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고성오광대(固城五廣大)

by 송화은율
반응형

고성오광대(固城五廣大)

 

제1장

중이 고깔을 쓰고 장삼을 입고(혹은 두루마기를 어깨에 걸침) 소무(小巫)에게 접근하여 호려내는 시늉을 하면서 늘어진 굿거리 장단(長短)에 따라 대무(對舞)한다.

- 중이 각시를 유인하는 장면에서 중의 타락상을 풍자

제2장

문둥이가 벙거지를 쓰고 검은 더거리를 입고는 북과 부채를 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춤을 추면서 등장하여 무대 중앙에 와서 가리었던 손을 내리고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북춤을 한바탕 추다가 퇴장한다.

- 북춤 마당으로 문둥광대가 북춤을 추는 마당

제3장

굿거리 장단이 주악(奏樂)으로 나온다. 음악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붉은 더거리 입은 초란이가 등장하면 따라서 유색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제밀지, 짧은 흰 치마 저고리를 입어서 허리가 드러난 할미, 패랭이 쓰고 검은 더거리를 입고는 한쪽 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한손에 채찍을 든 말뚝이, 털이 있는 수피(獸皮) 제관(製官)을 쓰고 유복(儒服)을 입고 지팡이를 든 청보 양반, 갓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고 부채를 든 젓양반, 갓 쓰고 평상복을 입은 갓양반이 등장한다. 모두 적당한 곳에서 서서 음악에 따라 덧배기 춤을 춘다.

청보 양반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쉬 - [주악이 그친다. 따라서 할미와 제밀지는 퇴장하고 어릿광대인 젓양반·갓양반·초란이는 춤을 추다가 엉거주춤 일렬(一列)로 서고, 말뚝이는 청보 양반을 마주 보고 선다.] 소년(少年) 당상(堂上) 아해(兒孩) 도령 좌우로 늘어서서 말 잡아 장고(長鼓) 메고 북 메고 안성(安城)마치 캥수 치고, 운봉(雲峰) 내기 징 치고 술 거리고 떡 치고 홍문연 높은 잔치 항장군이 칼춤 출 때 마음이 한가(閑暇)하여 석상(石床)에 비기 앉아 고금사를 곰곰 생각할 때, 어데서 융박 캥캥 하는 소리 양반이 잠을 이루지 못하여 나온 짐에 말뚝이나 한번 불러 보자. 이놈 말뚝아 -

 

어릿광대 일동(젓양반·갓양반·초란이) (제각기) 말뚝아, 말뚝아.

 

청보양반 쉬 - (말뚝아 부르면서 흥청거리는 어릿광대들의 면상을 탁탁 친다.)

 

어릿광대 일동 (제각기) 아야, 아야, (굿거리 장단이 나온다. 음악에 맞추어 덧배기 춤을 모두 어울리어 한바탕 춘다.)

 

청보 양반 (지팡이를 두르면서) (쉬 - 음악 그친다.)

 

말뚝이 동정은 광활(廣闊)하고, 천봉(千峰)만학(萬壑)은 그림을 그려 있고, 수상(水上) 부용(芙蓉)은 지당(池塘)에 잔잔한데, 양류(楊柳)천만사(千萬絲) 번유춘광(繁柳春光) 자아내니 별유천지(別有天地) 비인간(非人間)이라, 어데서 말뚝이 부르든지 나는 몰라, 말뚝이 문안이오, 말뚝이 문안 받으면 양반 머리가 툭 터진다.(채찍으로 양반의 면상을 탁 친다.)

 

청보양반 벼룩이 뛴다.

 

어릿광대 일동 (덩달아서 나서며) 벼룩이 툭 벼룩이 툭,

 

청보양반 쉬 - 이놈 말뚝아 - 잔말 말고 인사나 탱탱 꼬라 올려라.

 

말뚝이 (젓양반과 갓양반을 가리키며) 이 양반은 그 누구시오? 저 양반은 누구시오? 평양감사 갔던 청보 생원(生員)임이올씨까?

