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설문학/현대소설

무죄 증명(無罪證明) / 해설 / 김홍신

송화은율 2022. 8. 30. 18:09
반응형

무죄 증명(無罪證明) / 김홍신

지은이  
 
     

김홍신(金洪信: 1947- )

충남 논산 출생. 건국대 국문과 졸업. 1976 <현대문학> 󰡔물살󰡕, 󰡔본전 댁󰡕으로 추천 완료하고 등단. 그는 산업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깊이 있게 파헤치고자 하는 작가관을 지닌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해방 영장󰡕, 󰡔무죄 증명󰡕, 󰡔인간 시장󰡕, 󰡔바람 바람 바람󰡕, 󰡔가면의 숲󰡕, 󰡔인간 수첩󰡕 등이 있다.

핵심 정리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배경 : 정유 공장이 들어서는 어촌 암청도.

인물 : 종길 - 암청도의 어부. 현재에 만족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물.

만수 - 어부. 종길과 같은 유형의 인물.

주제 : 산업 사회에서의 큰 힘과 맞선 나약한 어촌 주민들의 저항.

이해와 감상  
 
     

산업 사회는 물질의 풍요를 낳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맛에 중독되게 하였다. 자연히 인간들은 주정적 인생관을 헌옷처럼 벗어 던지고 대신 물질적 인생관으로 갈아입었다. 그 결과 가진 자와 없는 자, 강자와 약자의 대립이 고조되었고, 많은 현대인들은 인륜에 위배되는 비리의 모순과 부조리를 서슴지 않게 되었다. 김홍신의 작가로서의 비판적 시각은 이러한 산업 사회의 모순, 갈등, 그리고 대립에 초점을 맞춘다. 󰡔무죄 증명󰡕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말하기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선 그의 작품 세계를 논하려면 그가 지극히도 현실적이라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그의 작품 전반에서 볼 수 있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항거와 이를 개혁하려는 시도로 미루어 보아 우리는 그가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작품 저변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통속적인 3류 소설로 빠져 버릴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이 미적 승화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줄 거 리  
 
     

암청도의 양식장은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주민들은 부촌(富村)을 이루며 살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암청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닷가를 끼고 정유 공장이 들어섰다. 이로 인해 바다는 오염되어 기름때가 끼고 고약한 악취마저 풍겼다. 양식장의 해태와 대합, 굴 등이 폐사하게 되어 암청도는 폐촌되다시피 하였다.

 

당국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정유공장 측에서는 폐유 수거 작업으로 오염 증거 인멸에만 급급한 채 근본적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송을 맡은 변호사는 물론 관련 공무원마저도 매수되어 정유 공장 편을 들었다. 그리하여 종길과 만수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은 투사가 되어 스스로 양식장에 폐유를 뿌리는 등 극한 대결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목구멍이나 다름없는 양식장의 오엽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으며, 또 폐유 수거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회사측의 속셈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오염 현장 보존을 위한 가엾고도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었다.

 

공장 측과 주민들의 대립과 갈등은 산업 사회와 전통적인 삶의 마찰이었다. 또한 물질적 인생관과 주정적 인생관의 대립이었다. 뿐만 아니라 공장측 조사 담당자의 과학적 사고와 지적 언어 에 대한 주민들의 정서적 행동과 감정적 언어의 대립이기도 했다.

 

국선 변호사마저도 잃어버린 암청도 주민들은 이 마을의 지주격인 최 영감의 유학 가 있는 아들 충현의 친구라는 사람의 도움을 얻어 강동호라는 유능한 변호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정유 공장측의 심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암청도 해수 오염 상태를 구석구석 조사하고 다녔다. 조사 결과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피해 상황에도 신문이나 뉴스의 기사는 극히 간략하게 그것도 하단의 몇 자 안 되는 칸만을 할애할 뿐이었다.

 

그 해 겨울, 암청도엔 엄청난 빈곤이 찾아 들고 최 영감의 곡식 창고도 비어 갔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짐을 꾸려 새로운 삶을 찾아 어디론가로 떠나갔다. 떠나는 사람 가운데는 만수도 끼어 있었다. 이 곳을 살리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해 오던 만수가 떠나는 것은 암청도를 뒤흔든 소문 때문이었다. 그것은 만수가 마을 사람 몇과 함께 공장 사람들에게 매수되어 그렇고 그렇다는 소문이었다. 그러나 만수는 아무런 대꾸나 변명 없이 빈손을 흔들며 떠났다.

 

봄이 오자, 그 동안 고향을 지키던, 몇 안 되던 마을 주민들은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정유 공장측과 재판이 벌어진 것이다. 재판날 새벽부터 주민들은 서둘러 재판장으로 갔다. 개정이 되고 재판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암청도 주민들의 승리는 굳어지는 것 같았다.

 

재판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정유 공장측의 마지작 증인으로 지난 가을 마을을 떠났던 만수가 단정히 양복을 차려 입고 한 손엔 보따리를 들고 증인석에 들어섰다. 지난 날의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마을 사람들은 모두 허탈감과 절망감에 빠진 채 만수를 응시했다. 선서를 마친 만수가 증언을 시작했다. 정유 공장측의 비리를 캐기 위해 거짓으로 그들에게 매수되었음을 실토하고, 오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그들이 한 수단과 방법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그리고 가난하다는 것이, 힘이 없다는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고 천천히 말한 만수는 들고 들어온 보따리를 풀고 입고 있던 양복을 벗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