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대각간 김유신(大角干 金庾信) / 요점정리 / 이동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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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이동규(李東珪: 1913-1951)

서울 출생. 1928년부터 <KAPF>의 맹원으로 활약. <민주조선> 편집국장 역임. 1932년 <집단> 2호에 <게시판과 벽소설>을 발표하여 등단함. 그는 유산 계급과 무산 계급의 사회적 갈등을 주로 다룬 작가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우박>, <자유 노동자>, <어느 노인의 죽음>, <변절자>, <대각간 김유신>, <눈>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통일 신라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김유신의 전기를 다룬 역사소설로 김유신의 소년 시대부터 시작된다. 동네 어린이들로 동자군(童子軍)을 만들고는 스스로 우두머리가 되어서 작전을 지휘하는 등의 군사 장난을 통해서 장차 삼국 통일의 영웅이 될 인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화랑도와 함께 기생 천관(天官)과의 애정담이 흥미있게 엮어지고 있다. 또, 그가 얻게 되는 천룡검과 말,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자기 누이 문희를 김춘추의 아내로 삼게하기까지의 모든 전설적 이야기로 이어진다. 또한, 삼국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 김유신이 백제와 싸우고 고구려와 계략을 다투며 신라의 명장으로 명성을 떨쳐 나가는 데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끝난다.

여기에 나타나는 사건들은 전설로서 이미 기록되어 전해져 오던 것들이다. 이 같은 전설은 그것 자체가 사실의 객관적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어느 정도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서 재구성된 것들이다. 가령, 김유신이 귀가하던 도중에 기생 천관을 만나고 애정 관계를 맺는 경우도 그렇다. 김유신이 귀가 중에 목이 잘려서 길가에 앉아 시를 읊을 때, 수풀 속에서 이에 대한 화답이 들려 온다. 찾아 들어가 보니 천관이 계집 하인을 시켜서 물그릇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두 남녀의 인연이 맺어졌다는 것과 함께 유신이 모친의 충고를 듣고 그녀와의 관계를 끊으면서 일어났던 사건은 어디까지가 시실인 지를 알 수 없다. 한낱 일시적인 기생과의 외도로 끝났던 것으로 형상화되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그 같은 숲 속에서의 만남의 형태는 어떤 연애 소설에서도 그 이 상의 경지에 도달하기는 힘든, 문학적인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쓴 대목이다.

그뿐 아니라, 김유신이 김춘추의 옷자락을 밟아서 누이가 이를 꿰매 주게 하는 트릭과 함께 누이를 혼전 임신시키고는 화형(火刑)에 처하는 척하는 대목과 그녀가 극적으로 구출되도록 한 장면 등은 탁월한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한 편의 드라마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대각간 김유신>에서 이런 전설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은 이미 너무도 흔한 소재가 작품화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개는 지극히 간략한 골격만 제시한 <삼국유사> 등을 중심으로 전해진 그 같은 기록들을 또 하나의 생동하는 작품 세계로 재생시키는 일은 큰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여러 갈래의 전설들을 한데 모아 재구성하고 문학적으로 분석해 나간다는 것은 창작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작가의 역사 의식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역사 소설은 현재적 상황이 아니라는 특성 때문에 오히려 더 가깝게 현재로 접근이 가능하다. 그런데 작가는 김유신의 강한 기개와 지략과 용기를 통해서 우리 민족사에 기록되는 영웅을 내걸고 민족 의식을 암시하려 했다.

이동규는 <카프>의 맹원으로서 이 사회를 유산 계급과 무산 계급의 갈등 구조로 파악한 사회 의식을 가졌고 또한 역사도 그렇게 발전해 왔다는 유물론적 역사관을 가졌지만 <대각간 김유신>에서는 그 같은 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신라 통일의 역사를 유물사관으로 해석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카프 맹원들이 순수 문학파들과 달리 역사적 현실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신라 통일의 역사에 대해서도 재평가의 안목이 조금쯤은 달랐어야 옳다. 유물사관에서 말하듯이 역사가 유산 계급과 무산 계급의 갈등 속에서 변증법적인 정반합의 발전 과정을 더듬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삼국유사>나 <삼국사기>나 기타 모든 기록들이 주로 승자 중심으로 엮어지고 패자의 진실은 은폐되었으리라는 것쯤은 상상했을 만한 일이다. 다시 말해서 김유신이란 인물에 대하여 전설로 남은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그 같은 지배 계급에 대한 절대적 복종과 함께 힘있는 자에 대한 외경(畏敬) 의식이 창출해 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소설이란, 당대에 불가능했던 비판이 그 후 그 권력의 직접적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고 시간적으로 너무 가까운 근시성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김유신의 경우처럼 과거의 역사 속에서 이미 어떤 이미지가 고정된 인물일수록 작가가 해야 될 작업의 규모는 커지는 셈이며 그만큼 흥미 있는 역사 의식의 제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동규의 <대각간 김유신>은 좋은 소재를 좀더 훌륭한 문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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