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설문학/현대소설

무녀도(巫女圖) / 김동리 / 해설

송화은율 2022. 9. 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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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巫女圖) / 김동리 / 해설

길잡이  
 
     

1936 <중앙>에 발표된 단편소설. 범신론적(汎神論的) 사상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무녀(巫女) ‘모화가 기독교도인 아들 욱이와 갈등하다가 결국 욱이를 칼로 찔러 죽인 뒤 자신도 신이 들려 물에 빠져 죽는다는 내용. 특히, 그들의 삶이 낭이를 통해 그림으로 재현됨으로써 신비감을 더한다.

 

이해와 감상  
 
     

<1> 전형적인 액자 소설로 작중 화자인 ''가 할아버지로부터 무녀도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이야기를 다시 독자에게 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이라 한다'라는 글귀가 자주 사용된 것이나, 끝 부분에 '내가 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은 내부 이야기만으로도 훌륭한 소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내부 이야기'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줌으로써, 독자에게 이야기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흥미를 갖게 한다. 이것이 액자 소설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한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전래적 샤머니즘의 문화와 외래적 기독교 문화 사이에 잠재하는 갈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어 낸 작품이다. 즉 기독교로 대표되는 외래 문화와 무속으로 대표되는 토속 신앙 간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여 결국은 토속 신앙이 패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욱이의 죽음은 교회의 설립이라는 미래 제시적인 죽음이며 상대적으로 모화의 죽음은 외래 신앙인 기독교 사상이 퇴조할 수밖에 없다는 시대 조류를 나타내는 비극적 죽음이다. 한쪽은 승리의 죽음이요, 한쪽은 패배의 죽음이다.

 

한편 이 작품은 탐미주의적 에로티시즘이 깔려있다. 모화의 장단에 맞추어 저고리와 치마를 벗고 나체춤을 추는 낭이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는 작가가 샤머니즘의 세계를 미화하기 위하여 사용한 효과적인 무기로 보여진다. '무녀도'는 원래 <중앙>에 발표된 이래 1947년 판 단편집 무녀도에서, 1967년 판 김동리 대표작 선집에서 각각 개작(改作)되었고 1978년 장편 '을화'로 완전 개작되었다. 원작 '무녀도'에서는 욱이는 살인범이며 기독교도가 아니었다.

 

<2>

1936 5 <중앙>에 발표된 김동리의 󰡔무녀도󰡕 1947년 단편집 <무녀도>에 실리면서 많은 부분이 개작(改作)되었으며, 또한 1978년에는 󰡔을화󰡕라는 장편소설로 확장, 개작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우리의 재래적 토속 신앙인 무속(巫俗)의 세계가 변화의 충격 앞에서 쓰러져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무녀도라는 그림에 담긴 한 무녀의 삶과 죽음을 중심 제재로 한 이 작품은 소멸해 가는 것의 마지막 남은 빛에 매달려 이를 지키려는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주인공 모화의 죽음, 자식을 죽이는 행위 등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극단적인 사건들을 초월적인 힘에 의해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운명론적인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기에 핵심적 갈등인 무속과 기독교의 갈등 구조도 그 운명론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 작가의 의도는 종교적인 대립의 문제보다는 신비스럽고 운명적인 삶의 문제에 대한 탐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모화의 죽음은 기독교의 승리로 볼 수도 있으나, 오히려 그러한 승패보다는 역사의 필연적인 변화 앞에서 이에 맞서고 겨루어 보려 한 인간의 모습을 제시한 것에 이 작품의 의의가 있다. 󰡔무녀도󰡕는 시대적 배경이 불확실한 작품이다. 이는 역사적인 시간을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운명적인 삶의 보편성을 암시하려는 작가의 세계관 때문일 것이다.

 

▶『무녀도(巫女圖)󰡕의 서사 구조

 

󰠆󰠏󰠏 도입 액자 : 그림의 내력

󰠐 내부 액자(액자부) : 모자간의 갈등

󰠌󰠏󰠏 종결 액자 : 후일담

 

 

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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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이

무속 신앙 종교관의 대립 기독교 신앙

극적 갈등

비극적 결말(욱이와 모화의 죽음)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액자소설

배경 : 시간 - 개화기  공간 - 경주 부근 마을

성격 : 토속적, 샤머니즘적, 신비적

시점 : 외부 이야기 - 1인칭 관찰자 시점  내부 이야기 및 후일담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 액자 구성

주제 : 

 변화의 충격 앞에서 소멸해 가는 것을 지키려는 한 인간의 비극적인 운명

 토속 신앙과 기독교 신앙의 대립

출전 : [중앙일보](1936) 발표, 1947년 단편집 <무녀도>에 실리면서 많은 부분 개작, 1978

[을화]라는 장편으로 확장, 개작.

 

등장 인물  
 
     

모화 : 신령님만 믿고 의지하는 무녀. 기독교 수용(受容)을 반대하는 무속적, 신령적 세계관의 소유자.

욱이 : 모화의 외아들. 아비가 분명치 않은 사생아. 일찍이 모화가 절간으로 보냈으나 소식이 없다가 기독 교인이 되어 돌아와 모화와 대립하는 인물.

낭이 : 모화의 딸. 욱이와 의붓남매간이자 근친 상간의 기미가 있는 인물. 그림에 능하며 언어장애자.

 

구 성  
 
     

 도입 액자 : 무녀도의 그림 내용과 내력 소개

 발단 : 무당 모화와 딸 낭이의 인물 제시

 전개 : 욱이의 귀향과 그로 인한 갈등

 위기 : 갈등의 고조. 욱이가 모화의 칼에 찔림.

 절정 : 욱이의 죽음. 교회당이 들어섬.

  : 모화의 마지막 굿과 죽음.

 종결 액자(후일담) : 아버지가 낭이를 데려감.

 

줄거리  
 
     

서화(書畵)와 골동품을 좋아하던 의 할아버지 생존시, ‘의 집에 나그네로 들렀던 벙어리 소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남기고 간 무녀도라는 그림에 담긴 내력을 다음과 같다.

 

모든 것에 귀신이 들어 있다고 믿으며 귀신만을 섬기는 무당인 모화는 그림을 그리는 딸 낭이와 함께 경주 잡성촌(雜姓村)의 퇴락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려서 집을 나갔던 아들 욱이가 이 집에 돌아오면서부터 모화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욱이가 신봉하는 기독교와 모화가 받드는 무속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그들은 모자(母子)간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신관(神觀)과 가치관 때문에 상호(相互) 용납하지 못하며, 각각 기도와 주문으로 대결하다가 마침내 모화가 성경을 불태우게 되고, 이를 저지하려던 욱이가 칼에 찔려 죽음에까지 이른다. 그 뒤 마을에는 예배당이 들어서고 힘을 잃게 된 모화는 예기소()에서 죽은 여인의 넋을 건지는 마지막 굿판을 벌인다. 모화는 드디어 무열(巫悅)의 상태에서 춤을 추다가 물 속에 들어가 죽어 버리고, 낭이는 그를 데리러 온 아버지를 따라 어디론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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