 

청보양반 청보 생원님은 이 양반이 청보 생원님이다. 이놈 말뚝아, 저 밑에 선 저 도령님이 남 보기에는 빨아 놓은 김치 가닥 같고, 밑 구멍에 빠진 촌충(寸蟲)같아도 평양 감사 갔을 때에 놓은 도령님이니, 인사나 탱탱 꼬라 올려라.

말뚝이 예, 올소이다. (손에 쥔 채찍으로 일동의 면상을 그으니 모두 아야 아야 소리를 치고 '이놈 말뚝아 - '하면서 오쫄거린다.)

 

청보 양반 이놈들 시끄럽다. (모두 엉거주춤 선다.)

 

말뚝이 날이 뜨뜨부리하니 양반의 자식들이 흔터에 강아지 새끼 모인 듯이, 물끼에 숭어리 모인 듯이 연당(蓮塘) 못에 줄나무싱이 모인 듯이 모두 모이어, 제 의붓아비 부르듯이 말뚝아 부르니 듣기 잔히 앳꼽아 못 듣겠소.

 

청보양반 (크게 성내어) 이놈 의붓아비라니 (청보양반과 어릿광대들이 말뚝아 말뚝아 부르며 흥청거리면, 굿거리 장단이 나온다. 음악에 맞추어 등장 인물 일동이 덧배기 춤을 춘다.)

 

쉬 - (음악 춤 그친다) 이놈 말뚝아 -

 

말뚝이 예, 소인은 상놈이라 이놈 저놈 하지마는 내 집 근본 들어 보소, 우리 선조(先祖) 칠대 팔대 구대조께옵서는 벼슬이 일품(一品)이라 병조(兵曹) 판서(判書) 이조(吏曹)판서(判書)도 더럽다고 아니하고, 육대 오대 사대조게서옵서는 좌우승지를 지내시니 그 근본이 어떠하오.

 

청보양반 이놈, 네 근본 제쳐두고 내 근본을 들어 보아라. 기생이 팔선년요. 비자(婢子)가 열둘이요, 마호군이 스물이요, 농노군이 서른이라, 그 근본은 어떠하노?

 

말뚝이 허허허허 …… 그 근봉 자아니 좋소. (등장인물 일동이 제각기 '그것은 내 근본이다.', '내 양반 근본이다.' 하면서 '옹박캥캥 호로호로 삣죽'하고 흥청거리면, 굿거리 장단이 나오고 이 장단에 맞추어 덧배기 춤을 춘다.)

 

청보양반 쉬 - (음악, 춤 그친다.) 이 때는 어느 때냐? 춘삼월(春三月)호시절(好時節)이라 석양(夕陽)은 재를 넘고 강마(江馬) 슬피 울 때, 한 고을 내려가니 마하연에 난양공주·영양공주·계섬월·진채봉·심요연·적경홍·가춘운·백능파 모두 모두 모여서 나를 보고 반기하니 이내 작순이가 철철철철(청보양반이 흥청거리기 시작하면 굿거리 장단이 나오고 일동이 덩달아서 음악에 맞추어 덧배기 춤을 춘다)

 

쉬 - (음악이 그친다) 이놈 말뚝아 - 科擧길이 빠오니 가진 안장(鞍裝) 차리어라.

 

말뚝이 예 - 마판(馬板)에 들어가서 서산(西山)에 몰아내어 가진 안장 차릴 적에 청홍색 고운 굴레 주먹 상모 걸어 매어 앞오 잡아 걸어 매고 뒤도 잡아 걸어 매니 호피(虎皮) 등에 새가 난다. 노새님 끌어냈소.

 

청보양반 (크게 화를 내어 지팡이를 쳐들며) 이놈 말뚝아, 노생원님이라니

 

어릿광대 일동 (따라서 제각기) 노생원님이라니.

 

청보양반 시끄럽다

 

말뚝이 청노새라 말씀이요.

 

청보양반 네 말 내 말 잘 못 들은 죄로 네 귓구멍에다 내 작순이로 쿡 처박자. (어릿광대 일동 제각기 '청노새. 청노새'하고 흥청거리면 굿거리 장단이 나오고 그 음악에 맞추어 등장 인물이 덧배기 춤을 춘다.)

