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설문학/현대소설

어둠의 혼(魂) / 소설 / 해설 /김원일

송화은율 2022. 8. 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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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하고 천진한 머슴인 나는 해학적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 나의 어리석고 익살스런 행동과 말투가

어둠의 혼() / 김원일

지은이  
 
     

작가 김원일은 1942년 경남 진영 출신으로 서라벌 예대 문학 창작과를 거쳐 영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6년 매일신보 신춘 문예에 <1961년 알제리아>가 당선되고 1967 <<현대 문학>> <어둠의 축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피의 체취>(1972),<어둠의 혼>(1973),<농무 일기>(1976),<도요새에 관한 명상>(1979),<환멸을 찾아서>(1983),<마당 깊은 집>(1988),<마음의 감옥>(1990)등의 중단편과 <노을>(1978),<바람과 강>(1985),<겨울 골짜기>(1987)등의 장편을 지속적으로 상재한 바 있다.

 

그의 초기작 중,<농무 일기>는 소외된 삶의 패배와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대립적 관점에 있는 두 소년의 눈을 통하여 집요하게 추적한 작품으로,<어둠의 혼>은 광복 후 사상의 분열이 가져다 준 민족의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장편 <노을>은 육이오의 상처와 조국의 분단 문제를 오늘의 시점에서 집중적으로 추적하여 육이오 콤플렉스에 젖어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삶의 뿌리를 확인시켜 준 문제작으로 주목을 받았다.그의 초기작 속에 깃들여 있던 분단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은 이후 더욱 심화되어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도요새에 관한 명상>에서와 같이 같이 서정적인 배경과 더불어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하고,<마당 깊은 집>에서와 같이 전란에 시달리는 몇 가족의 담담한 이야기의 형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 의식이 가장 본격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 그의 장편<겨울 골짜기>

<불의 제전>일 것이다.

 

현대 문학상을 비롯한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1990년 중편 <마음의 감옥>으로 제14회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마음의 감옥>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역작으로 평가돠고 있다.소시민적 지식인인 형을 관찰로 하여,빈민 운동가인 동생의 죽음을 감동적으로 묘사함으로써,분단 상황과 현실의 모순을 적실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추가>

 

분단문제를 다룬 소설을 많이 썼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마치고 1963년 대구에서 6개월 동안 전기 내선공 견습생활도 했다. 청구대학교 국문과 3학년에 편입하여 대학신문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66년 대구매일신문사가 주최하는 매일문학상에 <1961년 알제리아>가 당선된 뒤, 이듬해 현대문학에서 주최한 제1회 장편소설공모에서 <어둠의 축제>가 준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 뒤 소설집 겨울 골짜기(1987).마당깊은 집(1989).늘 푸른 소나무(1990)를 펴내는 등 쉬지 않고 글을 썼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소시민의 속성과 분단상황에서 파생된 현실의 모순이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며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특히 소설집 어둠의 혼.노을(1987).불의 제전(1983) 등에 잘 나타나 있다. <어둠의 혼>을 계기로 해방 직후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비극과 화해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천착해 왔다. <노을>에서는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개인의 특수한 체험으로 그치지 않고, 시대와 사회가 개인의 역사와 내면에 깊은 충격을 가할 때 그 체험은 우리의 현대사적 체험으로 발전하며 그 개별성이 집단의 것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1974년 현대문학상. 1978년 한국소설문학상, 1979년 대한민국문학상과 창작문학상, 1983년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불의 제전>, <바람과 강>, <겨울 골짜기>, <마당 깊은 집>, <어둠의 혼>, <노을>, <도요새를 찾아서>, <환멸을 찾아서> 등이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성격 : 회상적 배경 : 광복 직후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된 시대

문체 : 현재형의 호흡이 급한 문체

제재 : 분단 이후 사상 대립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

주제 : 이데올로기의 허구성 고발과 비참한 삶의 극복 의지

특징 : 독백조의 문체를 통한 심리주의적 서술

출전 : 1973 <월간문학(月刊文學)>

이해와 감상(1)  
 
     

