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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時詞(사시사 : 사계절을 읊음)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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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時詞(사시사 : 사계절을 읊음)

 

春(춘: 봄)

院落深沈杏花雨(원락심침행화우) 고요하고 깊은 정원에 살구꽃은 비처럼 지고

流鶯啼在辛夷塢(류앵제재신이오) 꾀꼬리는 목련꽃 핀 언덕에서 지저귀네.

流蘇羅幕襲春寒(류소라막습춘한) 술 달린 비단 휘장 안엔 아직도 찬 봄기운이 스며들고

博山輕飄香一縷(박산경표향일루) 박산향로에선 향내음이 하늘거리누나.

美人睡罷理新粧(미인수파리신장) 미인은 잠에서 깨어 곱게 단장하고

香羅寶帶蟠鴛鴦(향라보대반원앙) 고운 비단 옷에 원앙새 새긴 패물을 찼어라.

斜捲重簾帖翡翠(사권중렴첩비취) 비취 박은 겹발을 비스듬히 걷어 올리고

賴把銀箏彈鳳凰(뢰파은쟁탄봉황) 은 거문고 잡고 하염없이 봉황음을 타는구나.

金勒雕鞍去何處(금륵조안거하처) 황금 굴레가 박힌 안장 얹고서 님께선 어디로 가셨나요.

多情鸚鵡當窓語(다정앵무당창어) 정다운 앵무새는 이 창가에서 지저귀는데

草粘戱蝶庭畔迷(초점희접정반미) 풀숲에서 놀던 나비는뜨락으로 사라지더니

花罥遊絲闌外舞(화견유사란외무) 난간 밖 아지랑이 피어나는 꽃에서 춤추고 있구나.

誰家池館咽笙歌(수가지관열생가) 뉘 집 연못가에서 들려오는 생황 노래가락에 목이 메는데

月照美酒金叵羅(월조미주금파라) 달빛이 금빛 술잔 속의 향긋한 술을 비추고 있구나.

愁人獨夜不成寐(수인독야불성매) 시름 많은 여인 밤새 홀로 잠 못 이루었으니

曉起鮫綃紅淚多(효기교초홍루다) 먼동이 트면 명주수건에 눈물 자국만 가득하리라.

그윽한 뜨락에 비가 내리고

목련 핀 언던에선 꾀꼬리가 우네.

수실 늘어진 비단 휘장으로 봄추위가 스며드는데

박산향로에선 한 줄기 향 연기가 하늘거리네.

미인이 잠에서 깨어나 새 단장을 매만지니

향그런 비단띠엔 원앙이 수 놓였네.

겹발을 걷고서 비취 이불도 개어 놓고

시름없이 은쟁을 안고 봉황곡을 타네.

금 굴레에 안장 타신 임은 어디 가셨나.

정다운 앵무새는 창가에서 속삭이네.

풀숲에 날던 나비 뜨락으로 사라지더니

난간 밖 아지랑이 낀 꽃에서 춤추네.

뉘 집 연못가에서 피리 소리 흐느끼는데

금 술잔에는 달이 비치네.

시름겨워 밤새 홀로 잠 못 이뤘으니

새벽에 일어나면 명주 수건에 눈물 자국만 가득하리라.

院落深沈杏花雨 그윽한 뜨락에 비가 내리고

流鶯啼在辛夷塢 목련 핀 언덕에서 꾀꼬리가 우네.

流蘇羅幕襲春寒 수실 늘어진 비단 휘장으로 봄추위가 스며드는데

博山輕飄香一縷 박산향로에선 한 줄기 향 연기가 하늘거리네

美人睡罷理新粧 미인이 잠에서 깨어나 새 단장을 매만지니

香羅寶帶蟠鴛鴦 향그런 비단 띠에는 원앙이 수놓였네.

斜捲重簾帖翡翠 결박을 걷고서 비취 이불도 개어 놓고

懶把銀箏彈鳳凰 시름없이 은쟁은 안고 봉황곡을 타네.

金勒雕鞍去何處 금 굴레에 안장 타신 임은 어디 가셨나

多情鸚鵡當窓語 정다운 앵무새는 창가에서 속삭이네.

草粘戱蝶庭畔迷 풀숲에 날던 나비 뜨락으로 사라지더니

花罥遊絲闌外舞 난간 밖 아지랑이 낀 꽃에서 춤추네

誰家池館咽笙歌 뉘 집 연못가에서 피리 소리 흐느끼는데

月照美酒金叵羅 금 술잔에는 달이 비치네

愁人獨夜不成寐 시름겨워 밤새 홀로 잠 못 이뤘으니

曉起鮫綃紅淚多 새벽에 일어나면 명주 수건에 눈물 자국만 가득하리라.

