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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木馬)와 숙녀(淑女) - 박인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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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木馬)와 숙녀(淑女)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燈臺)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중략>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시작(詩作), 1955.10)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이 작품은 1950년대 후기(後期) 모더니즘 문학의 단면을 보여 준다. 6·25 전쟁이 가져다 준 삶에 대한 절망도 도시적 센티멘털리즘을 서정성 짙게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불안한 시대를 살았던 젊은 시인의 서정이, 모든 것이 떠나버린 허무의 광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우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가를 발견할 수 있다.

 성격 : 애상적, 허무적, 체념적 , 주지적

 구성 :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화자의 슬픔(111)

 절망적 현실의 체념적 수용(1225)

 인생에 대한 감상적 통찰(26320)

 제재 : 목마(木馬)

 주제 : 모든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애상과 허무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1)인생에 대한 통찰이 잘 드러난 곳의 처음과 끝 어절을 쓰고, (2)그 시적 의미를 화자의 태도와 관련하여 140-180자 정도로 상술하라.

<모범답> (1) 인생은  통속하거늘

(2) 절망감 속에서 나오는 쓰라린 독백이다. 이것은 인생이 실제 외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모든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들이 허망하게 떠나가 버린 황량한 세계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어딘가에 호소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역설이다. 그 통찰은 반성적 의미가 아니라, 체념적 태도의 다른 표현이다.

 

2. ‘목마 가 표상하는 상징적 의미를 70-100자 정도로 쓰라.

<모범답> 버지니아 울프의 비극적 생애, 불안과 절망의 시대적 슬픔, 인간의 삶과 정신을 황폐시켜 버리는 현실에서 이미 모두 떠나가 찾을 수 없는 지난 시대를 상징한다.

 

3. 이 작품에는 전쟁 후의 불안한 시대를 살며 고뇌하는 젊은이의 방황하는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화자의 절망과 불안이 퇴폐적이지 않고 오히려 감미로운 서정적 분위기로 느껴지는데, 그것은 시인의 언어에 대한 탁월한 감수성 때문이다. 그러한 이미지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부분을 찾아 쓰라.

<모범답>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4. 은 어떠한 시대를 표현한 것인지 20자 이내로 쓰라.

<모범답> 삶의 지향성을 상실한 불안과 허무의 시대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는 모든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애상을 주지적으로 노래한 시이다.

비교적 단순하게 이루어진 서두(1-11) 떠났다’, ‘떨어진다’, ‘부숴진다’, ‘죽고’, ‘버릴 때’, ‘보이지 않는다 등의 동사적 서술어의 반복에서, 있어야 할 것들을 상실한 화자의 허무와 절망을 읽을 수 있다. 시적 상징으로서의 목마는 버지니아 울프의 비극적 생애와 불안한 시대의 절망과 상실의 시대적 슬픔을 표상한다.

 

12행부터 25행까지의 두 번째 부분은 해야 한다는 당위적 요건들을 부여하면서 현실에 직면한다. 그러나 그것은 화자의 결단의 모습이나 극복 의지가 아닌, 절망적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체념에 가깝다.

 

26-32행은 마지막 부분으로 화자는 체념적 상황에 대한 반문을 제기함으로써 인생에 대한 통찰의 가능성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인생이 어떤 특별한 의미도 없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공포를 느끼거나 한탄하거나 고뇌하는가라는 감상에 머무르고 만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시는 인생에 대한 허무의 단상(斷想)들을 제시하면서도 그것들이 서로 의미 상관을 지니도록 연결되기보다는 하나의 서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 시인에게 인생이란, 분위기 이상의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닐지도 모르며, 여기에 이 시인의 허무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2 >

김수영, 김경린 등과 함께 5인 공동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한 박인환은 30년대의 김기림, 김광균을 중심으로 한 모더니즘을 계승한 50년대 후기 모더니즘의 대표적 시인이다. 후기 모더니즘은 김수영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이념적 중심이나 이론 체계가 없어 30년대 모더니즘의 발전적 계승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50년대라는 전후(戰後)의 황폐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청록파적 경향에 반발하여 전통적 서정 세계를 부정하고 새로운 모색을 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시는 시어나 시구가 지니는 각각의 의미를 분석하거나 그것들의 의미 상황을 추적하면 무엇을 뜻하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데, 그것은 초현실주의적 방법인 우연성에 의한 시어의 자유 분방한 표현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환의 이러한 언어 감각이 이 작품을 분위기로 느끼게 하는 주된 요인이며, 허무적이고 감상적인 정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후문학은 625의 비극적 체험과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 가치의 전도(顚倒)와 혼란, 문명화, 도시화에 따른 비인간화 현상의 심화 등으로 인해 개인주의적, 감상적, 허무적 경향을 띠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 나타난 허무 의식과 센티멘탈리즘 역시 전후의 정신적 황폐함과 불안 의식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모든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애상(哀想)을 노래하고 있다. 1행에서 11행까지 계속 떠났다떨어진다부서진다죽고버릴 때보이지 않는다가 연속되는 것에서 시적 자아가 마주선 허무와 절망을 읽을 수 있다. ‘목마는 내면 세계를 의식의 흐름이라는 수법으로 철저히 추구한 영국 여류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비극적 생애와 불안과 절망의 시대적 슬픔을 표상하는 것이며, ‘숙녀는 바로 버지니아 울프를 가리킨다.

