력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삶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좌절과 상실과 결핍의 상황에 놓이게 됨으로써 종교에 의지하여 이런 무력감을 극복하려고 한다.

 

이렇게 인간들이 종교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여러 철학자들은 종교를 '무한 타자와 접촉에서 생기는 경외와 신비의 감정'이라고 정의하기도 하고, 또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궁극적인 태도로써 사물에 대한 그의 전체적인 의식의 의미를 파악하게 하는 것'이란 정의도 있으며, '우리의 의무를 신의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란 칸트의 해석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라이나흐는 종교를 '우리의 자유로운 활동을 저해하는 양심의 망설임'이라고 표현했으며, 브라운은 '자아를 보호하려는 병리학적 표현'이라고 보기도 했으며, 마르크스 같은 경우에는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보면서, 인간이 자신의 나약함을 참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한 필요성에서 생긴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반론들에 따르면 종교는 인간의 운명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대한 일종의 자기 위안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을 가진 종교는 과학적 사고와 신념에 의해서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종교가 극성을 떨었던 중세 시대를 비롯해서 최근에서 종종 발생하는 종교 전쟁 등은 종교가 권력화 되어 부패하고, 사회적인 문제로 취급되는 종교의 역기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종교는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제공하여 정당한 항거를 무마하거나 억제하여 기득권 세력의 현실 유지를 돕기도 하고, 종교 사제들의 제한된 생각과 편견으로 인간 지식의 발전을 저해한다. 또한 규범과 가치를 신성화하여 특수한 상황하에서 만들어진 윤리적 규범이 마치 영원히 타당한 것인양 믿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종교의 배타적인 정체성은 인간 사회를 분열시키며, 개인의 책임과 주체성을 상실하게 만들 위험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하지만 종교의 순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종교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기원을 통해 인간의 운명과 안녕과 관련한 지지와 위로와 화해를 제공해 준다. 종교를 통하여 인류는 초월적인 존재와 관계를 맺고 그 존재에 대해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인간은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감정적인 후원이 필요하고 실망에 접했을 때 위로가 필요하며, 사회의 목표와 규범에서 소외되었을 때 사회와의 화해가 필요하다. 의례와 예배 의식을 통해서 역사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안정성과 정체성(正體性)을 위한 확고한 기반을 제시해 준다. 사회의 안정과 질서에 공헌한다. 또한 개인의 소망보다는 집단의 목표를, 개인의 충동보다는 집단의 원칙을 우위에 두어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신성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의 성장과 성숙, 인생 행로에 도움을 준다. 인생에 대한 근본 물음을 제기하여 인간의 정신적 성장과 개인의 정체성 확립을 도와 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종교는 과학과의 상호 보완 관계를 통해서 종교가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할 수 있을 때 바람직한 종교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종교는 다시 한번 종교의 발본적인 의미를 되새겨보고, 단순히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넘어서 있는 것을 좀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사고와의 교류가 필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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