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고전주의(古典主義)란 무엇인가

by 송화은율
반응형

고전주의(古典主義)

1. 고전주의(古典主義)의 정의

(1) '고전(古典)'의 개념

고전은 책상 위에 놓인 옛 책을 의미한다. 고대의 경전을 말하여 옛 법식(法式)이나 모범이 되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발전했다. 서양어는 최고의 계급을 의미하는 라틴어 'classicus'에서 유래한다.

(2) 고전주의의 정의

넓은 의미로는 그리스 로마의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모범으로 하여 그것이 이룩한 완성도에까지 도달하려는 문학 정신 또는 풍격(風格)을 의미한다. 좁은 의미로는 17, 18세기 유럽 각국에서 일어난 특정한 역사적 현상으로서의 예술 사조를 가리킨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전주의와 구별하는 의미에서 신고전주의라고도 한다.

2. 고전주의의 시대적 조건

(1) 사회의 상태

르네상스 이래 서양 사회는 사회 각 영역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킨다. 정치적으로는 절대 왕정의 시대로 접어들고, 종교적으로는 마루틴 루터의 종교 개혁에 의해서 종래의 신념 체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종교 문제로 인한 종교 전쟁, 흑사병의 창궐, 신흥 부르주아들에 의한 귀족 세력의 약화 등의 사회적 변동이 일어난다. 교회의 교권이 약화되면서 계몽된 군주들의 왕권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귀족들의 자리를 부르주아들의 차지한다. 또 도시 생활이 발달하기 시작하여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질서와 규율 을 바라는 욕구가 생겨나면서 고전주의적 기풍이 살아난다.

(2) 철학적 배경

고전주의를 뒷받침한 철학은 데카르트를 위시한 합리주의자들의 이성주의였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방법서설'에서 사람들의 내부에는 똑같은 이성이 있지만 이것을 잘못 적용하는 데서 오류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제안하는 보편적 방법이 철학의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그는 이성의 활동에 법칙들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것은 기왕의 지식이나 선입관에서 벗어나 방법적 회의를 해야 하며, 분명한 사유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주의 한 명제인 "잘 이해되는 것은 분명하게 표현된다."는 생각은 이러한 데카르트의 사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데카르트 철학의 추론에 네 가지 규칙을 제안했는데 이는 고전주의 문학의 간결성, 명석성, 체계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① 전적으로 확실하고 분명하게 인식될 수 없는 것을 참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② 어려운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하려면 이를 여러 개의 개별 문제로 분해해야 한다.

③ 사상을 체계화할 경우, 가장 단순하고 가장 알기 쉬운 것, 즉 절대 확실한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④ 한 사물의 본질을 탐구할 경우, 개별자들을 완벽하게 계산하고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누락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3) 고전주의 문학 이론

고전주의를 이해하는 데는 모든 생활의 중심에 절대 왕권의 군주가 자리잡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즉, 군주는 절대주의 이념의 꽃이었을 뿐만 아니라 절대주의적 질서의 중축이었다. 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 고전주의 문학 이론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저자의 저자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권위에 의해 보장된 여러 원칙을 제정했다. 그 원칙들은 안정된 현실, 영원한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간주되었다.

모방의 원칙

문학 예술은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선택하여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기괴한 것이나 이상한 것을 배제하고 이성에 어긋나지 않는 진실한 것을 표현해야 한다.

명확한 언어의 원칙

프랑스에서 고전주의를 주도한 시인 말레르브는 "순수한 언어를 만들어야 하고, 사투리, 고어, 전문어를 몰아 내야 하며 분명한 제약을 바탕으로 한 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대에 프랑스는 발음과 문법의 규칙을 제정하고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창립하여 사전을 편찬했다.

장르 구분의 원칙

세속적인 예술과 성스러운 예술이 구분되어야 하며 또 비극적인 장르와 희극적인 장르가 구분되어야 하며 또 비극적인 장르와 희극적인 장르가 구분되어야 한다. .한 작품 안에 비극적인 요소와 희극적인 요소가 섞여서는 안 된다. 이 구분은 비단 장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평민과 귀족, 하층 계급과 왕공(王公)은 각각의 계급에 맞는 고유의 장르 형식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제재의 구분에 대한 규칙이기도 했다. 이것은 비극에서는 고상한 말이 쓰여야 하고 희극에서는 상스러운 말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규칙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개연성의 원칙

