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잘 하십시다 / 방정환
by 송화은율過歲[과세] 잘 하십시다
이제 12월호의 편집을 마치고 나니 우리는 이 해의 마지막 일을 마친 것이
라 아직도 실상은 11월이건만 우리에게는 섣달 그믐날입니다.
해마다 생각나는 말이지만 우리는 잡지 열두 번만 발행하면 한 살 더 먹게
됩니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에게는 1년이 단 열이틀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면 저절로 처량스런 생각이 납니다. 너무도 덧없는
생각이 나서요.
한 살 더 먹는 설움! 나는 참말로 울고 싶게 그것이 섧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나이가 늘어 가면 어찌하겠습니까? 아아! 11월에 과세
인사를 쓰는 사람의 마음은 한이 없이 쓸쓸합니다.
그러나 《어린이》편집, 십수만의 어린 동무와 동무해 나아가는 이 《어린
이》의 일은 나의 전력을 다 바쳐 하는 일입니다. 세상이 세상이라 내 마음
대로 되지 못하고 마는 일이 반이나 되지마는 그래도 나로서는 나의 재주와
나의 정성을 그대로 다 바치어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밖의 일은 모르고
살고, 관계 안 하고 살고, 또 알아도 쉬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더욱더 쉽게 나이만 늘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타깝
습니다.
더구나 금년 일 년은 아주 불쾌하고 불행한 일 년이었습니다.
국상으로 인하여 ‘어린이날’ 기념도 못하고, 공연한 시기심으로 이유 없
는 시비를 만드는 소년 운동자가 생기고, 《개벽》잡지가 없어지게 되고,
개벽사의 일이 한동안 엉클어지고, 나 개인으로는 큰 병을 앓고…….
집이 없어 이리저리 쫓겨 다니고…….
아아! 금년 일 년은 참말로 억지의 힘으로 간신히 그것들과 싸워 왔습니
다.
지금 생각하면 그 동안에 《어린이》를 굴하지 않고 발행해 온 것이 무던
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우리 십수만의 동무들도 일일이 모르는 고생 중에서 허비대어 오느
라고 금년의 일이 얼마나 밀려졌는지 모릅니다. 세계 아동 예술 전람회, 명
승탐방이 모두 밀리게 되었고 현상 상품도 늦어져서 많은 꾸지람도 받아 왔
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발표는 , 아니하였으나 꼭 하려고 계획하였던 일이 모조리
밀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할 때에 우리들의 가슴은 참말로 쓰라
렸습니다. 아무리 아무리 애를 태워도 그 복잡스런 재앙의 속에서 《어린
이》하나뿐도 죽을 힘을 들여 한 판이라 그 외의 일까지는 도저히 힘이 미
치지 못하였습니다.
참말로 참말로 말로도 시원히 할 수 없는 눈물겨운 경우를 우리는 금년에
여러 고비를 지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고생은 지나갔습니다. 그 복잡스런 중에도 우리는 힘을 다하여 모
든 일을 정돈하였습니다. 늦어졌으나 현상 상품도 모두 발송하였고 잡지는
새것이 자꾸자꾸 창간되게 되었습니다. 이 12월호를 보십시오. 정돈된 새
힘으로 우선 《어린이》이 책에도 새로 힘들인 것이 많이 있습니다.
신년호부터는 더욱 새롭게 굉장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갖 새로운
힘이 신년호로부터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 주십시
오. 우리도 한없이 기껍습니다.
과세나 잘 하십시다! 이 말은 새해를 보라, 새해를 보라고 하는 자랑의 말
같이도 됩니다. 여러분! 과세나 잘 하십시다. 신년 일은 다 장만되었으니
과세나 잘 하십시다. 나는 외치고 싶습니다!
〈《어린이》4권 11호, 1926년 12월 송년호, 방정환〉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