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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빗소리 1 - 박화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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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빗소리 1 - 박화목



  작자 : 박화목(1923- ) 호 은종(銀鍾). 평양 출생. 봉천 신학교 졸업. 1941년 『아이생활』에 동시 「피라미드」를 발표하여 등단. 『죽순』, 『등불』 동인. 
  그의 작품에는 기독교적 이상주의가 저변을 이루어 조용함과 허무감을 풍기는 것이 특색이다. 후기에 와서 현실의식, 과학문명, 인생의 사색과 그 의미 등의 탐구에 주력하였다. 
  시집으로 『시인(詩人)과 산양(山羊)』(장학출판사, 1958), 『그대 내 마음의 창가에 서서』(보문출판사, 1960), 동시집 『초롱불』(인문사, 1957), 『꽃이파리가 된 나비』(아중문화사, 1972) 등이 있다. 

  

<감상의 길잡이>

세상에는 가을이 왔으나 시의 화자에게는 찾아올 누가 없다. 그래서 외롭고 슬픈 그에게 비[雨]는 비(悲)와 같다. 그의 창에는 밤새 가을비가 내렸는데, 외로운 그 창의 주인은 그 소리를 누가 두드리는 소리로, 누군가가 울리는 기타의 슬픈 가락으로 들었다. 비에 젖은 담쟁이 잎들은 말없이 창밖에 색바랜 채 있는데 시의 화자는 그것이 `이별을 결심하고 찾아온 마지막 시간의 그 여인'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가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이리라.


  봄부터 생명의 기운을 내뿜던 나무잎들은 가을을 맞이하여 그 한살이의 마감을 준비한다. 가을의 햇빛은 스산히 맑아서, 시의 화자는 그것을 `종말의 화사한 볕'이라고 했다. 그리고 때론 비가 내리기도 해 일찍 바랜 힘없는 잎사귀들을 떨어지게 한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시간, 끝을 맞이하는 불가항력의 시간에, 시의 화자는 상심하고 있다. 모든 것들이 이렇게 아래로 떨어져 낮아지는 계절에는 상심하여 침묵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더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편견일까, 시시한 통념일까. 어쨌든 시인은 가을을 보았고, 비를 보았고, 바랜 잎들을 보았고, `조국의 자랑이라는 가을 하늘'이 흐려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 가운데 그 계절에 어울리는 조각을 꺼내 시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해설: 이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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