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동화 규칙
자음동화 규칙에 의하여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소리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등산로'는 '등산노'로 발음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음동화 규칙의 보편성 문제를 질문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ㄹ'에 관련된 자음동화 현상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ㄹ'이 선행하는 음절 종성 'ㄱ, ㄷ, ㅂ, ㅁ, ㅇ'에 이어날 때 'ㄴ'으로 바뀌는 경우: 예, 목로 →[몽노], 몇량 →[면냥], 협력 →[혐녁], 감로 →[감노], 종로 →[종노].
(2) 'ㄴ'이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되는 경우:예, 신라 →[실라], 칼날 →[칼랄]. 규칙 (2)에 의하면 '등산로'는 '등살로'가 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요즘 발음을 보면 개인차가 있기는 하나 젊은 세대에서는 특히 어휘에서 'ㄴ+ㄹ'의 연결을[ㄴㄴ]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강한 듯합니다.
그 이유는 형태 보존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등산로'의 경우 선행 형태소 '등산'이 자립형태소로 그 뜻이 분명한데, 형태를 바꿔 '등살'로 하면 '등산'이란 의미와 거리감을 느끼기 때문에 규칙 (2)의 예외가 되면서 형태를 바꾸지 않는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등산'을 제대로 다 발음하고 나면 '등산노'가 되는데 이것은 규칙 (1)의 확대 적용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ㄴ+ㄹ'은[ㄹㄹ]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고[ㄴㄴ]으로 되는 경우도 있지만, 'ㄹ+ㄴ'에서는 언제나[ㄹ]로 동화되며[ㄴㄴ]으로 발음되는 예가 없다는 사실을 보면 역행동화가 순행동화보다 제약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표준 발음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규칙 ⑵에 대한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립니다. 예를 들어 의견란[의:견난], 임진난[임:진난], 동원령[동:원녕], 상견례[상견녜], 결단력[결딴녁], 이원론[이:원논]등을 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