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정설화
황금정설화
우물 명당에 자신을 묻어 달라는 아버지의 유언과 관련된 설화. 풍수전설의 하나로, ‘우물 명당 이야기’라고도 한다. 이 설화에는 실패형과 성공형이 있다. 실패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버지가 우물 명당을 말하려고 할 때 어머니가 곁에 있으므로 아들이, “쉿-여기에 남이 있습니다.”라고 하며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하여, 남(他人)으로 지목이 된 어머니를 방 밖으로 내보낸 뒤에 아버지는 동네 우물인 황금정에 자기 목을 묻어 달라고 유언을 하고 죽는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가면 아버지의 두상(頭上)은 소가 되어서 승천을 하고, 그러면 그 집은 발복(發福)을 할 것인데, 이 비밀을 엿들은 어머니가 후에 아들과 불화(不和)하자, 우물에 제 아비를 묻은 아들의 소행을 폭로하여 실패로 돌아간다.
농경사회에서 소가 되는 명당은 부자가 되고 출세하고 조상을 숭배하는 자손이 계속 태어난다는 곳이다. 그런데 동네 우물이나 동네 샘은 공용으로 이를 사사로이 사용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므로 자연히 비밀이 탄로가 나는데, 그 발설자가 가장 가까운 식구인 어머니였다는 점이 한 가문과 한 사회의 갈등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 설화에서 ‘여자는 돌아누우면 남이다.’, ‘여자는 남이다.’, ‘어머니는 타성(他姓)받이다.’, ‘여자에게 비밀은 없다.’는 속담과 속신이 유래하였다고도 전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반드시 비난만을 받을 위치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으나 어머니를 통한 비밀 누설로 이 설화는 실패로 된 것이다.
성공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버지가 큰아들과 둘째 아들에게 우물 명당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하자 거절당하였으나 막내아들은 부명(父命)에 절대 순종을 해야 한다는 효심에서 기어이 아버지의 두상을 비밀리에 우물 명당에 묻고는 이내 집을 떠나서 정처없이 길을 가게 된다.
막내아들은 길을 가다가 아직 다 죽지 아니한 공주(또는 대감의 딸)를 무덤 또는 초분(草墳)에서 만나 밤에 부부의 인연을 맺은 후에 공주의 편지를 가지고 궁중에 들어가서 부마(또는 양반의 사위) 노릇을 하면서 공주가 환생하여 인간 세계로 돌아오는 기간(백일)을 기다려서 부마가 된다.
다른 이야기로는 대국의 천자, 또는 왕이 되기도 한다. 죽은 여자가 대감의 딸일 때는 대감의 사위가 되어서 출세를 한다. 민담에서는 보물을 얻어 부자가 되었다고도 한다. 또한 아버지의 시신을 묻는 곳은 우물 명당 대신에 위험한 폭포수 속이거나 폭포수 뒤의 동굴이기도 하고 강 건너 바위 밑이기도 하다.
이 명당설화는 물을 이겨야 하는 위험이 있고, 어지간한 효성이 아니면 실천을 하기 어렵고, 아버지의 유언을 조금도 의심해서는 안 되며, 명당을 쓴 후 보상에 대한 자신을 할 수 없는 등 많은 난관이 내포된 전설로서, ‘자식의 도리’가 어떠해야 되는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수화(水火)라도 무릅쓰고 아버지의 명을 지켜야 하는 자식의 도리와, 그러면 지극한 복을 받는다는 인과가 윤리를 배경으로 존재하는 한국인의 심성이 잘 드러나는 것이다.
이때 황금정은 자식이 실천할 어려운 효행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같은 실패형과 성공형이 제시하는 바를 통해서 효도·공익·출세·가족 등을 절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참고문헌≫ 全北民譚(崔來沃, 螢雪出版社, 1979),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