 

요점 정리

지은이 : 허난설헌

갈래 : 한시(7언 고시)

성격 : 연정적, 애상적

구성 : 고독과 그리움의 정서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상전개

춘사 – 봄밤에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모습 / 잠 못 이루는 봄밤의 외로움에 대한 하소연

시행

내용

1~2행

외로운 봄날의 정경

5~9행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모습

10~12행

자연과 대비되는 화자의 모습

13~14행

술잔을 보며 피리 소리를 듣는 화자의 모습

15~16행

밤새 잠을 못 이루는 화자의 모습

하사 – 여름 낮의 풍경과 임에 대한 그리움 / 임에 대한 그리움의 토로

추사 – 쓸쓸한 가을밤에 임의 옷을 짓고 임에게 편지를 쓰는 화자의 모습 / 임에게 편지를 쓰고 옷을 지음.

동사 – 임금의 사랑을 원하는 궁녀의 외로운 마음과 변방의 임을 그리는 화자의 마음이 담김 / 궁중 궁녀로서의 외로운 마음 및 규방 여인으로서 느끼는 고독감

제재 : 계절적 배경을 바탕으로 임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심정

주제 : 여인의 외로운 심정 /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

특징 : 규방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여인의 고독함과 임에 대한 그리움과 한(恨)의 정서를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노래하고 있고, 시각, 청각, 촉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봄밤에 임을 그리워하는 여성 특유의 마음을 우아하고 섬세하게 묘사함.

출전 : 난설헌집

내용 연구

 

그윽한 뜨락[쓸쓸한 공간 / ‘뜰’의 잘못.]에 살구꽃은 봄비에 지고[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어휘]

목련꽃 핀 언던에선 꾀꼬리[화자의 쓸쓸한 정서를 부각하는 객관적 상관물 / '객관적 상관물'이란 시에서 화자의 정서와 심리를 드러내는 외적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시에서 화자의 정서는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화자의 정서와 대비되는 소재나 혹은 유사한 소재를 활용하여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가 지저귀네.[봄날의 아름다운 풍경 / 청각적 이미지]

수실 늘어진 비단 휘장으로 봄추위가 스며드는데[촉각적 심상, 화자의 처지 – 외롭고 쓸쓸하고 허전한 여인의 외로움을 감각적으로 형상화]

박산향로[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상상속의 산인 박산을 형상화한 향로]에선 한 줄기 향 연기가 하늘거리네.

미인[화자 자신을 객관화]이 잠에서 깨어나 새 단장을 매만지니[임을 기다리는 화자의 모습]

향그런[후각적 심상] 비단띠엔 원앙[화자의 쓸쓸한 정서를 부각하는 객관적 상관물]이 수 놓였네.

겹발[겹으로 만든 발로 ‘발’은 가늘게 쪼갠 대오리나 갈대 따위로 엮어서 만든 물건. 주로 무엇을 가리는 데 씀.]을 걷고서 비취 이불도 개어 놓고

시름없이 은쟁[거문고]을 안고 봉황곡[남녀의 금슬(琴瑟 : ‘금실지락(琴瑟之樂)을 노래함]을 타네.[거문고를 타며 임을 그리워함]

금 굴레[금으로 장식한 재갈]에 안장 타신 임은 어디 가셨나.[그리움의 대상]

정다운 앵무새[화자와 대조적인 존재]는 창가에서 속삭이네.

풀섶[풀숲의 방언 / 원관념 : 화자]에 날던 나비[원관념 : 임] 뜨락으로 사라지더니

난간 밖 아지랑이 낀 꽃[원관념 : 다른 여인]에서 춤추네.[화자와 대조됨. 왜냐하면 꽃에서 춤을 추고 있음]

뉘 집 연못가에서 피리 소리[화자의 쓸쓸한 정서를 부각하는 객관적 상관물] 흐느끼는데

금 술잔에는 달이 비치네.[화자의 외로움을 부각하는 풍경]

시름겨워 밤새 홀로 잠 못 이뤘으니[전전반측(輾轉反側) / 전전불매(輾轉不寐) :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함]

새벽에 일어나면 명주[명주실로 무늬 없이 짠 피륙.] 수건에 눈물 자국[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림]만 가득하리라.[임을 그리는 간절한 마음이 심화되어 드러남]

 

감정이입은 대상에 정신이나 감정을 불어 넣는 것 혹은 대상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감정의 이입은 어떤 대상에 화자의 감정을 불어넣는다는 의미이고, 감정의 의탁은 화자가 정서를 다른 대상에 의지하여 맡겨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감정이입이나 감정의 의탁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정서의 환기는 화자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켜준다는 말이고, 그리고 이때 감정을 불러일으켜 준 대상을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한다.

 

한자어 풀이

 

院落深沈(원락심침)은 집 원, 떨어질 락, 깊을 심, 가라앉을 침 이므로 깊고 깊은 정원에 떨어지다.

杏花(행화)는 살구 행, 꽃 화 이므로 살구꽃.

辛夷塢(신이오)는 辛夷는 백목련의 일종이고, 작은 성 오, 마을 오 이므로 목련꽃이 핀 작은 마을 또는 작은 언덕.

流蘇羅幕(류소라막)은 흐를 류, 깨날 소, 술 소, 비단 라, 장막 막 이므로 술 달린 비단 장막.

襲春寒(습춘한)은 엄습할 습, 봄 춘, 찰 한 이므로 찬 봄기운이 엄습하다.