 

- 말뚝이와 청보 양반과의 대화를 통해 양반을 풍자

제4장

비비가 보자기를 둘러쓰고 등장하여 젓양반 이외의 등장 인물에게 한 사람씩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비비' 소리를 내면 모두 깜짝 놀라 '이크, 이게 무엇고?' 하면서 차례로 퇴장한다.

 

비비 (젓양반 주위를 왔다갔다하다가 가까이 가서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비비' 소리를 지르며 젓양반 앞으로 왈칵 달려드니 그만 젓양반이 넘어진다. 왼손을 다친 시늉을 하면서 일어나서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침을 내어 왼손에 놓은 뒤 흔들어 나았다는 몸짓을 하고 두 팔을 둥둥 걷어 올린다.) 내가 죽을 요량하고 할 기라(지팡이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내가 인제 살았으니 이놈 근맥(筋脈)을 좀 알아보겠다. (비비 가까이 간다.) 이거 짐승은 짐승인데 말하는가 보자. 네가 무엇고?

 

비비 내가 비비다.

 

젓양반 아따 이놈이 말로 한다. 어데서 무엇 먹고 살았노?

 

비비 저 경기도 삼각산서 네 같은 양반 구십구 명을 잡아 먹고 넬로 먹으면 백 명이다.

 

젓양반 아따 그놈 참 겁난다. 다른 것은 못 먹나?

 

비비 오만 것 다 잘 먹는다.

 

젓양반 그러면 늑대도 잘 먹나?

 

비비 잘 먹지.

 

젓양반 호랑이도 먹을 줄 아나?

 

비비 잘 먹지

 

젓양반 말도 먹나?

 

비비 말도 먹는다

 

젓양반 소도 먹나?

 

비비 소도 먹지.

 

젓양반 개도 먹나?

 

비비 그것은 더 잘 먹고, 치도 잘 먹는다.

 

젓양반 치치치치(생각을 더듬는다). 옳다. 메루치 갈치 공치 물치 참지 송치도 잘 먹나?

 

비비 그것은 더 잘 먹는다.

 

젓양반 그러면 육산(陸産) 고기도 잘 먹나?

 

비비 잘 먹지.

 

젓양반 나 양반이다.

 

비비 양반은 더 잘 먹는다.

 

젓양반 너거 할배도 잘 먹나? 내가 너거 할애비다.

 

비비 예끼, 순!(양반에게 왈칵 달려든다.)

 

젓양반 (피한다) 비비 촐촐 둥둥 캥캥 (흥청거리며 굿거리 장단이 나온다. 이 음악에 맞추어 젓양반과 비비가 어울리어 한바탕 덧배기 춤을 추다가 제밀지 나오면 젓양반과 비비는 퇴장한다.)

 

- 비비가 등장하여 양반을 풍자

제5장

영감 (제밀지를 따라서 갓 쓰고 평상복을 입고 등장, 무대 중앙에 선다.) 마당쇠야 -

 

마당쇠 (등장) 예 -

 

영감 안에 들어가 술상 차려 오너라.

 

마당쇠 예 - (퇴장하여 술상을 차려 등장하였다가 놓고는 곧 퇴장한다.)

 

제밀지 [술상 머리에 앉아 한 잔 따라 영감에게 권한다. 영감이 받아 마시고서는 시조(時調) '이 술 한 잔 잡수면 천 년이나 … 따위'와 단가(短歌) '죽장(竹杖) 짚고 망혜(芒鞋) 신어 천리 강산 들어가니… 따위'를 한 마디씩 부르고 제밀지와 어울리어 춤을 추면서 흥겨워 논다.]

 

할미 (등장하여 무대를 돌면서) 영감 - 영감 -

 

영감 (능청스럽게 귀를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하다가 일어나 무대를 돌다가 할미와 마주 치어 서로 양팔을 잡는다.)

 

할미 영감을 찾으려고 조선 팔도로 다니면서 둥둥이 골골이 참빗 골골이 다녔소. 내가 할 수 없이 물숭전 팔다가 소나기 비를 만나서 낯이 붉고 푸릅니다.

 

영감 너 코는 왜 이렇노?

 

할미 내가 할 수 없어서 영감 하나를 얻었더니 창병(瘡病)이 올라서 내 코가 썩었소. (훌쩍거리며 눈물을 지운다.)