좌익 활동을 하다 경찰의 추적을 받는 갑해의 아버지는 가족을 돌보지 못해 갑해는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간다. 식량을 구하러 나간 어머니를 찾으러 나간 ''는 아버지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는 결국 사형을 당한다.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과 가족 공동체의 몰락을 보여 줌으로써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폭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린 소년이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적 상황을 전개함으로써 한국전쟁이 지닌 비극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 전쟁의 비극은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해 한 민족끼리 벌여야 했던 전쟁이라는 점에 놓여 있으며, 이것은 분단 상황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현실에서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지은이는 어린아이의 시점을 택함으로써 사상적 문제에 대한 언급은 회피한 채, 이데올로기 대립이 야기한 한 가정의 파괴와 한 소년의 정신적 성장 과정을 그림으로써 그 비극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서술된 소년의 내면 세계는 지나치게 솔직할 정도로 '배고픔'이라는 절대적인 빈곤의 상태에 대한 서술과 '수수께끼'로 압축된 아버지에 대한 의문이 겹쳐지면서 당대 사회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이해와 감상(2)  
 
     

<어둠의 혼>은 분단 문제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1970년대 이후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소위 '분단 문학'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소설들은 대개 한국 전쟁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대립 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된 가족 구조의 파괴와 혈연 의식의 훼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둠의 혼> 이외에도 윤흥길의 <장마>,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등은 분단 이데올로기의 해체와 아울러 훼손된 민족 동질성을 혈연 구조의 재구성을 통해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 준다. 이런 유형의 문학은 회상적 진술, 시점의 이중성, 이데올로기의 영향밖에 존재했던 소년 시대의 관점을 동원하는 소설적 장치를 마련하는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이 같은 분단 문제에 대한 접근법은 혈연 의식이라는 것 자체가 갖는 심리주의적 속성으로 인하여,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명확한 재인식보다는 과거에 대한 응시와 화해를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을 띤다.

 

이 작품은 빨치산을 아버지로 둔 어린 소년을 화자로 설정하여, 광복 직후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상황을 치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념간의 갈등과 혼란의 와중에서 아버지의 삶과 행동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을 통해,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던 당대 지식인들의 행동에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물기 맑은 풀잎에서 폴짝 뛰어오르는 한 마리의 청개구리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중략)

아버지는 말했다.

"그렇지 죽는 날까지 매일 뛰지."

"참 불쌍한 놈이네요?"

"아냐 자기가 뛰고 싶어 뛰니깐."

"왜 뛸까요?"

"그건 아버지도 몰라."

 

이처럼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이념의 갈등을 서술한다는 것은, 곧 이념의 문제를 가족적인 상황 안에만 국한시켜 다룬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상황 묘사에 있어 사실성이 강조됨으로써 그 상황에 대한 심정적인 호소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소설적 장치는 이데올로기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를 작가가 직접 거론할 필요성을 없애주며, 이데올로기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가치 판단을 유보시킬 수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의 이야기를 저녁 한나절의 시간으로 압축하여 현재형의 문장으로 서술함으로써,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그 비극성의 핵심에 놓여 있는 아버지의 죽음과, 이를 지켜보는 소년의 내면의 추이를 더욱 생생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소년 갑해의 아버지는 고학으로 일본 유학을 갔다 대학을 중퇴한 뒤, 사상을 전향하여, 광복 후 좌익으로 경도된 인텔리이다. 그는 한때 야학당을 벌여 계몽 사업에 몸을 바치기도 했던 민족주의자이다. 그러나 광복 이후 좌우익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 1948년 남로당 폭동에 연루되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쫓기는 요주의(要注意) 인물이 된다. 그리하여 가족의 생활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되고, 도망 다니는 남편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이 호구에만 급급한 어머 니는 백치인 누이와 알찬 여동생 등 가족들을 거느리고 생계를 도맡지만 가족들은 늘 굶주림에 허덕일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학자풍의 이모부와 식당을 경영하는 이모 덕택에 굶어죽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경찰의 추적은 더욱 집요해지면서, 아버지는 언제나 깊 은 밤중에만 잠시 왔다가 사라지곤 하며, 그때마다 어머니는 지서에 끌려갔다.

 

식량을 구하러 나갔던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갑해는 기다리다 못해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가 아버지가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결국 아버지는 사형 당하고 이모부는 갑해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보여 준다.