博山輕飄(박산경표)는 博山은 신선을 본떠 만든 향로(향을 피우는 그릇)이고,

輕飄는 가벼울 경, 나부낄 표 이므로 가볍게 나부끼다.

香一縷(향일루)는 향기 향, 하나 일, 실 루 이므로 향기가 실처럼.

睡罷(수파)는 졸 수, 잘 수, 파할 파, 그만둘 파 이므로 잠에서 깨다.

理新粧(리신장)은 다스릴 리, 새 신, 단장할 장 이므로 새로 단장을 하다.

寶帶蟠鴛鴦(보대반원앙)은 보배 보, 띠 대, 찰 대, 서릴 반 이므로 원앙이 새겨진 띠를 두르다.

斜捲(사권)은 비낄 사, 말 권 이므로 비스듬히 말다.

重簾帖翡翠(중렴첩비취)는 무거울 중, 거듭할 중, 발 렴, 젖을 첨 이므로 비취가 젖어 있는 이중 발 즉 비취가 박혀 있는 겹발.

賴把銀箏(뢰파은쟁)는 원문에서 賴 자는 원래는 심방변(忄)에 의뢰할 뢰(賴)를 합쳐서 미워할 뢰가 돼야하는데, 한글에서 지원이 안 되어 의뢰할 뢰로 썼다. 잡을 파, 쟁(거문고) 쟁 이므로 은거문고를 잡다.

銀箏彈鳳凰(은쟁탄봉황)는 탄알 탄, 탈 탄 이므로 은거문고로 봉황을 타다.

金勒雕鞍(금륵조안)는 굴레 륵, 수리 조, 안장 안 이므로 금 굴레로 수리된 안장 즉 금 굴레가 박힌 안장

去何處(거하처)는 갈 거, 어찌 하, 곳 처 이므로 가는 곳이 어디인가?

當窓語(당창어)는 마땅할 당, 이 당, 그 당 이므로 이 창에서 말하다.

草粘戱蝶(초점희접)는 풀 초, 끈끈할(달라붙는) 점, 희롱할 희, 놀 희, 연극 희, 나비 접 이므로 풀에 달라붙어 놀던 나비.

庭畔迷(정반미)는 뜰 정, 두둑(밭 경계) 반, 물가 반, 헤맬 미 이므로 뜨락에서 헤매는 즉 뜨락에서 사라진.

花罥遊絲(화견유사)는 꽃 화, 걸 견, 옭을 견, 놀 유, 실 사 인데 遊絲(유사)는 아지랑이를 의미한다. 아지랑이가 걸린 꽃 즉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꽃.

闌外舞(란외무)는 막을 란, 난간 란 이므로 난간 밖에서 춤추다.

誰家池館(수가지관)은 누구 수, 집 가, 못 지, 객사(묵을) 관 이므로 누구네 집 연못 객사.

咽笙歌(열생가)는 목멜 열, 생황 생, 노래 가 이므로 생황 노래 가락에 목이 메다.

金叵羅(금파라)는 어려울 파 인데 금으로 만든 술 잔.

不成寐(불성매)는 잘 매 이므로 잠을 이루지 못하다.

曉起(효기)는 새벽 효, 일어날 기 이므로 새벽이 되다. 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다.

鮫綃紅淚多(교초홍루다)는 상어 교, 생사 초, 붉을 홍, 눈물 루 이므로 명주에 피눈물을 많이 흘리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모두 4수로 된 한시로서, ‘난설헌집’의 칠언고시(七言古詩)조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는 규방 속에서의 고독과 임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 그리고 한(恨)의 정서를 사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표현하고 있다. 4수가 각각 ‘춘사’, ‘하사’, ‘추사’, ‘동사’라는 제목 하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네 계절의 풍경 속에서 느끼는 외로운 여인의 구구절절한 심정을 읊고 있다. 제시된 지문인 ‘춘사’에서는 화자가 잠 못 이루는 봄밤의 외로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화자의 외로움은 앵무새가 정답게 속삭이고 나비가 꽃에서 춤을 추는 봄날의 풍경과 대비되면서 효과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화자의 이런 쓸쓸함이 어디 선가 들려오는 구슬픈 피리 소리를 통해 표현되면서 봄밤 에 느끼는 외로움이 잘 드러나고 있다.

심화 자료

夏(하: 여름) :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槐陰滿地花陰薄(괴음만지화음박) 느티나무 그늘 밑에서 꽃 그림자도 엷게 드리우는데

玉簟銀床敞珠閣(옥점은상창주각) 평상에 대자리 깔고 앉으니 고운 누각이 시원하게 보이네.

白苧衣裳汗凝珠(백저의상한응주) 새하얀 모시 치마 저고리[계절적 배경이 여름임]엔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히고

呼風羅扇搖羅幕(호풍라선요라막) 비단부채에서 나오는 바람이 비단 휘장을 흔드는구나.

瑤階開盡石榴花(요계개진석류화) 돌층계엔 석류꽃이 활짝 피었다 지고

日轉華簷簾影斜(일전화첨렴영사) 처마 밑의 햇빛을 받아 발엔 비스듬히 그늘이 지네.