 

제밀지 [이 광경을 보고 자탄(自嘆)가 '이 팔자가 웬일이냐'를 부른다.]

 

할미 [제밀지의 자탄가 소리를 듣고 영감이 첩을 얻었다고 제밀지에게로 가서 탄식한다.) 내가 속았구나. (할미와 제밀지 서로 싸우며 제각기 '내가 속았다'라고 하면서 영감을 잡아 당긴다.)

 

영감 (할미를 보고) 네가 작은 각시 얻었다고 야단치니, 내 같은 오입쟁이가 더런 넬로 다리고 살겠나마는 부모가 정해 준 배필이라 할 수 없이 네를 좀 생각하는데 네가 너무한다.

 

제밀지 아이구 배야 - (갑자기 아이 낳은 시늉을 한다)

 

영감 (허겁지겁) 마당쇠야 -

 

마당쇠 (등장) 예 -

 

영감 황봉사 다리고 오너라.

 

마당쇠 예.(퇴장)

 

황봉사 (마당쇠를 앞세우고 더듬거리며 북을 들고 등장, 북을 놓고 두드리며 경문 읽는다.)

 

마당쇠 (황봉사를 데리고 와서 곧 퇴장)

 

영감·할미 (정화수를 떠 놓고 절을 하며 축수한다.) 속히 순산하여 주십사.(아이 울음소리가 난다.)

 

영감 (생남했다고 좋아하며 아이를 부둥켜 안고 어룬다.)

 

할미 (영감에게서 아이를 받아 어루다가 떨어뜨려 죽인다.)

 

영감·제밀지 (할미를 때려서 죽인다. 퇴장)

 

상두군 4인 (힌 보자길를 들고 등장하여 죽어 넘어진 할미를 덮어 싸서 상여로 어룬다.)

 

영감 (굴건 쓰고 등장. 상여 뒤를 따른다.)

 

상주 2인 (등장. 상여 뒤를 따르며 서로 다투어 말한다.) 내가 큰 상주다. 네가 작은 어미한테서 낳다.

영감 애고 애고, 어이 어이. (상두군이 어루는 상여 뒤를 따르면서 우왕좌왕하며 한바탕 놀고 퇴장한다.)

 

- 영감, 제밀지, 할미가 등장하여 처첩 갈등으로 인한 가족 제도의 모순을 풍자.

요점 정리

연대 : 미상

작자 : 미상

채록 : 정상박(鄭尙朴)

형식 : 민속극, 가면극의 대본

구성 : 다섯 마당

제재 : 양반의 무능

주제 : 무능한 양반에 대한 풍자

출전 : 정상박 채록본

기타 : 고성 오광대는 모두 다섯 마당으로 짜여져 있다.

구성 :

첫째 마당은 ‘중춤’이다. 중과 각시가 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춤을 춘다. 중이 각시를 유혹하고 각시는 마주보고 그에 응하는 요염한 춤을 춘다.

 

둘째 마당은 '문둥이'로, 오그라진 손으로 소고(小鼓)를 들고 등장하여 벌벌 떨면서 문둥이의 흉내를 내며 춤을 춘다.

셋째 마당은 '오광대'로 양반이 위엄을 부리고 마부인 말뚝이에게 인사를 강요하지만 말뚝이는 반항한다. 양반이 말뚝이를 윽박지르면 슬그머니 말을 돌려서 변명하고, 양반은 그것을 듣고 속아서 더욱 바보스럽게 된다. 다른 지방 오광대의 양반마당에 해당하는 것이다.

 

넷째 마당은 '비비'이다. 비비는 상상의 동물로 영노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호드기와 비슷한 것을 불어 '비-비-'하고 소리내기 때문에 '비비' 혹은 '비비촐촐'이라고 한다. 다른 오광대의 영노마당에 해당한다. 비비가 양반을 만나 무엇이든 잘 잡아먹는다고 하자 양반은 먹히지 않으려고 자기는 양반이라고 하자 비비가 양반은 더 잘 잡아먹는다고 한다. 양반은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너의 할아버지라고 하니, 비비가 잡아먹지 못하고 서로 어울려 덧베기춤을 추고 퇴장한다.

