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설문학/현대소설

수라도(修羅道) / 해설 / 김정한

송화은율 2022. 8. 2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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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도(修羅道) / 김정한

길잡이  
 
     

1969 <월간문예>에 발표된 중편소설. 일제하 민족적 저항 의식이 강했던 허 진사 가문의 며느리 가야 부인의 일대기이다. 그녀는 한 가문의 수난을 온몸으로 감당해 내는 인고(忍苦)의 표상이며, 불도에 귀의함으로써 굴절 많은 생애를 마감하는 한국적 여인상이다.

이해와 감상 (1)  
 
     

김정한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역사를 과거의 일로만 묻어 버리지 않고 현재와 긴밀한 관련을 맺어 보고자 했다.

둘째, 전통적인 것, 토속적인 것을 강조했다.

셋째, 독자의 기준을 도시의 지식층보다 농촌 출신의 청년들에게 두었다.

넷째, 농촌 생활에 밀착되어 있는 순수한 우리말들을 되도록 많이 찾아 쓰려고 했다.

 

󰡔수라도󰡕 역시 그의 이와 같은 문학관을 잘 반영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궤적을 형상화하는데 더 치중한다. , 오봉 선생의 대쪽 같은 기상, 가야 부인의 인고의 미덕과 효성, 불심 등 현실에 마주선 인간의 초월적 풍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민족의 수난사를 바라보고 직접 그 가운데 위치했던 가야 부인의 일대기는 그랴말로 수라도’(악귀 세계)를 헤치는 고통의 행로이다. 오봉 선생의 서릿발 같은 기상과 지절 정신(志節精神) 송죽(松竹)’으로 대표되는 우리 전통 유학의 혼을 당당히 이었고, 가야 부인의 효성 역시 그러하다. 게다가 가야 부인은 종교적 초월의 세계로 발돋움하는 영적(靈的)인 승리를 지향한다.

 

가야 부인의 초월은 현실 도피가 아닌 극복이다. 그녀는 현실을 외면한 적이 없다. 가족을 위한 살신성인에 가까운 헌신,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는 자애로움, 그리고 불의(不義)한 세력에 고초를 받으며 옥고를 마다 않는 시아버지 오봉 선생을 깍듯이 공경하여 목놓아 울 줄도 알았다.

 

이 글 앞에서 밝혔듯이 작가는 역사를 과거의 일로서만 묻어 버리지 않고 현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보고 싶다.” 했는데, 이러한 작가 정신은 외손녀 분이의 회상 속에서 가야 부인의 일생이 밝혀지는 구성으로 실천된다. , 가야 부인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일대기가 아니라 분이 세대로 이어지는 역사의 포괄적 기록이며, 새 세대의 가치관에 의해서 걸러지며 동시에 의미가 부여되는 민족 모두의 기억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 소설은 오늘을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되새길 만한 가치를 가진 사건을 재현해서 보여 준 셈이다.

이해와 감상 (2)  
 
     

이 작품은 생애의 폭이 넓고 깊었던 가야부인의 괴로운 과거와 의젓한 처신을 중심에 놓고 시댁인 허진사댁의 가족들이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 겪는 수난사를 그리고 있다. 또한 한 국 종교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 작품으로 4대에 걸친 가족의 수난사(受難史)에서 우리는 우리의 현대사를 읽을 수 있다. 죽음을 당하는 이와모도 구장의 묘사에서 외세에 기생한 친 일세력들의 말로는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작가적 양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도경 형사였 던 이와모도의 장남의 출세에서 비틀거리는 역사적 과제를 해결 못한 현대사의 파행을 묘사하 고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가족의 수난과 이에 대응하는 가야 부인과 오봉 선생의 인고, 지 절, 초월(超越)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 모임(1989),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소설}, 푸른나무

핵심 정리  
 
     

갈래 : 중편소설

배경 : 시간 - 일제 시대부터 대한민국 초기까지 공간 - 낙동강 동쪽 유역의 어느 농촌

문체 : 당당하고 강건한 문체 - 지사혼(志士魂)과 여인의 덕행을 찬양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부분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 혼합)

어조 : 당당한 어조. 친일파에 대한 적개심마저 종교적으로 승화시키는 숭고한 정신이 드러남.

