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회상(回想)의 숲 1 - 박이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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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回想)의 숲 1 - 박이도


 

작가 : 박이도(1938- ) 평북 선천 출생. 경희대 국문학과 졸업. 1959 자유신문 음성, 1962 한국일보 황제와 나가 당선되어 등단. 신춘시 68문학의 동인으로 활약. 현재 경희대 국문학과 교수.

 

그의 시는 현실의 불안한 상황 속에서 자아발견의 시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민중의 함성 속에서 그 목소리를 얻고 있는 박이도의 시는 현실적 참여의식 속에서 자아 발견을 시도하는 것이다.

 

시집으로는 회상(回想)의 숲(삼애사, 1969), 북향(北鄕)(예문관, 1969), 폭설(暴雪)(동화출판공사, 1975), 바람의 손끝이 되어(문학예술사, 1980), 불꽃놀이(문학과지성사, 1983), 안개주의보(현대문학사, 1987) 등이 있고, 선시집 빛의 형상(形象)(영언문화사, 1985)과 시론집 한국현대시와 기독교(종로서적, 1987) 등도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3연으로 된 이 시는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안타깝게 추억하고 있다. 화자의 목소리는 애틋한 그리움과 아련한 슬픔으로 젖어 있으며, 유년 시절의 추억이 낭만적인 시어와 풍경 속에 아름답게 형상화되고 있다.

 

현실의 삶이 힘겨울 때 추억은 위로와 꿈을 주며 새로운 힘을 갖게 한다. 이처럼 과거를 기억하고 반추하는 것은 현재의 삶과 어떤 의미에서든 관련을 갖는다. 이 시의 화자는 과거를 기억하는 일을 숲을 거니는 것으로 비유한다. 기억 속에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선을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다. 시인은 추상적 행위인 `회상' `'이라는 공간 이미지를 결부시킴으로써 내면 공간의 시각적인 구체성을 획득하고 있다.

 

 1연에서는 회상의 숲의 정황이 제시된다. 회상의 숲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과거의 공간이다. 과거의 시간이 훼손되지 않은 채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곳, 그러나 그 곳에는 이제 아무도 거닐지 않는다. 밤바다에 닻을 내린 목선(木船)의 꿈이 밤새도록 물결에 뒤척이다 사라져 버리듯, 내 어린 그림자의 행방 또한 아무도 모르게 되어 버린 것이다. 내 유년시절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이젠 없지만 내 기억 속에서 나의 유년은 여전히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회상의 숲 속엔 아무도 거닐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때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나만이 홀로 외롭게 거닐고 있는 것이다.

 

2연에서는 화자의 유년 시절이 회상 속에 펼쳐진다. 어린아이였던 때의 나의 모습이 참으로 순수하고도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조그만 손으로 호랑이 흉내를 내고, 볕바른 토담 밑에서 신랑각시 놀이를 하며 신방(新房)을 차리고, 자신이 태어난 집을 둘러싼 밤나무 숲속에서 동경과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 당시에 태어난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을 추억들이 과거의 시간 속에서 생생히 살아나고 있다. 과거로 가는 통로였던 회상의 숲은 여기에서 어린 시절 화자의 집 주변의 밤나무 숲과 하나로 통합된다. 시인이 회상의 거점으로 숲의 이미지를 빌어온 의도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3연은 유년의 공간인 밤나무 숲에서 화자가 어떻게 세계와 만나고 자아를 키워왔는가를 보여 준다. 이 연에는 `움트고, 빛나던, 퍼져가고, 흘러가듯, 발성하던' 등의 확산의 이미지가 많이 출현하고 있다. 새들의 노래처럼, 요단강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발성하던 내 목소리는 성장의 과정에서 넓고 큰 세계와 마주치면서 울려나온 목소리일 것이다. 처음 사랑이 싹트고 지혜를 배우던, 나를 둘러싼 세계와 수줍게 접촉하던 경이(驚異)의 순간들, 그 순수의 시간들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내 회상의 숲에서 언제까지나 빛나고 있으리라는 것이 이 시의 전언(傳言)이다. [해설: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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