 

다섯째 마당은 ‘제밀주’이다. 할미가 나와 집 나간 영감을 찾아다니고, 영감은 제밀주라는 첩을 데리고 나타난다. 제밀주가 득남하고 할미가 그 아이를 어르다가 떨어뜨려 죽여서 제밀주에게 맞아 죽고 할미의 상여가 출상한다. 이것은 다른 지방 오광대의 영감, 할미마당에 해당한다. (자료 출처 : 국어국문학자료사전)

내용 연구

수피제관 :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갓.

캥수 : 꽹과리

거리고 : 거르고

홍문연 : 기원전 206년 한나라의 고조 유방과 초나라의 왕 항우가 중국 섬서성 임동현 동쪽에 있는 홍문에서 연회를 할 때 항우가 범중의 권유에 따라 유방을 죽이려 하자, 유방은 장양의 꾀로

도망을 쳤다. 홍문의 회(會)

짐에 : 김에

동정 : 중국 호남성 북부에 있는 중국에서 가장 큰 민물 호수.

천봉 만학 ; 수많은 산봉우리와 산골짜기

수상부용 :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양류 천만사 :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양버들 가지란 뜻.

번유춘광 : 무성한 버들에 깃들인 봄빛이라는 뜻

별유천지 비인간 : 이태백의 '산중답속인' 중의 마지막 구절. 경치가 썩 뛰어나게 아름다운 지경을

뜻함.

꼬라 : 고해

가닥 : 가락

뜨뜨부리하니 : 뜨뜻미지근하다.

흔터 : 빈터

줄나무싱이 : 줄남생이

앳꼽아 : 아니꼬워

자아니 : 장히

난양공주·영양공주·계섬월·진채봉·심요연·적경홍·가춘운·백능파 : '구운몽'에 나오는 여덟 선녀의 속세 이름

반기 : 반가워

작순이 : 작대기

빠오니 : 바쁘니

기 : 것이

삼각산 : 북한산을 말함. 백운·인수·만경의 세 봉이 있어 삼각산이라고도 함.

넬로 : 너를

메루치 : 멸치

물숭전 : 물감

더런 : 더러운

이해와 감상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탈놀이로는 중부지방의 산대놀이(山臺劇), 해서(海西) 지방의 탈춤, 영남 지3방의 오광대놀이와 들놀음을 들 수 있다. 이 중 오광대놀이는 예전에는 광범한 지역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보이나 오늘날은 고성 오광대놀이와 통영 오광대놀이만 전해 온다. 고성 오광대놀이는 원래 나무탈을 쓰고 놀았으나 현재는 종이탈이나 바가지탈을 쓰고 논다. 이 놀이는 모두 다섯마당으로 짜여져 있다.

제1마당은 승무(僧舞) 마당으로 중이 고깔을 쓰고 장삼을 입고 소무(小巫)에게 접근하여 호려내는 시늉을 하면서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는 마당이며,

제2마당은 북춤 마당으로 문둥 광대가 벙거지를 쓰고 검은 더러기를 입고 북춤을 추는 마당이다.

제3마당은 오광대 마당으로 말뚝이가 양반들에게 모욕을 주며 같이 어울려 춤을 추고 재담을 주고받는 마당이며,

제4마당은 비비마당으로 비비가 등장하여 양반을 놀려 대면서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마당이다. 마지막 제5마당은 제밀지 마당으로 처첩의 갈등으로 본처가 죽어 상여가 나가는 마당이다. 이 놀이는 양반에 대한 풍자와 처첩의 갈등으로 인한 봉건 가족 제도의 모순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화 자료

가면극의 표현상의 특징

대사는 일상성을 떠나서 대담하게 재구성되어 있다. 대사가 있는 인물과 대사가 없는 인물의 대립,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의 대사까지 하는 특이한 방식이 사용되기도 하고, 고상한 대사를 비속한 대사로 급격히 뒤집음으로써 희극적 비판이 효과적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이야기 줄거리에 의지하지 않는 갈등만의 구성을 볼 수 있다. 한 편의 가면극은 여러 과장(科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과장들에서 사건의 연결은 지속되지 않지만, 주제를 이루는 갈등에서는 서로 부딪친다. 한 과장 안의 부분들도 독자적인 성격을 지니면서 대립적 통일에 의해 한 과장 전체를 이룬다.

