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북 / 김영랑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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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 김영랑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잦아지다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맞어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아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만갑(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 밖에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타 ― 요

 

떠받는 명고(名鼓)인디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요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치지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영랑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전통적, 체험적, 교훈적, 음악적, 낭만적, 감상적, 향토적

 제재 : 북과 창의 조화

 어조 : 원숙하고 관조적인 어조

 주제 : 예술과 인생의 조화, 북과 소리의 조화, 판소리를 통해 나타난 원숙한 인생의 아름다움

 구성 : 수미쌍관의 구성
① 호흡의 일치(1연)
② 판소리 장단의 빠르기(2연)
③ 호흡의 일치가 이루어져야 함(3연)
④ 북을 잘못 치면 호흡이 깨짐(4연)
⑤ 북은 창을 살리는 반주요, 지휘임(5연)
⑥ 예술과 인생의 조화(6연)
⑦ 호흡의 일치(7연)

 특징 : 전통성, 음악성.(소재면에서의 전통성과 3.4음보 간격의 적절한 변화와 조화를 통한 음악성) -  시어 선택에 고려된 유포니(활음조),  각 행과 연의 끝에 부드러운 음의 사용 등에 의해 음악성을 획득하고, 대화체와 독백체의 혼용, 작품 속에 특정한 청자가 내포되어 있음

 출전 : <영랑 시선>(1949)

 내용 연구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잡지[북과 소리의 일체감을 강조한 표현. '자네'라는 친근한 어투로 북과 소리가 서로 종속되지 않고 대등한 가운데 조화로움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특히 마지막 연과 유사한 표현으로 시를 열고 끝맺는 기능을 한다.] - 호흡의 일치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잦아지다 휘몰아보아 - 판소리 장단의 빠르기

 

이렇게 숨결이 꼭 맞어사만 이룬 일이란[고수와 창자의 호흡이 일치해야만 이루어지는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아 어려운 일 시원한 일 - 호흡의 일치가 이루어져야 함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만갑(萬甲)이[조선 시대에 활약하였던 판소리 명창인 송만갑을 말함]도 숨을 고쳐 쉴 밖에[소리를 떠나서야 - 고쳐 쉴밖에 : 명창을 떠난 북이 찾기 힘들 듯, 고수가 시원치 않으면 아무리 명창이라고 제대로 소리를 할 수 없다. 소리와 북이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구체화시킨 표현이다] - 북을 잘못 치면 호흡이 깨짐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 :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함)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타(conductor, 지휘자) ― 요[장단을 친다는 말이 - 오히려 컨닥타-요 : 창에서는 북을 반주를 위한 소도구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북은 오히려 창을 이끌어 가는 주체이다. 일 고수 이 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는 말이 있듯 판소리에서의 북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 북은 창을 살리는 반주요, 지휘임

 

떠받는 명고(名鼓 : 이름난 북, 이름난 고수)인디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 : 움직임(분주함) 가운데에서의 고요함]이요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북과 소리의 조화로 이루어진 예술과 삶의 일체감 속에서 인생은 계절의 완성인 가을처럼 성숙하는 것이다.] - 예술과 인생의 조화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치지[북과 소리의 일체감을 강조한 표현. '자네'라는 친근한 어투로 북과 소리가 서로 종속되지 않고 대등한 가운데 조화로움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특히 마지막 연과 유사한 표현으로 시를 열고 끝맺는 기능을 한다.] - 호흡의 일치

 

 

 

판소리 용어

 

 고수 : 북을 치는 사람.

 광대 : 노래를 부르는(판소리를 하는) 사람.

 소리(唱) : 노래를 부름.

 발림 : 광대가 노래할 때 연기로서 하는 몸짓.

 너름새 : '발림'과 같으나 가사, 소리, 몸짓이 일체가 되었을 때 일컫는 말.

 추임새 : 고수가 발하는 탄성. 흥을 돋우는 소리.

 아니리 : 창 도중에 창이 아닌 말로 이야기하는 것.

 진양조 : 소리가 가장 느린 장단으로 사설의 극적 전개가 느슨하고 서정적인 대목에 쓰임

 휘모리 : 소리가 가장 빠른 장단으로 어떤 일이 매우 빠르게 벌어지는 대목에서 쓰임

 중모리 : 소리가 중간 빠르기로 안정감을 주고, 사연을 담담히 서술하는 대목이나 서정적 대목에서 쓰임

 중중모리 : 흥취를 돋우며 우아한 맛이 있다. 춤추는 대목, 활보하는 대목, 통곡하는 대목에서 쓰인다.

 자진모리 : 섬세하면서도 명랑하고 차분하다. 어떤 일이 차례로 벌어지거나 여러 사건을 늘어 놓는 대목, 격동하는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엇모리 : 평조음으로 평화스럽고 경쾌하다.

 '-모리'라는 용어도 분명하게 통일된 것은 아니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몰이', '-머리'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이런 현상은 주인공의 이름을 '흥보'라고도 하고, '흥부'라고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판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비전승과정에서 빚어진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해와 감상

 흔히 전통 음악에 있어서 북과 창(唱)은 반주와 노래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판소리에서 북은 반주의 역할을 넘어선다. '일 고수 이 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는 말은 판소리 연창에 있어서 북의 역할의 중요성을 이르는 말이다. 이 작품은 북과 창 사이의 심적 일체감을 통하여 예술적 완결을 추구하는 판소리 예술의 특성을 간결한 표현 속에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판소리 연창 구조와 시인의 우리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읽어 보자.

 

 영랑은 전남 강진 출생이다. 그는 남도 창의 애청자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판소리나 민요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고 한다. 그 자신이 성악을 공부하려 했던 적이 있는 것을 보면 소리(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판소리는 호남 지방에서 발생한 예술이다. 김영랑이 음악성을 중시했다는 점은 이와 같은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인다.

 

 이 시에서는 우선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음악성의 측면이고 또 하나는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면에서 이 작품은 그의 고향을 노래했다고 볼 수 있다.

 

 창, 특히 판소리에서의 북은 서양의 노래와 피아노 반주가 가지는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일 고수 이 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는 말이 있듯 판소리에서의 고수의 역할은 단순한 반주자가 아니다. 오히려 '컨닥타(지휘자)'로서의 역할을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견해다. 그 둘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시인의 전통에 대한 애정과 그의 삶과 예술의 일체감 또한 엿볼 수 있다.

 

 

이해와 감상1

 고수, 즉 북치는 사람을 시적 화자로 내세워 소리하는 사람과 고수가 조화를 이룬 때라야 비로소 완성된 형태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 작품은 고수와 창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듯이, 자아와 타자 사이의 완전한 조화에 의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초월의 경지를, 전통적인 예술 행위를 소재로 하여,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고수이명창'이라는 말은 판소리 연창에서 북의 역할의 중요성을 이르는 말이다. 이 작품은 북과 창 사이의 심적 일체감을 통하여 예술적 완결을 추구하는 판소리의 예술 특성을 우리의 인생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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