雕梁晝永燕引鶵(조량주영연인추) 수리한 들보에선 하루 종일 제비가 새끼를 돌보고

藥欄無人蜂報衙(약란무인봉보아) 약초밭 울타리엔 사람은 없고 벌만이 윙윙대는구나.[사물에 대한 화자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임]

刺繡慵來午眠重(자수용래오면중) 수놓다가 나른해서 그만 졸다보니

錦茵敲落釵頭鳳(금인고락차두봉) 비단방석에 봉황을 새긴 비녀가 떨어졌어라. [낮잠에 잠깐 빠짐]

額上鵝黃膩睡痕(액상아황이수흔) 이마 위 노란 거위 자국은 한잠 잔 흔적이고

流鶯喚起江南夢(류앵환기강남몽) 꾀꼬리 울음소리[잠을 깨는 계기]가 강남 꿈[문맥상 ‘임을 만나는 꿈’이었으리 추측됨]을 깨웠어라.

南塘女伴木蘭舟(남당여반목란주) 남쪽 연못에서 아가씨[‘화자’의 임에 대한 그리움을 대변하는 역할]는 목란배를 타고

采采荷花歸渡頭(채채하화귀도두) 한 아름[임에 대한 사랑의 정표] 연꽃을 꺾어서 나룻가로 저어 오네.

輕橈齊唱采菱曲(경뇨제창채릉곡) 천천히 노를 저으며 채릉곡[임과의 이별을 소재로 한 노래]을 부르는데

驚起波間雙白鷗(경기파간쌍백구) 물결사이에서 갈매기 한 쌍[외로운 화자와 대비]이 놀라서 날아가는구나.

한자어 풀이

槐陰(괴음)은 회화나무 괴, 그늘 음 이므로 회화나무 / 느티나무 그늘

玉簟銀床(옥점은상)은 대자리 점 이므로 평상에 대자리.

敞珠閣(창주각)은 통창할(앞이 탁 트임) 창, 구슬 주, 다락집 각 이므로 앞이 탁 트여 고운 누각이 잘 보인다.

白苧衣裳(백저의상)는 모시풀 저 이므로 白苧는 하얀 모시 衣裳은 보통 겉에 입는 옷을 통칭하는데, 협의의 뜻으로는 여자가 입는 치마저고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汗凝珠(한응주)는 땀 한, 엉길 응, 구슬 주 이므로 구슬 같은 땀.

羅扇搖羅幕(라선요라막)은 비단 라, 부채 선, 흔들 요, 장막 막 이므로 비단부채가 비단 장막을 흔들다.

瑤階開盡(요계개진)은 옥돌 요, 섬돌 계, 층계 계, 열 개, 필 개, 다할 진 이므로 돌층계에는 활짝 피다.

雕梁(조량)은 수리 조, 들보 량 이므로 수리한 들보

晝永(주영)은 낮 주 길 영 이므로 낮이 길다. 진종일.

燕引鶵(연인추)는 제비 연, 당길 인, 이끌 인, 새 새끼 추 이므로 제비가 새끼를 돌보다.

藥欄(약란)은 약 약, 난간 난 이므로 약 난간, 약초밭 울타리.

蜂報衙(봉보아)는 벌 봉, 갚을 보, 알릴 보, 마을 아, 관청 아 이므로 벌이 마을에 알리다. 벌이 윙윙대다.

刺繡慵來(자수용래)는 찌를 자, 바느질할 자, 수 수, 게으를 용 이므로 수를 놓다가 게을러서.

錦茵敲落(금인고락)은 비단 금, 깔개 안, 두드릴 고, 떨어질 락 이므로 비단 방석에 떨어지다.

釵頭鳳(차두봉)은 비녀 채, 머리 두, 봉새(봉황) 봉 이므로 봉황 머리처럼 생긴 비녀.

額上鵝黃(액상아황)은 이마 액, 위 상, 거위 아, 누를 황 이므로 이마 위에 황색 거위

膩睡痕(이수흔)은 기름 이, 졸 수, 흉 흔, 자취 흔 이므로 기름은 졸은 흔적이다.

流鶯喚起(류앵환기)는 흐를 류, 꾀꼬리 앵, 부를 환, 일어날 기 이므로 흐르는 꾀꼬리 소리가 일으킨다.

南塘(남당)은 남녘 남, 못 당 이므로 남쪽 연못

女伴木蘭舟(여반목란주)는 계집 녀, 짝 반, 너무 목, 난초 란, 배 주 이므로 여자들이 목란배를 타다.

采采荷花(채채하화)는 캘 채, 연 하, 꽃 화 이므로 연화꽃을 따다.

歸渡頭(귀도두)는 돌아올 귀, 건널 도, 나루 도, 머리 두 이므로 나루터로 돌아오다.

輕橈(경뇨)는 가벼울 경, 노 뇨 이므로 가볍게 노를 젓다.

齊唱(제창)은 가지런할 제, 노래 창 이므로 여러 사람이 함께 노래 부르다.

采菱曲(채릉곡)은 못에서 마름을 따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마름이란 연꽃처럼 연못에서 자라고 여름에 흰 꽃이 피고, 열매는 식용으로 또는 약재로 쓰인다.