 

12행부터 25행까지 서정적 자아는 작별해야 한다는 등 무엇을 해야 한다고 반복하고 있지만, 그것은 결단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절망적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체념에 가깝다.

 

26행에서 끝 행까지는 인생에 대한 통찰을 보임으로써 체념적 상황에 대해 반성하기도 하지만, 그가 삶에 대해 갖고 있는 애상적 태도를 극복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절망적 현실을 인정하고, 그 속에 안주함으로써 삶의 구원을 얻으려고 하는 허무주의자의 나약한 모습일 뿐이다.

 

정원 옆에서 자라던 소녀에서 목마를 탄 숙녀, 다시 늙은 여류 작가로 변모하면서 허무와 불안 의식을 견디지 못하고 템즈강에 투신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의 비극적 생애처럼 인생 항로의 좌표를 잃고 살아가던 박인환은 상심(傷心)한 별 불이 보이지 않는 등대와 같은 절망과 비애 속에서 한 잔의 술을 마시며 고통을 극복하려 했지만, 결국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비극적 정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3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짧은 생애를 통해 문학과 술을 벗하며 끈기있게 현대 문명의 위기와 불안 의식을 세련된 감각과 높은 지성으로 노래한 그는 우수(憂愁)의 시인으로 불리우며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3 >

625 직후의 상실감(喪失感)과 허무주의를 짙게 띤 작품. 모든 것이 부서지고 퇴색하며 떠나가는 데 대한 절망감과 애상(哀傷)이 작품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박인환은 김수영, 김경린, 조향 등과 더불어 1950년대 모더니즘 시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도시적 감수성과 현대 의식을 중시하고 전위적 기법을 실험하며 문명 비판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었다. 따라서 그들의 시는 지적(知的)인 요소와 서구적 기풍이 많다. 그런 가운데서 박인환은 가장 주정적(主情的)인 기질을 가진 인물로서 비애, 절망의 감정을 노래하는 데 치중했고, 흔히 감상주의에 빠져드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기질과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lf, 18821914)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로서 의식의 흐름에 중점을 둔 내면 묘사의 소설을 주로 썼는데 세계 제2차 대전기의 허무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강박 관념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한 인물이다. 이러한 비극적 생애의 인물을 비롯하여 목마, 보이지 않는 별, 늙어 버리는 소녀, 불빛이 보이지 않는 등대, 술병, 상심, 작별 등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작품 전체는 `퇴색하고 부서지며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비탄(悲嘆)의 노래'가 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通俗)'하다는 구절은 이러한 절망감 속에서 나오는 쓰라린 독백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인생이 실제로 외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모든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들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황량한 세계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어딘가에 호소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역설이다. 이러한 흐름을 거쳐 마침내 작품은 `내 쓰러진 술병'으로 끝을 맺는데, 이 마지막 행은 삶의 의미에 대한 그의 비관적 태도가 집약된 귀착점이라 하겠다. [해설: 김흥규]

 

 

< 감상의 길잡이 4 >

이 시는 625 직후의 지식인이 겪는 상실감과 허무감을 짙게 깔고 있는 작품이다. 모든 것이 부서지고 퇴색된 데 대한 절망감과 애상감이 작품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박인환은 정적인 기질을 가진 시인으로 비애, 절망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치중했고 흔히 센티멘탈리즘에 빠져드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 작품 역시 그의 이러한 기질과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2차 세계 대전기의 허무주의 분위기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강박 관념에 시달리다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영국의 여류 소설가)와 같은 비극적인 인물을 비롯하여 목마’, ‘보이지 않는 별’, ‘늙어 버리는 소녀’ ‘불빛이 보이지 않는 등대’, ‘술병’, ‘상심’, ‘작별 등의 시어를 구사함으로써 작품 전체가 퇴색하고 부서지며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비탄이라는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는 구절은 이러한 절망감에서 오는 독백이다. 이는 인생이 실제로 외롭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들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세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면서 무엇을 어디에 호소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역설이다. 이러한 흐름을 거쳐 시는 마침내 내 쓰러진 술병을 끝을 맺게 되는데, 이것은 삶의 의미에 대한 그의 비판적 태도가 집약적으로 나타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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