주제 : 선비의 애국 지절 정신과 현모 양처의 인고의 미덕, 혹은 초월 의지

출전 : [월간문학](1969), 한국문학상 수상작

등장 인물  
 
     

가야 부인 : 주인공. 일제하의 민족 수난을 한 몸으로 겪으며 감당해 나가는, 인고와 한과 의지의 여인.

오봉 선생 : 가야 부인의 시아버지. 과묵하고 엄정하여 서릿발같이 매운 기상을 지닌 선비. 애국적 지조를 가짐

허 진사(가야부인의 시조부), 명호 양반, 시숙, 옥이, 박 서방, 막내아들 : 이들 모두는 가야 부인의 삶을

구성하고, 그녀에게 한과 설움의 동기를 만들어 준다.

이와모도 참봉 : 구장. 일제에 협력하는 친일파 앞잡이. 주민에게 피살당함. 가야 부인과 대조적인 인간형.

구 성  
 
     

발단(손녀 분이의 가야 부인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됨) : 가야 부인이 시집오던 일, 그 무렵 시조부의

고난과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

전개 : 시조부의 운명(殞命). 손아래 시숙도 31 운동에 연루되어 사망. 흔들리는 집안. 불심에 의지하는

가야 부인.

위기 : 시아버지 오봉 선생의 투옥과 사망.

절정 : 사위 박 서방이 혼인 증명서를 만들어 옥이를 구함. 박 서방과 옥이가 가야 부인의 주선으로 결혼.

결말 : 광복 후, 가문의 피폐. 가야 부인의 죽음.

줄거리  
 
     

가야 부인의 임종을 지켜 보면서 손녀 분이는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던 할머니, 훤칠한 키에 인자하던 할머니를 회상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입을 통해 들었던 할머니의 역사, 곧 허 진사 댁의 시종(始終)이 그려진다. 김해에서 시집왔다 하여 가야 부인으로 불린 할머니. ‘합방 은사금(合邦恩賜金)’도 거절한 시할아버지 허 진사는 간도로 떠나 버렸고, 시아버지 오봉 선생은 엄정하고 추상 같은 성격이지만 그녀에게는 자상했다. 남편 명호 양반은 내성적이었고, 시어머니는 집안 대소사를 며느리인 그녀에게 일임한다.

 

시집온 지 9년째 되던 해 31 만세 운동이 터지고 만주에서 야학을 하던 허 진사는 유골이 되어 돌아온다. 둘째 시숙 밀양 양반이 일경(日警)의 총에 맞아 죽고, 오봉 선생은 유생들과 어울릴 뿐이다. 시어머니는 둘째 아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불공 드리는 일에 전념한다. 그런데 가야 부인은 시집가서 죽은 고명딸을 위해서 미륵당을 짓고자 하나 유학자이신 오봉 선생의 반대에 부딪힌다. 집념의 가야 부인은 사위를 통해서 미륵당을 짓기 시작한다.

 

오봉 선생은 일제가 꾸민 한산도 사건에 연루, 투옥된다. 절개를 굽히지 않던 그는 고문에 시달린 끝에 출옥 후 사망한다. 장례를 치르고 난 가야 부인은 미륵당을 완성한다. 학병을 피해 막내아들은 도피하고, 계집종 옥이는 정신대로 끌려갈 위기에 처한다. 가야 부인은 홀아비가 된 사위와 옥이의 결혼식을 미륵당에서 치른다. 광복 후, 친일파였던 이와모도 참봉의 아들은 국회 의원이 되어 득세하고, 가야 부인의 가세(家勢)는 점점 기울어 간다. 막내아들 석이를 부르며 마침내 그녀는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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