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가무백희(歌舞百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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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백희(歌舞百戱)

 

국가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나 연회에서 베풀어졌던 노래·춤·기예.

 

문헌에 이 용어가 처음 보이는 것은 〈삼국사기〉 권1 신라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가배조(嘉俳條)에서이다. 신라의 부녀자들은 길쌈내기를 하여 진 편이 주식(酒食)을 갖추어 이긴 편을 대접했는데 이때 가무백희를 놀고 이를 가위라고 했다고 한다. 문헌 자료 외에도 고구려 고분벽화에 마상재(馬上才) 칼싸움, 막대기와 공을 던지는 농환(弄丸), 양걸[踏] 등이 그려져 있어 고구려에서는 4세기 이전부터 잡희(雜戱)가 성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의 가무백희는 7세기 후반 삼국이 통일되면서 신라에 의해 하나로 집성되었다. 통일신라는 서역(西域)과 중국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고구려·백제·가야의 음악을 흡수했고, 직접 성당(盛唐)과 만당(晩唐)의 문화와 접하기도 했다. 통일신라의 가무백희로는 검무(劍舞)·무애무(無舞)·처용무(處容舞)· 오기(五伎)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오기는 통일 신라 말기 최치원이 지은 〈향악잡영오수 鄕樂雜詠五首〉에 나오는 것으로 신라 가무백희의 내용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금환(金丸)은 곡예의 하나이며, 월전(月顚)은 탈춤의 하나이며, 대면(大面)은 귀신을 쫓는 구나무(驅儺舞)의 하나이며, 속독(束毒)은 건무(健舞)의 하나, 산예(猊)는 사자춤인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의 가무백희는 팔관회(八關會)·연등회(燃燈會) 등과 함께 규모가 커지고 내용도 풍부해졌다. 고려 때 성행한 팔관회는 신라의 습속을 부활시킨 것으로, 천령(天靈)·오악(五嶽)·명산대천(名山大川)·용신(龍神) 등의 토속신(土俗神)에 대한 제전이다. 〈고려사〉 예지(禮志) 중동팔관회의조(仲冬八關會儀條)에 따르면 팔관회는 토착신들에 대한 제사의식을 갖추지 않고 가무백희만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고려의 가무백희는 고려말 이색(李穡)이 읊은 〈산대잡극 山臺雜劇〉에 잘 나타나 있다.

 

오색 비단으로 장식된 50척 높이의 산대 앞에서, 속악을 울리는 북과 징소리는 천지를 진동하고 처용의 소맷자락은 바람에 휘날린다. 긴 장대 위에서는 평지에서처럼 재주를 부리고 폭발하는 불꽃이 번개처럼 번쩍인다고 했다. 가무백희는 흉례(凶禮)에 속하는 나례(儺禮)에서도 연행되었다. 나례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창과 방패를 들고 주문을 외면서 귀신을 쫓는 동작을 하는 행사이다. 나례행사는 이색의 시 〈구나행 驅儺行〉에 잘 나타나 있다. 제1구에서 제14구까지는 12신(神)과 창사(倡師)와 동자들이 귀신을 쫓는 의식을 묘사했다. 제15구 이후는 구나가 끝난 뒤 여러 악공들이 입장하여 가무백희를 공연하는 것을 차례로 묘사했다. 나례에서는 산대가 설치되지 않았다. 나례행사는 원래 귀신을 쫓는 종교적 의식에 중점을 두었다가 나중에는 관중을 즐겁게 하는 오락거리인 가무백희에 더 비중을 두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무백희를 관장하기 위해 고려 때 설치된 산대색(山臺色)은 1279년(충렬왕 5) 연등도감(燃燈都監)으로 합쳐졌고, 조선시대에는 나례도감(儺禮都監)이 설치되어 섣달 그믐마다 나례와 궁중 의식행사, 사신 접대 등을 주관했다.

 

조선 전기의 가무백희는 성현(成俔 : 1439~1504)의 〈관나시 觀儺詩〉 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관나시〉에서는 채붕(綵棚)을 설치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이 어지러이 춤추는 모습, 농환, 줄타기, 꼭두놀음, 솟대놀이 등을 읊었다. 조선 후기에 상업의 발달도 장시(場市)가 성행하자 잡희는 전국적으로 퍼져 우리나라의 민속연행으로 번창했다. 조선 후기 가무백희에 대한 기록은 송만재(宋晩載 : 1764~?)의 〈관우희〉에 잘 나타나 있다. 가곡(歌曲)·음률(音律) ·별곡(別曲)·판소리·줄타기땅재주·정재(呈才) ·탈놀이배희(俳戱)·검무(劍舞)·소학지희(笑謔之戱·무가(巫歌)·괴뢰희(傀儡戱) 등이 묘사되어 있다. 가무백희의 전통은 대개 반농반예(半農半藝)의 비직업적인 연희자들과 남사당(男寺堂) 등의 직업적인 유랑연예인들에 의해 이어져 왔다. 지금 전하고 있는 민속극(民俗劇)과 남사당의 죽방울놀리기 ·대접돌리기(버나) ·장대타기 ·땅재주(살판) ·줄타기(어름) ·탈놀이(덧배기) ·꼭두각시놀음(덜미) 등에도 그 형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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