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건축의 의미

by 송화은율
반응형

() 사람이 나이를 먹듯, 집도 나이를 먹는다. 사람과 집의 차이가 있다면, 사람은 태어나 생장리듬이 최고조에 달하는 젊음의 시기가 절정이라면 집은 주로 갓 완성되었을 때의 때묻지 않은 모습이 가장 매혹적이다. 또 사람이 늙으면 육체가 말을 듣지 않듯이 집도 시간이 흐르면 손볼 데가 많아져 점점 사용에 불편을 느끼게 된다.

 

사람처럼 집도 생장리듬이 있는데, 다만 사람보다 그 시간이 길다는 점이 다르다. 사람이 젊은 시절을 지나 중년이 되면 각자의 인품에 차이가 나타나듯 집도 시간이 흐르면 내외부의 공간을 비롯한 세세한 부분에서 많은 차이점이 생기게 된다.

 

() 얼마 전, 원서동에 있는 럭키금성 구회장댁이 과학기술 전문도서관으로 용도가 바뀐다는 뉴스를 들었다. 1967년 지어진 이래 27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모 문화재단에 출연되어 국제 통신망을 이용한 학술정보 기지화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집의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고 김수근 교수가 설계한 이 집은 전자 도서관으로 기능을 바꾸기 위해 건물의 원형은 최대한 살리는 방향에서 일부 증축, 오는 964월 개관한다는 소식에 이 집의 생명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 건축은 기능 이전에 공간과 형태로서 존재한다.

 

집의 기능은 라디오의 부품을 맞추듯 정확한 작동을 우선해 설계되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아니 그보다 건축가는 설계에서 요구하는 기능이 어떻든 간에 공간과 형태를 통해 항상 집의 기능을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런 의미에서 금번 구회장댁을 전자 도서관화한다는 소식은 섭섭한 가운데서도 집에 새 생명을 준다는 측면에서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대중적 건축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한 증거로 스스로 안위해 본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