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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의 새해 / 김영랑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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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의 새해 / 김영랑

 

해는 저물 적마다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을 잊음의 큰 바다로 흘려 보내지만

우리는 새해를 오직 보람으로 다시 맞이한다

멀리 사천 이백 팔십 일년

흰뫼에 흰눈이 쌓인 그대로

겨레는 한결같이 늘고 커지도다

일어나고 없어지고 온갖 살림은

구태여 캐내어 따질 것 없이

긴긴 반만년 통틀어 오롯했다

 

사십 년 치욕은 한바탕 험한 꿈

사년 쓰린 생각 아즉도 눈물이 돼

이 아침 이 가슴 정말 뻐근하거니

나라가 처음 만방평화의 큰기둥 되고

백성이 인류 위해 큰일을 맡음이라

긴 반만년 합쳐서 한 해로다

새해 처음맞는 겨레의 새해

미진한 대업 이루리라 거칠것없이 닫는 새해

이 첫날 겨레는 손 맞잡고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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