驚起波間(경기파간)는 놀랄 경, 일어날 기, 물결 파, 사이 간 이므로 깜짝놀라서 물결 사이에서 일어나다.

雙白鷗(쌍백구)는 쌍 쌍, 흰 백, 갈매기 구 이므로 흰 갈매기 한 쌍.

秋(추: 가을) : 가을의 쓸쓸한 풍경을 배경으로 임에게 편지와 옷을 부치려 함.

紗廚寒逼殘宵永(사주한핍잔소영) 부엌에 찬바람 스며들고[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 아직도 밤은 한참 남았는데

露下虛庭玉屛冷(로하허정옥병랭) 텅 빈 정원[임의 부재]에 이슬 내리니 옥 병풍이 더욱 차가워라.[임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촉각적 이미지로 표현]

池荷粉褪夜有香(지하분퇴야유향) 연못의 연꽃[객관적 상관물로 임 없이 홀로 여인의 향기를 지니고 있는 화자]은 시들어도 밤새 향기[여인의 체취]가 나고

井梧葉下秋無影(정오엽하추무영) 우물가 오동잎이 지니 가을 그림자가 없구나. [가을밤의 쓸쓸한 풍경]

丁東玉漏響西風(정동옥루향서풍) 물시계 흐르는 소리가 서풍[가을 바람]을 타고 들려오고

簾外霜多啼夕虫(렴외상다제석충) 발 밖에는 서리 내리고 저녁 벌레소리[화자의 감정이입]가 구슬프네.

金刀剪下機中素(금도전하기중소) 베틀에 잠긴 명주를 가위로 잘라내고

玉關夢斷羅幕空(옥관몽단라막공) 옥관에서 꿈을 깨고 보니 비단 휘장이 적막하여라. [임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과 외로움의 심화]

裁作衣裳寄遠客(재작의상기원객) 인편에 보내려고 임의 옷[임에 대한 화자의 사랑을 상징하고 화자의 마음을 전달할 매개체] 지으려는데

悄悄蘭燈明暗壁(초초란등명암벽) 슬픈 등잔불[감정이입으로 화자의 쓸쓸함을 심화시키는 소재]만 어두운 벽을 밝혀 주누나.

含啼寫得一封書(함제사득일봉서) 눈물을 머금고 편지 한 장[임에 대한 그리움을 전달할 매개체]을 써 놓았는데

驛使明朝發南陌(역사명조발남맥) 집배원이 내일 아침 남쪽으로 떠난다고 하네.

裁封已就步中庭(재봉이취보중정) 옷과 편지 챙겨 놓고 뜰을 거닐고 있자니

耿耿銀河明曉星(경경은하명효성) 반짝이는 은하수에 새벽별[쓸쓸한 화자의 심리와 대비]이 밝아라.

寒衾轉輾不成寐(한금전전불성매) 찬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데[임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촉각적 이미지로 표현, 전전반측(輾轉反側), 오매불망(寤寐不忘)]

落月多情窺畵屛(락월다정규화병) 서산에 지는 달[의인화된 달로 화자의 외로움을 달래줌]이 병풍 안을 다정하게 엿보고 있구나.

한자어 풀이

紗廚寒逼(사주한핍)은 깁(무늬 없는 비단) 사, 부엌 주, 찰 한, 닥칠 핍이므로 부엌에 참 바람이 스며들다.

殘宵永(잔소영)은 남을 잔, 밤 소, 길 영이므로 남아 있는 밤도 아직 길다.

露下虛庭(로하허정)은 이슬 아래 텅 빈 뜨락 즉 텅 빈 뜨락에 이슬이 내리다.

玉屛冷(옥병랭)은 구슬 옥, 병풍 병, 찰 랭 이므로 옥 병풍이 차갑다.

池荷粉褪(지하분퇴)는 못 지, 연 하, 가루 분, 분 분, 바랠 퇴 이므로 연못의 연꽃이 지다.

夜有香(야유향)은 밤에 향기가 난다.

井梧葉下(정오엽하)은 우물 정, 벽오동나무 오, 잎 엽, 아래 하 이므로 우물가 오동나무 잎이 지니 그 아래는

秋無影(추무영)은 가을 추, 없을 무, 그림자 영 이므로 가을 그림자가 없다.

丁東玉漏(정동옥루)는 丁東(정동)은 똑똑 물시계 가는 소리,

玉漏(옥루)는 구슬 옥, 샐루, 물시계 루 이므로 옥 물시계.

響西風(향서풍)은 울릴 향 이므로 서풍에 울린다.

簾外霜多(렴외상다)는 발 렴, 밖 외, 서리 상, 많을 다 이므로 발(주렴) 밖엔 서리가 많이 내리다.

啼夕虫(제석충)은 울 제, 저녁 석, 벌레 충 이므로 저녁 벌레가 울다.

金刀剪(금도전)은 쇠 금, 칼 도, 가위 전 이므로 칼과 가위

下機中素(하기중소)는 아래 하, 베틀 기, 가운데 중, 힐(흰) 소, 흰 깁(무늬 없는 비단) 소 이므로 베틀 밑에 있는 명주.