고전주의 문학 이론의 정수인 것처럼 생각되는 삼일치(三一致)의 법칙(그리스의 고전극이 요구했던 3가지 법칙, 시간, 장소, 행위의 일치를 뜻함, 극의 행위는 같은 장소에서 24시간 안에 일어나는 것이어야 한다는 법칙<시학 참조>)은 근본적으로 개연성의 법칙이었다. 여기서 개연성은 작품의 진실성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조건과 연결되는 것이다. 즉, 독자가 무대에서 상연되는 작품을 그럴 듯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작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극의 시간이 관중들이 관람하는 데 무리가 없게끔 조절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극이 다루는 사건의 시간이 하루를 넘지 않아야 하며, 장소는 상연의 조건 때문에 한 장소에서 일어나야 하며, 행동은 하나의 줄거리만을 가져야 한다는 시간, 장소, 행동의 일치를 엄격한 규칙으로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관중의 생각이나 감수성을 해치지 않게끔 예의 범절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세워 졌다. 고전주의 시대의 개연성의 법칙은 근본적으로 예의 범절의 원칙을 의미했다.

교훈성 원칙

모든 작품은 교훈적인 의도를 가져야 하며 관객을 선도할 의무가 지워져 있었다.

3. 고전주의 문학의 전개

고전주의는 프랑스의 앙리 4세와 루이 13세 시대에 싹을 틔운다. 절대 국가의 현실에 상응하는 기풍을 사회에 진작시키는 가운데 리슐리외의 국정 개혁과 함께 추진된 것이 시인 말레르브의 문학계 정돈이었다. 비극 '로시드'의 작가 코르네유와 희극 '타르튀프'의 작가 몰리에르가 활발한 활동을 펼친 이 시대는 전기 고전주의 시대라고 불린다. 코르네유는 그의 희곡에서 정열의 욕구와 의무의 명령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을 그렸으며, 몰리에르는 성격 희극을 통해 당대의 사회 현실을 비판했다. 몰리에르의 주인공들은 고전주의의 유형적 주인공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 무렵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규율이 중시되던 시기이다.

1660년에서 1685년에 이르는 고전주의 전성기는 루이 14세 시대로 라신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라신은 억누를 수 없는 욕망과 같은 숙명과 그들의 도덕적 의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극의 주인공들을 창조하였다. 고전주의 문학 이론을 규범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부알로가 '작시법'을 출간하여 시학의 보편 이론을 확립한 것도 이 시기이다. 루이 14세에 치세(治世) 후반기에는 점차 쇠퇴의 징조가 나타나는데 고전주의 규범에 대한 회의와 함께 신구 논쟁이 펼쳐진 것은 꼭 고대 작가들을 모방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진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고전주의 시기 동안 프랑스 문학은 작품에서 중세 궁정풍의 예의 바른 사랑의 전통을 되살리며 말을 부자연스럽게 꾸며 나타내는 완곡 어법을 발달시킨다. 프랑스에서 전범을 보인 고전주의는 영국과 독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국의 드라이든은 프랑스의 고전주의 이론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셰익스피어 이래의 영국적 전통에 견주어 검토하는 입장을 지녔기 때문에 수용이라기보다는 소개에 그쳤다. 드라이든과 함께 포프가 대표적인 작가이지만 고전주의적인 특징과 동시에 계몽주의적인 성격을 뚜렷하게 지닌 작가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은 출발을 보였던 독일에서는 낭만주의가 빛을 볼 뿐 문학계 전반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4. 고전주의와 계몽주의

고전주의의 발전에서 절대 왕정이 외적인 자극을 주었다면 내적인 계기는 이성주의였다. 작품의 통일성을 추구하고 간결하며 명석한 표현을 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정신이 주축이 되어야 했다. 인간의 이성이 진리 발견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믿음은 점차 고전주의 문학에 대한 회의도 가져오는데 이 회의는 과학에 대한 열광과 새로이 등장하는 휴머니즘에 힘입어 교회와 왕정, 전통이 유지시켜 오던 편견들에 대한 싸움으로 발전한다.

고전주의 후기에 해당하는 18세기 전반에 활동한 포프, 볼테르, 몽테스키외 등의 계몽주의는 고전주의에 나타난 이성주의의 한 양상일 뿐만 아니라 낭만주의의 전조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의 계몽주의는 좀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세계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세우려고 했고, 종래의 문학적 모델들을 풍자와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았다. 볼테르의 '캉디드'나 독일의 레싱 쓴 '함부르크 희곡론'은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고전주의의 이러한 작품들 속에서 의심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위선적이고 부조리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작가가 고전주의를 지향하던 시기의 산물(産物)임에도 낭만주의적인 특성을 일정하게 지니게 된 것은 고전주의의 권위에 합리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 계몽주의적인 사고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이 시대에 에세이 형식이 발달하고 많은 우화 문학이 창간된 것도 이와 관련되는 현상이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