 

평상시 자상하고 유식한 아버지가 가족을 돌보지 않고 바람처럼 쫓겨다니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통해, 그리고 그의 무참한 죽음을 통해 이 세계의 부조리를 발견하는 내면의 격동으로 몰아지고 있다. 이 소년의 내면 세계는 색채 감각적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보라색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작품 전개면에서 소년의 의식 세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추나무 뒤편 하늘은 벌써 짙은 보라색이다. 나는 보라색을 싫어한다. 손톱에 물들이는 봉숭아물도, 닭벼슬 같은 맨드라미꽃도, 코스모스의 보라색 꽃도 다 싫다. 어머니의 젖꼭지 색깔까지도 싫다. 보라색은 어쩐지 아버지의 하는 일을 떠올리게 해 주고 어머니의 피멍든 얼굴을 생각나게 한다. 보라색은 또 말라붙은 피와 같고 깜깜해질 징조를 보이는 색깔이다. 옅은 보라에 서 짙은 보라로, 그래서 야금야금 어둠이 모든 것을 잡아먹다가 끝내 깜깜한 밤이 온다는 것은 참으로 무섭다. 이 세상에 밤이 없는 곳이 있다면 나는 늘 그곳에서 살고 싶다. 나는 빛 속에 함께 끼어 녹고 싶고, 또 빛 속에서 자고 싶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둠 속에서 총살당할 것이다.

 

이 색깔이 주는 연상은 심리적인 동기의 순서로 보아 '아버지의 하는 일' '어머니의 피멍든 얼굴'에서 시작하여 보라색의 꽃을 싫어하는 것과 어둠 및 죽음에의 공포로 번져 간다. 이 보라색은 이후 어른이 된 주인공에게 과거의 사건과 그 상처를 회상.확인시켜 주는 근원이 된다.

 

<어둠의 혼>은 궁극적으로, 가족 관계의 단절과 가난을 초래한 것이 개인의 책임이냐 시대 상황의 책임이냐 하는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이 물음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고, 소년으로 하여금 그것을 스스로 모색하게 한다. 결말부에 가서 이모부가 소년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굳이 보여준 이유도, 전쟁이라는 역사적 혼란의 이유를 묻고 그것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소년에게 남겨진 과제임을 암시하는 것이며, 전쟁 전후의 상황에 대한 단정적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는 작가 의식의 소산인 것이다.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하며 새삼 두려움에 떠는 소년의 모습은, 삶의 외경을 통하여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줄거리  
 
     

아버지가 잡혔다는 소식이 마을에 퍼진다. 아버지도 총살될 것이 뻔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나이인 갑해에게는 아버지가 죽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만 갑해에게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은 굶주림뿐이다. 그래서 쌀 한톨 생기지 않는 일에 목숨을 건 아버지의 행위는 가족을 굶주리게 했으므로 미워할 수 밖에 없다.

 

이모집에서 어머니를 만난 갑해는 지서에 붙잡혀 있는 아버지를 만나 보라는 얘기에 지서로 간다. 지서를 나오던 이모부가 뒤뜰로 데려가 아버지이 시체를 보여준다. 비로소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안 갑해는 울면서 강변으로 뛰어가 생각한다. 이모부가 자신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보게 한 것은 아마도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기를 가지고 어떤 괴로움이나 슬픔도 이겨 나가야만 한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그렇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이모부는 그 이유를 말도 않고 전쟁이 끝나기 전에 죽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봅시다

1. 소설 작품 중에는 이른바 '성장소설(이를 달리는 '교양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라는 유형에 속하는 일군 의 작품들이 있다. '성장소설'이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소설 속의 미성년 주인공이 갈등과 방황을 유발하는 어 떤 사건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된다는 식의 내용을 지닌 소설을 일컫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작 품도 성장 소설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 작품의 미성년 주인공을 정신적으로 성 숙하게 만드는 사건은 무엇이며, 주인공의 성숙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자

2.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아버지에 대해 갖는 감정의 복합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작품의 소년은 아버지에 대하여 복합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줄인다면 애증(愛憎)

3. 이념에 편향되어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버지의 행동이 야기한 것들은 무엇이었는가?

 가족들의 생계 유지의 어려움 등을 포함한 모든 고통의 문제들

4. 이모부가 ''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굳이 보여준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쟁의 고통을 겪으며 그에 따라 희생되어야만 하는 아버지의 세대를 확인하고, 전쟁이라는 역사적 혼란

 시점의 특징과 효과

-어린 시절과 6. 25를 관련시켜 전쟁과 분단의 문제를 표면하하고 있는 '어둠의 혼'은 일인칭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시점을 취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의 신뢰감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이다. 이를 통해서, 이 글에서의 사건이 남의 이야기도 아니고, 꾸며낸 이야기도 아닌, 바로 '' 자신이 겪은 실제의 이야기라는 진실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글은 일인칭 시점과 어린 시절의 체험을 유연하게 접목시키고 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전쟁의 체험과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이면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겠지만, 어린아이의 순진한 관점을 통해 아버지와 어른들의 세계를 암시적으로 서술하여 독자들의 상상력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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