玉關夢斷(옥관몽단)은 구슬 옥, 문빗장 관, 관문 관, 관계할 관, 꿈 몽, 끊을 단 이므로 옥관에서 꿈을 깨다.

羅幕空(라막공)은 비단 라, 장막 막, 빌 공 이므로 비단 장막 안이 비었구나.

裁作衣裳(재작의상)은 마를 재, 지을 작 이므로 의상을 만들다.

寄遠客(기원객)은 부칠 기, 멀 원, 손(나그네) 객 이므로 멀리 가는 나그네 편에 부치다.

悄悄(초초)는 근심할 초, 고요할 초 이므로 근심스런, 고요한

蘭燈明暗壁(란등명암벽)은 난초 란, 등잔 등, 밝을 명, 밝힐 명, 어두울 암, 바람벽 벽 이므로 난초 무늬 새긴 등잔불이 어두운 벽을 밝히다.

含啼寫得(함제사득)는 머금을 함, 울 제, 베낄 사, 그릴 사, 얻을 득 이므로 눈물을 머금고 베껴서 얻다.

一封書(일봉서)은 한 일, 봉할 봉, 글 서, 편지 서 이므로 봉한 편지 한통.

驛使明朝(역사명조)는 驛使(역사)는 역말 역, 정거장 역, 하여금 사, 심부름꾼 사 이므로 역에서 일하는 사람. 明朝(명조)는 밝을 명, 아침 조 이므로 내일 아침.

發南陌(발남맥)은 쏠 발, 떠날 발, 남녘 남, 길 맥 이므로 남쪽으로 길을 떠나다.

裁封已就(재봉이취)는 마를 재, 봉할 봉, 이미 이, 나아갈 취, 이룰 취 이므로 이미 만들어서 봉해 놨다.

步中庭(보중정)은 걸음 보, 가운데 중, 뜰 정 이므로 뜰을 거닐다.

耿耿(경경)은 빛 경 이므로 빛나는

銀河明曉星(은하명효성)은 새벽 효, 별 성 이므로 은하수가 새벽별(효성)을 밝게 한다.

寒衾轉輾(한금전전)은 찰 한, 이불 금, 구를 전, 돌 전 이므로 찬 이불에 구르고 딩굴다.

不成寐(불성매)는 아닐 불, 이룰 성, 잘 매 이므로 잠을 못자다.

落月(락월)은 떨어질 락, 달 월 이므로 서산에 지는 달

窺畵屛(규화병)은 엿볼 규, 그림 화, 병풍 병 이므로 그림이 있는 병풍을 엿보다

冬(동: 겨울) : 첫 번째 여인은 임금의 총애를 받지 못하는 외로운 궁녀의 심정을 두 번째 여인은 임도 자신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함. - 궁중 여인과 변방에 임을 보낸 여인의 그리움

銅壼滴漏寒宵永(동곤적루한소영) 구리병 물시계 가는 소리에 추운 밤은 깊어 가는데[겨울]

月照紗幃錦衾冷(월조사위금금랭) 휘장엔 달빛 비치고 비단 이불은 차갑기만 하여라[임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촉각적 이미지로 표현].

宮鴉驚散轆轤聲(궁아경산로록성) 궁궐 안[화자의 신분이 궁녀임을 암시]의 까마귀들이 두레박 소리에 놀라 흩어지고

曉色侵樓窓有影(효색침루창유영) 새벽 먼동이 터오자 다락 창가엔 그림자가 어른거리네.

簾前侍婢瀉金甁(렴전시비사금병) 주렴(발) 앞에서 시녀가 길어 온 금병에 있는 물을 쏟으니

玉盆手澁臙脂香(옥분수삽연지향) 대야의 물에 손 담그기 껄끄러운데 연지 냄새는 향기로워라.[밤새 임금의 총애를 기다렸던 여성의 심정 표현]

春山描就手屢呵(춘산묘취수루가) 봄의 산 경치를 그리면서 시린 손 호호 불고

鸚鵡金籠嫌曉霜(앵무금롱혐효상) 새장에 있는 앵무새[궁궐에 갇혀 사는 궁녀인 화자의 신분] 새벽 서릿발 싫다 하겠지[임을 기다릴 수 있는 밤이 지나가므로].

南隣女伴笑相語(남린여반소상어) 남쪽 이웃집 여자가 미소 지으며 하는 말이

玉容半爲相思痕(옥용반위상사흔) 임 그리는 마음[주제]에 예쁜 내 얼굴 반쪽이 됐다고 하네.

