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怨靈)설화
원령(怨靈)설화
원령, 즉 원한을 품고 죽은 영혼이 등장하는 설화. 이 원한이라는 것은 생전에 지녔던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로 죽어 간 영혼처럼 비교적 소극적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씻기 어려운 원한을 품고 죽어 간 영혼의 경우처럼 매우 적극적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느 경우이든 원령은 사령(死靈)을 뜻하게 된다. 그런데 이 원령은 일반 영혼이 지닌 속성을 따라 불가시적(不可視的)이면서도 유형적(有形的)이라는 민간신앙적 준수성으로, 다시 원령이 지닌 특수성이 가중 작용하여 이에 대한 가외성(可畏性)은 퍽 강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원령은 어떤 원한을 품고 떠도는 영(靈)이므로 그 행동 세계의 무제한함과 불가항력적인 힘의 절대성에 기인하여 민간신앙적 강점을 지니고, 오히려 그 원령의 비위에 거슬림으로써 초래될지도 모를 재앙을 면하고자 여러 형태의 주술적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원령이 지니고 있는 원과 한을 풀어 주기 위하여 갖은 애를 쓰며, 그것을 풀게 된 원령은 이미 원과 한을 씻어 버린, 소망을 뒤늦게나마 이룬, 이제는 정상적인 영혼으로서 복원된 것으로 믿고 있다.
이리하여 이른바 시간적인 경과에 따라 조령 숭배(祖靈崇拜)라든지 또는 일반적인 영혼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정상적 영혼으로 복원시켜 주는 일이 생존인의 원령에 대한 시급한 의무인 것처럼 믿고 있다.
우리 나라에는 이러한 민간신앙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상당 수의 원령설화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범주에 드는 것으로 여겨지는 설화를 몇 가지 제시한다. ① 손돌목(손돌바람^손돌추위) 설화, ② 은산 별신당 설화, ③ 아랑계(阿娘系) 설화, ④ 안인진의 해랑당 설화이다.
①은 품은 원과 한을 제대로 풀지 못하여 원령의 성격을 그대로 계속 지니고 있는 경우이며, ②는 원령이 생존인의 꿈에 나타나 자기의 처지를 하소연하고 그것을 풀어 주니 정상적인 영혼으로 복귀하고, 그 지방을 위하여 보은하는 일까지 한다.
③은 비명횡사로 억울하게 죽은 ‘여성’이란 점이 특이하다. 이 계열의 설화는 〈장화홍련〉·〈밀양 아랑각 설화〉 등에서 찾을 수 있다. ④는 민간신앙적 비중이 두드러진 경우인데, 우리 민속에서 처녀가 결혼을 못하고 일생을 마치면 반드시 원령이 된다는 믿음이 있고, 이와 같은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민속도 발견할 수 있다.
대체로 이 설화는 민속신앙에서의 영혼관에 기반을 두고 생겨난 것으로 여겨지며, 죽은 사람일지라도 그 영혼은 생존인과 다를 바 없다는 사고 양식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유한한 생(生)으로부터 영원한 생으로의 과정으로서 거치기도 하는 영혼의 한 형태로 파악된다.
≪참고문헌≫ 阿娘型傳說(孫晉泰, 朝鮮民族說話의 硏究, 乙酉文化社, 1949), 傳承說話中心으로 본 民間信仰으로서의 怨靈小考(成耆說, 韓國口碑傳承의 硏究, 一潮閣,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