탈춤

판소리

극적인 요소가 중심을 이룬다.

극적인 요소가 제한된다.

춤 동작이 중심이다.

소리(창)가 중심이다.

희곡 문학에 가깝다.

서사 문학에 가깝다.

말과 동작으로 보여 준다.

사건을 이야기로 꾸민다.

대사 중심으로 표현된다.

서술, 묘사, 대화로 표현된다.

고성오광대(固城五廣大)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읍에 전승되고 있는 탈놀이.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이 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구전자료와 학자들의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조선 말기까지 고성읍에는 관속들이 놀던 가면극이 있었고, 1910년경에 남촌파(南村派) 한량들이 통영오광대를 보고 오광대놀이를 하였고, 그 뒤 창원오광대(昌原五廣大)의 영향을 받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탈놀이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연희자는 서민층에 속하는 주민 가운데 음악과 춤에 능하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중에서 연장자가 주관을 하였다. 이들 연희자가 주동이 되어 일심계(一心契)를 조직하여 음력 정초에 고성 몰디 뒷산 도독골 잔디밭에서 연습을 하는 한편, 지신밟기를 하여 경비를 염출해서 음력 정월 보름날 저녁에 장터 또는 객사 마당에서 놀이를 하였다.

오광대가 인기가 있자 추석에도 논 적이 있었고, 일심계의 봄철놀이를 할 때도 밤내 자갈밭에서 놀기도 하였다. 무대는 특별한 장치가 없이 땅에서 그대로 연희하며, 악사는 놀이마당 가장자리에 앉고 관객은 그 주위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구경한다. 조명은 놀이마당 가운데 두서너 곳에 장작불을 놓아서 밝힌다.

놀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마당은 ‘ 중춤 ’ 이다. 중과 각시가 굿거리장단에 맞추어서 춤을 춘다. 중이 각시를 유혹하고 각시는 마주보고 그에 응하는 요염한 춤을 춘다.

둘째마당은 ‘ 문둥이 ’ 로, 오그라진 손으로 소고 ( 小鼓 )를 들고 등장하여 벌벌 떨면서 문둥이의 흉내를 내며 춤을 춘다.

셋째마당은 ‘ 오광대 ’ 로 양반이 위엄을 부리고 마부인 말뚝이에게 인사를 강요하지만 말뚝이는 반항한다. 양반이 말뚝이를 윽박지르면 슬그머니 말을 돌려서 변명하고, 양반은 그것을 듣고 속아서 더욱 바보스럽게 된다. 다른 지방 오광대의 양반마당에 해당하는 것이다.

넷째마당은 ‘ 비비 ’ 이다. 비비는 무엇이든지 잘 잡아먹는 상상의 동물로 영노라고도 한다. 고성오광대에서는 호드기와 비슷한 것을 불어 ‘ 비 ― 비 ― ’ 하고 소리를 내며 양반을 혼내기 때문에 ‘ 비비 ’ 혹은 ‘ 비비촐촐이 ’ 라고 한다.

이 마당은 다른 지방 오광대의 영노마당에 해당한다. 비비가 양반을 만나 무엇이든지 잘 잡아먹는다고 위협한다. 양반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양반이라고 하자 비비가 양반은 더 잘 잡아먹는다고 한다. 양반이 궁여지책으로 너의 할아버지라고 하니 비비는 잡아먹지 못한 채 욕설만 하고 서로 어울려 덧뵈기춤을 추고 퇴장한다.

다섯째마당은 ‘ 제밀주 ’ 이다. 본처인 할미가 등장하여 집을 나간 영감을 찾아다니고, 영감은 제밀주(혹은 제밀지)라는 첩을 데리고 나타난다. 제밀주가 득남하고 할미가 그 아이를 어르다가 떨어뜨려 죽여서 제밀주에게 맞아죽고 할미의 상여가 출상한다. 이것은 다른 지방 오광대의 영감 · 할미마당에 해당한다.