金爐獸炭暖鳳笙(금로수탄난봉생) 숯불 지핀 화로는 따뜻해서 봉황 피리소리[봄이 올 때까지 임을 기다리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음]가 흐르고

帳底羔兒薦春酒(장저고아천춘주) 장막 밑에 둔 고아주[새끼 양을 잡아 고아서 만든 물로 빚은 술로 살찌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데 처방한다고 함]를 봄에 마실 술에 바치리라.[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봄에 임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담김]

憑闌忽憶寒北人(빙란홀억한북인) 난간에 기대어 문득 변방의 임을 생각하나니[그리움]

鐵馬金戈靑海濱(철마금과청해빈) 철마를 타고 창을 들면서 청해 물가를 달리시겠지. [임의 모습 상상]

驚沙吹雪黑貂弊(경사취설흑초폐) 휘몰아치는 모래바람과 눈보라에[변방의 열악한 상황] 검은담비 갖옷[가죽옷]은 해어졌을 테고[닳았을 테고]

應念香閨淚滿巾(응념향규루만건) 향기 나는 아내 방을 그리워하며 수건에 눈물을 적시겠지[임도 자신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함]

 

한자어 풀이

銅壼滴漏(동곤적루)는 구리 동, 대궐안 길 곤, 물방울 적, 샐 루, 물시계 루 이므로 대궐안 구리 물시계 가는 소리.

寒宵永(한소영)은 찰 한, 밤 소, 길 영 이므로 추운 밤이 길다.

月照紗幃(월조사위)는 달 월, 비출 조, 깁(무늬 없는 비단) 사, 홀 휘장 위 이므로 달이 비단 휘장을 비추다.

錦衾冷(금금랭)은 비단 금, 이불 금, 찰 랭 이므로 비단 이불이 차다.

宮鴉驚散(궁아경산)은 궁궐 궁, 큰부리 까마귀 아, 놀랄 경, 헤어질 산 이므로 궁궐의 까마귀는 놀라서 흩어지다.

轆轤聲(로록성)은 고패 로, 수레소리 록, 소리 성 이므로 고패소리 즉 도르래 소리. 고패는 물건을 올렸다 내렸다 할 때 쓰는 도르래 또는 고리를 말한다. 날 공동우물에서 두레박을 퍼 올릴 때 고패를 썼다.

曉色侵樓(효색침루)는 새벽 효, 빛 색, 색 색, 침노할 침, 다락(누각) 루 이므로 새벽 먼동이 누각에 드리우다.

窓有影(창유영)은 창 창, 있을 유, 그림자 영 이므로 창문에 그림자가 있다.

簾前侍婢(렴전시비)는 발(주렴) 렴, 앞 전, 모실 시, 계집 종 비 이므로 발 앞에 있는 시비(여자 종)

瀉金甁(사금병)은 쏟을 사, 쇠 금, 병 병 이므로 금병에 있는 것을 쏟다.

玉盆手澁(옥분수삽)은 구슬 옥, 동이(물동이) 분, 손 수, 떫을 삽, 껄끄러울 삽 이므로 물동이에 손 담그기가 껄끄럽다.

臙脂香(연지향)은 연지 연, 비계 지, 연지 지, 향기 향 이므로 연지 향기

描就(묘취)는 그릴 묘, 나아갈 취, 이룰 취 이므로 그려서 이룩하다.

手屢呵(수루가)는 손 수, 자주(빈번한) 루, 꾸짖을 가 이므로 손을 자주 꾸짖다. 손을 자주 비비다.

鸚鵡金籠(앵무금롱)는 쇠 금, 농(농락할) 롱, 새장 롱 이므로 새장에 있는 앵무새

嫌曉霜(혐효상)은 혐의할 혐, 싫어할 혐, 새벽 효, 서리 상 이므로 새벽 서리를 싫어하다.

南隣女伴(남린여반)은 남녘 남, 이웃 린, 계집 녀, 짝 반 이므로 남쪽 이웃집 아가씨

笑相語(소상어)는 웃을 소, 서로 상, 말 할 어 이므로 웃으며 말하다.

玉容(옥용)은 구슬 옥, 얼굴 용 이므로 구슬 같은 얼굴, 예쁜 얼굴

半爲相思痕(반위상사흔)은 반 반, 위할 위, 흉 흔, 자취 흔 이므로 반쪽이 상사병 흔적이 있다.

金爐(금로)는 쇠 금, 화로 로 이므로 좋은 화로.

獸炭暖(수탄난)은 짐승 수, 숯 탄 ,따뜻할 난 이므로 짐승 모양을 하고 있는 숯이 따뜻하다.

鳳笙(봉생)은 봉새(봉황) 봉, 생황 생 이므로 봉황의 생황소리.

帳底羔兒(장저고아)는 휘장(장막) 장, 밑 저, 양 새끼 고, 아이 아 이므로 장막 밑에 있는 새끼 양.

薦春酒(천춘주)는 천거할 천, 드릴 천, 봄 춘, 술 주 이므로 봄에 마시기 위하여 새끼 양으로 겨울에 술을 담다. 春酒(춘주)는 겨울에 빚어서 봄에 마시는 술이다.

憑闌忽憶(빙란홀억)은 기댈 빙, 막을 란, 난간 란, 문득 홀, 생각할 억 이므로 난간에 기대어 문득 생각하다.

寒北人(한북인)은 찰 한 이므로 추운 북쪽에 있는 사람 즉 변방에 계신 내 님.

鐵馬金戈(철마금과)는 창을 들고 철마를 타다.

靑海濱(청해빈)는 물가 빈 이므로 靑海(청해) 물가. 靑海(청해)는 중국 청해성 동북쪽에 있는 호수 이름.

