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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 박재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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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후략>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박재삼은 전통적 서정 시인인 소월, 영랑, 목월보다도 관념적인 요소를 더 많이 걸러 내고, 애상적 한(恨)을 밑바탕으로 한 애잔하고 잔잔한 한국적 서정성을 추구한 전통시를 주로 썼다. 
이 시도 인간의 다감한 감정의 여울이 석양빛 비치는 바닷가 가을 강(江)에 임했을 때의 눈물겨운 정한(情恨)을 어린 날의 체험과 오늘의 삶에 연결시켜 형상화한 작품이다. 고유어와 사투리의 섬세한 미감을 잘 살린 시다. 시어 하나하나가 어떻게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가를 유념하도록 하자. 
▶ 성격 : 전통적 
▶ 특징 : ① 판소리나 민요조의 방언 종결 어미(-고나, -것네)로 옛스런 정감을 살림. 
② 시어의 반복과 어미 활용에 의한 울음의 점층 효과 
▶ 구성 : ① 서러움의 정서(1연) 
② 황혼녘의 풍경(2연) 
③ 서러움의 심화(3연) 
▶ 제재 : 저녁 노을이 타는 가을 강 
▶ 주제 : 인간의 본원적 사랑과 고독과 무상성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울음’이 표면적 실체와 내면적 실체를 쓰라. 
<모범답> * 표면적 실체 : 저녁 노을 
* 내면적 실체 : 전근대 한국 서민의 가난과, 인간 본원의 사랑과 고독과 무상감에서 생성된 슬픔과 한(恨)의 응어리 

2. 이 시에서 주조를 이루는 이미지를 둘로 분류하여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 한 문장으로 지적하라. 
<모범답> ‘가을 강, 눈물, 산골 물, 바다’에 이어지는 물의 이미지와 ‘가을, 햇볕, 불빛, 해질녘’에 이어지는 불의 이미지가 주조를 이루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조화되어 있다. 

3. 이 시의 분위기를 어둡고 슬프게 이끌고 있는 시어들을 지적하라. 
<모범답> 서러운, 눈물, 울음 

4. 이 시의 (1)제목에 투영된 시인의 마음을 밝히고, (2)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만한 시행을 찾아 쓰라. 
<모범답> (1) 시인의 내면에 흐르는 가늘고 애잔한 마음 
(2)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감상의 길잡이>(1) 
이 시는 제삿날을 맞아 큰집이 있는 고향을 찾아가다가 노을에 젖은 가을 강을 바라보며 슬픈 사랑의 추억을 되새기는 화자의 모습을 떠올려 준다. 잔잔한 가락을 자꾸 되씹으면 눈물도 일고, 추억이나 회고에 물러앉아 이 땅에 오래오래 굽이쳐 내린 한국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서정시다. 섬세한 뉘앙스를 풍기는 소박하고 평이한 국어와 소곤거림의 나직한 가락으로 되어 있다. 특히, ‘-고나’, ‘-것네’와 같은 어미를 사용함으로써 시조(時調)로 시작해서 시(詩)로 전환한 시인답게 현대시와 옛 노래 사이의 문체상 단절을 극복하고 여성스런 가락을 이루어 내고 있다.


그리고 이 시에서는 슬픔과 이에 연결되는 물과 불의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서러운, 눈물, 울음’ 등의 시어가 전체의 흐름을 슬픔과 한(恨)의 분위기로 이끌고 있고, ‘가을 강, 눈물, 산골 물, 바다’에 이어지는 물의 이미지와 ‘가을, 햇볕, 불빛, 해질녘’에 이어지는 불의 이미지가 서로 모순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한편, 저녁 노을이 울음으로 환치(換置)되어 있는 데에 이 시의 묘미가 있다. 그 울음의 실체는 이 시의 주제와 직결된다. 등성이에 이르렀을 때, 저녁 노을이 눈부시게 번쩍거리는 아름다운 바다가 마치 눈물이 불타고 있는 것처럼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저녁’은 ‘가을’과 함께 ‘소멸 · 종말’의 의미를 지닌다. ‘가을’과 ‘놀’은 모든 사라져 가는 것들의 슬픔을 노래하기에 알맞은 배경이다. 이 시의 울음이 시인 자신의 가난하게 자랐던 유년기 생활 체험과 전근대의 한국의 가난과 밀접하다는 것이 평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울음은 사실 가난한 우리 서민들의 생활로부터 쉽게 길어 올려지는 낱말이다.


그리고 ‘울음’의 실체를 그의 자전적(自傳的) 체험에서 찾는다면, 문학적 체험과 함께 생성된 그의 시 󰡔자연(自然)󰡕에서의 춘향(春香) 혹은, 그의 부인이나 그 변신일지도 모를 누님의 슬픔일 수도 있다. 즉, 가난하게 자랐던 생활 체험 속의 응어리와, 인간 본원의 사랑의 슬픔과 고독과 무상성(無常性)에 대한 한(恨)을 지닌 화자의 눈에 저녁 노을이 울음으로 보인 것이다. 

 


<맥락 읽기> 
1. 이 시의 글감은 무엇인가?  
☞ (노을에 물든) 가을강 

2. 작중화자는 누구입니까? 
☞ 나 

3. 화자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친구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산등성이로 걸어 가고 있고 이 때 해질녘의 붉게 타는 강물을 보았다. 

4. 화자는 어떤 심경인가? 화자의 심경을 짐작할 수 있는 시어를 찾아 생각해 보자. 
☞ 울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눈물나고나  
☞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외로움,그리움 

5. 이런 화자의 심경과 같은 빛깔의 시구를 찾아 보아라. 
☞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 눈물, 울음이 타는 가을강 (이들을 통해서 동병상련을 느낌) 

6. ‘눈물’, ‘울음’의 의미를 생각해 보아라. 
☞ 외로움,그리움,허허로움(그 결과 화자는 여리고 섬세해진 감성의 상태가 되었다) 

7. 외로움,그리움,허허로움을 걷어내는 것은 무엇인가? 
☞ 인정(2연 1행),  자연(울음이 타는 가을강) 

8. ‘가을강’의 의미가 드러난 곳은 어디입니까? 
☞  --- 3연 // --- 첫사랑의 서러움,애틋함도 사라지고 //  --- 울음(섬세하고 여린 감성,슬픔,격정,아픔)도 녹아나고 // --- 미칠 일(삶의 열정,뜨거움)하나로 // --- 바다(감정의 극복,새로운 삶의 지평,완숙함)에 다와가는 강. // --- 사랑의 기쁨과 추억,완성되지 못한 사랑의 아픔,이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가는 강. 
# 참고 : “개울물은 깊어가고 여물어 갔다.”-<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中에서>  
 가을강 - 성숙한 사랑, 열정을 잠재우며 한 단계 승화된 사랑. 

9. 3연 6행으로 미루어 화자는 가을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 
☞ 일상적 삶의 모습을 포횽하고, 열정을 잠재우며 한 단계 승화시켜 나가는 모습을 새롭게 인식함. 

10. 주제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 내면의 성숙 

#. 울음이 타는 여름강, 겨울강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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