탈은 조선 후기에는 나무로 만들어 썼다고 하나 광복 이후에는 마분지를 짓이겨서 만들어 쓰다가 다시 일부 가면을 나무로 만들기도 했는데, 다른 지방에 비해 극채색(極彩色)을 많이 쓴다.

현재 사용하는 탈은 문둥이 · 말뚝이 · 원양반 · 청제양반 · 적제양반 · 백제양반 · 흑제양반 · 홍백양반 · 종가도령 · 비비 · 비비양반 · 중 · 각시 · 영감 · 할미 · 제밀주 · 마당쇠 등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쓰고, 봉사 · 상주 · 상두꾼은 탈을 쓰지 않는다. 현재 사용하는 나무로 만든 탈은 마분지로 만든 것보다 사실적으로 변모하였다.

춤의 반주음악으로는 주로 굿거리장단이 쓰이고, 반주악기는 원래 피리 · 젓대 · 해금 · 가야금 · 거문고 · 장구 · 북 · 꽹과리 등이었다고 하나 근년에는 꽹과리 · 징 · 장구 · 북 등 농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춤은 ‘ 덧베기춤 ’ 이라고 부르는데, 배역에 따라서 그 인물의 성격이 춤으로 표현되어 종류가 나눠진다. 즉, 말뚝이 춤은 동작이 크고 도약이 심하고 베김새가 힘찬 건무 ( 健舞 )이고, 양반춤은 유연한 춤사위를 보인다.

문둥이춤은 문둥이가 파리 잡아먹는 모습 등 그 생태를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제밀주와 소무의 춤은 남성이 추지만 맵시를 부리는 여성무를 추고, 할미춤은 팔을 크게 벌리고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며 외설적인 동작으로 익살스럽게 춘다.

극의 줄거리는 항상 같지만 대사는 엄격히 고정된 것이 아니고 연희자의 흥취와 관객의 반응에 따라서 놀이할 때마다 첨삭되는데, 연희자였던 천세봉 ( 千世鳳 )의 필사본 〈 오광대흥유순서급자담 五廣大興遊順序及諮談 〉 과 그것을 옮겨쓴 것으로 보이는 홍성락 ( 洪成洛 )의 같은 이름의 필사본에는 놀이마당의 순서가 위와 같이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첫째마당 문둥북춤, 둘째마당 오광대, 셋째마당 비비, 넷째마당 중춤, 다섯째마당 제밀주로 연희하고 있다.

노래는 극의 줄거리와 직접 관계가 없는 내용의 시조 · 잡가 · 민요 등을 극을 전개하면서 필요에 따라 부른다. 노는 순서도 고정되지 않아 놀이할 때에 따라서 바뀌기도 한다.

1930년경 일제의 금지로 중단되었다가 광복 후 재연하여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69년 사단법인 고성오광대연수회를 만들었고, 1973년 고성오광대 전수회관을 마련하였다.

 

역대 예능보유자로는 김창후(金昌後, 양반) · 천세봉(가면제작) · 배갑문(裵甲文, 원양반) · 홍익수(洪益洙 또는 成洛, 문둥이) · 남상국(南相國, 장구) · 최응두(崔應斗, 연출지도) 등이 있었다.

 

1998년 현재는 허판세(許板世, 양반) · 이윤순(李允純, 악사)이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다. 대사본으로는 천세봉필사본 〈 오광대흥유순서급자담 〉 , 정상박(鄭尙 淇 )채록본, 이두현(李杜鉉)채록본 등이 있다.

≪ 참고문헌 ≫ 韓國假面劇(李杜鉉, 韓國假面劇硏究會, 1969), 韓國의 民俗劇(沈雨晟, 創作과 批評社, 1975), 野遊 · 五廣大(康龍權, 螢雪出版社, 1977), 탈춤의 역사와 원리(趙東一, 弘盛社, 1979), 오광대와 들놀음연구(정상박, 집문당, 1986), 五廣大小考(宋錫夏, 朝鮮民俗 1, 1933), 五廣大 形成에 관한 序說(鄭尙 淇 , 語文學 33, 1975), 固城五廣大臺詞(鄭尙 淇 , 국어국문학, 1960), 重要無形文化財指定資料-五廣大-(李杜鉉 · 金千興, 문화재관리국, 1964).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