驚沙吹雪(경사취설)은 놀랄 경, 모래 사, 불 취, 눈 설 이므로 모래바람이 휘몰아치고 눈보라가 친다.

黑貂弊(흑초폐)는 검은빛 흑, 담비 초, 해질 폐 이므로 검은담비 갖옷이 해지다.

應念香閨(응념향규)는 응당 응, 생각 념, 향기 향, 협문(좁은) 규, 도장방(여자방) 규 이므로 당연히 향기 나는 여자 방을 생각하다.

淚滿巾(루만건)은 눈물 루, 찰 만, 수건 건 이므로 수건에 눈물이 가득 차다.

허난설헌 - 사시사 (四時詞)

<춘사(春詞)>

뜨락이 고요한데 봄비에 살구꽃은 지고 / 목련꽃 핀 언덕에선 꾀꼬리가 우짖는다.

수실 늘인 장막에 찬 기운 스며들고 / 박산(博山) 향로에선 한 가닥 향 연기 오르누나.

잠에선 깨어난 미인은 다시 화장을 하고 / 향그런 허리띠엔 원앙이 수 놓였다.

겹발을 걷고 비취 이불을 갠 뒤 / 시름없이 은쟁(銀箏) 안고 봉황곡을 탄다.

금굴레[金靷] 안장 탄 임은 어디 가셨나요 / 정다운 앵무새는 창가에서 속삭인다.

풀섶에서 날던 나비는 뜨락으로 사라지더니 / 난간 밖 아지랑이 낀 꽃밭에서 춤을 춘다.

누구 집 연못가에서 피리소리 구성진가 / 밝은 달은 아름다운 금술잔에 떠 있는데.

시름 많은 사람만 홀로 잠 못 이루어 / 새벽에 일어나면 눈물 자욱만 가득하리라.

<하사(夏詞)>

느티나무 그늘은 뜰에 깔리고 꽃그늘은 어두운데 / 대자리와 평상에 구슬 같은 집이 탁 틔었다.

새하얀 모시적삼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 부채를 부치니 비단 장막이 흔들린다.

계단의 석류꽃 피었다가 모두 다 지고 / 햇발이 추녀에 옮겨져 발 그림자 비꼈네.

대들보의 제비는 한낮이라 새끼 끌고 / 약초밭 울타리엔 인적 없어 벌이 모였네.

수 놓다가 지쳐 낮잠이 거듭 밀려와 / 꽃방석에 쓰러져 봉황비녀 떨구었다.

이마 위의 땀방울은 잠을 잔 흔적 / 꾀꼬리 소리는 강남(江南)꿈을 깨워 일으키네.

남쪽 연못의 벗들은 목란배 타고서 / 한 아름 연꽃 꺾어 나룻가로 돌아온다.

천천히 노를 저어 채련곡(埰漣曲)부르니 / 물결 사이로 쌍쌍이 흰 갈매기는 놀라 날으네.

<추사(秋詞)>

비단 장막으로 찬 기운이 스며들고 새벽은 멀었지만 / 텅 빈 뜨락에 이슬 내려 구슬 병풍은 더욱 차갑다.

못 위의 연꽃은 시들어도 밤까지 향기 여전하고 / 우물가의 오동잎은 떨어져 그림자 없는 가을.

물시계 소리만 똑딱똑딱 서풍 타고 울리는데 / 발[簾] 밖에는 서리 내려 밤 벌레만 시끄럽구나.

베틀에 감긴 옷감 가위로 잘라낸 뒤 / 임 그리는 꿈을 깨니 비단 장막은 허전하다.

먼 길 나그네에게 부치려고 임의 옷을 재단하니 / 쓸쓸한 등불이 어두운 벽을 밝힐 뿐.

울음을 삼키며 편지 한 장 써 놓았는데 / 내일 아침 남쪽 동네로 전해 준다네.

옷과 편지 봉하고 뜨락에 나서니 / 반짝이는 은하수에 새벽별만 밝네.

차디찬 금침에서 뒤척이며 잠 못 이룰 때 / 지는 달이 정답게 내 방을 엿보네.

<동사(冬詞)>

구리병 물소리 소리에 찬 밤은 기나길고 / 휘장에 달 비치나 원앙금침이 싸늘하다.

궁궐 까마귀는 두레박 소리에 놀라 흩어지고 / 동이 터오자 다락 창에 그림자 어리네.

발 앞에 시비(侍婢)가 길어온 금병에 물 쏟으니 / 대야의 찬물 껄끄러워도 분내는 향기롭다.

손들어 호호 불며 봄산을 그리는데 / 새장 앵무새만은 새벽 서리를 싫어하네.

남쪽 내 벗들이 웃으며 서로 말하길 / 고운 얼굴이 임 생각에 반쯤 여위었을 걸.

숯불 지핀 화로가 생황을 덮일 때 / 장막 밑에 둔 고아주를 봄술로 바치련다.

난간에 기대어 문득 변방의 임 그리니 / 말 타고 창 들며 청해(靑海) 물가를 달리겠지.

몰아치는 모래와 눈보라에 가죽옷 닳아졌을 테고 / 아마도 향그런 안방 생각하는 눈물에 수건 적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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