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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 / 김소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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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 /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소월(金素月)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3음보의 율격)

성격 : 애상적. 감상적. 전통적. 격정적, 민요적

어조 : 영탄과 감탄의 격정적 어조

표현 : 자아 내면의 간절한 절규가 애절하게 표출됨, 점층법, 반복법, 영탄법

구성 :

1연 임의 부재(不在)에 대한 확인과 절망적 슬픔

2연 임의 상실로 인한 슬픔 고조와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회한

3연 삶의 의미를 상실한 허탈감

4연 이어질 수 없는 절망적 거리와 허무감

5연 임의 재생에 대한 비원(悲願)과 임에 대한 사랑의 의지

제재 : 임과의 사별(死別)

주제 : 사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과 처절한 슬픔,

특징 : 망부석의 설화를 차용한 설화적 모티프. 반복과 7.5조 3음보의 전통적 민요조의 리듬, 반복, 영탄을 동반한 강렬한 어조와 직선적 감정의 표출, 연쇄적 형식을 통한 시상의 유기적 연결(2연과 3연 사이 제외)

출전 : <진달래꽃>(1925)

 

내용 연구

초혼[(招魂)사람이 죽었을 때에,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 죽은 사람이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대고는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 서서, 북쪽을 향하여 '아무 동네 아무개 복(復)'이라고 세 번 부른다. 이 시는 이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임의 부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흩어진'의 평안북도 사투리] 이름이여![다시 만날 수 없는]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주인 없는 이름', 즉 이름에 주인이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 서술이다. 이런 논리적으로 모순된 역설적 표현이 임의 부재, 죽음의 상황을 더욱 강하게 암시한다. 죽은 임을 부르는 처절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으로 이에서 초혼 의식은 국권 상실에 대한 애절한 슬픔과 그리움의 객관적 상관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내가 죽어도 좋을 이름, 나의 죽음과 맞바꿀 수 있는 이름] - 죽은 사람의 넋을 부르는 외침

 

심중(心中 :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말[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더욱 서러운 이유 - 뜻밖의 죽음(월명사의 '제망매가'를 연상함) / 미완성의 사랑]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영탄법의 사용으로 인한 감정의 고조]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점층과 반복을 통한 정서 강조]  -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안타까움

 

붉은 해[이 시의 비감한 정조와 절망적인 느낌을 암시하는 색조]는 서산(西山) 마루[등성이가 진 지붕이나 산 등의 꼭대기]에 걸리었다.[낮과 밤의 경계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하고 있다. 임의 죽음으로 인한 화자의 허탈한 모습, 죽음과 이별의 시간]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감정이입 : 자연의 풍경이나 예술 작품 따위에 자신의 감정이나 정신을 불어넣거나, 대상으로부터 느낌을 직접 받아들여 대상과 자기가 서로 통한다고 느끼는 일][비현실적 배경으로도 볼 수 있음]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하늘(임이 있는 곳)과 가까운 곳 /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 화자의 고립감과 거리감을 의미]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 배경을 통해 시적 화자의 허탈한 모습이 나타난다. 허무적 배경을 통해 생사의 영원한 갈림길을 제시하였고 '사슴'을 통해 슬픔의 비장미(悲壯美)로 승화시켰다.] - 임의 상실로 인한 허무감

 

설움에 겹도록[감정이 동하여 억제할 수 없어]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무의미하게 하늘을 향해 스쳐 가는 모습]

하늘[임 : 죽음]과 땅[나 : 삶] 사이가 너무 넓구나.[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 땅과 하늘의 거리는 곧 서정적 자아와 임과의 거리이며,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이자, 저승과 이승의 거리이다. 그 이어질 수 없는 절망적인 거리인 허공 중으로 임을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쳐 처절하게 울려 퍼지는 것이다. 화자의 절망감의 표현]  - 삶과 죽음의 절망적인 거리와 슬픔

 

선 채로[감정에 북받쳐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다 죽어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의 전통적 모티브와 연결되어 있다. '돌'은 임의 죽음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임은 끝내 돌아와야 한다는 비원(悲願)을 품은 그리움과 한의 응결체이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이름은 존재의 속성을 정해 버리기 때문에 주술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초혼'에서 화자가 부르는 상대의 이름은 단지 상대방이 화자를 인식해 주기를 바라는, 즉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인 것이다. 일방적인 외침의 형식 속에 상대의 응답이 오기를 바라는 이 처절한 시도는 일제 강점기 내내 계속된다.]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임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서러움의 극한

 

                                                                                                                 김영미선생님 자료 제공

 

한글 파일

 시대적 상황으로 이 시가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시대에 작시되었음을 감안할 때, ‘을 부르는 애절한 통곡의 목소리는 일제에 대한 항거의 소리이며, ‘선 채로 돌이 되어도끝끝내 버릴 수 없는 민족애의 열정과 의지라고 할 수도 있다.

 

이해와 감상

 김소월(金素月)이 지은 시. 1925년 매문사(賣文社)에서 발간한 ≪진달래꽃≫에 수록되어 있다. 창작 시기는 확실하지 않으나, 그의 시세계가 어느 정도 확립된 1925년경으로 추정된다. 1연 4행씩 전(全) 5연의 형식을 지닌 시로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격앙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칫 잘못하면 단순히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 넋두리로 보아버릴 수도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게 부정적인 평가로 일관될 작품은 아니다. 우선, ‘초혼’이라는 제목이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상례의식의 한 절차인 고복의식(皐復儀式)에서 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복의식은 임종 직후 북쪽을 향하여 죽은 사람의 이름을 세번 부르는 행위로서, 죽은 사람을 재생시키려는 의지를 표현하는 부름의 의식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죽음을 확인하는 절차인 것이다.

 

 이러한 의식이 〈초혼〉의 전체적 구조에 수용되어 있다. 이 시에서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첫째 연과 둘째 연,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세 차례 부르고 있다.

 

 이것은 사랑하던 사람을 상실한 아픔이 점차로 고조되어감에 따라 님의 상실이 처음에는 개인적 차원의 것이었다가 차츰 전체나 집단의 차원으로 확대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 작품에서 소월의 율격의식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연·3연·4연의 2행과 5연의 2행에서 보이는 동량(同量) 4음(音) 3보격(步格), 2연의 1·2행과 4연의 3·4행, 5연의 1행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7·5조로 불리는 층량(層量) 3보격, 2연의 3·4행과 5연의 1행에서 나타나는 층량 2보격 등 세 유형으로서, 각각의 율격은 각 연의 어조와 정서표출에 이바지하고 있다.

 

 김소월의 시는 이와 같은 다양한 율격의 실현을 통하여 현대성을 획득하고 있으며, 〈초혼〉 역시 그 점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참고문헌≫ 韓國現代詩作品論(김용직·박철희 편, 文章社, 1981), 金素月과 그의 詩(徐廷柱, 徐廷柱全集 Ⅱ, 一志社, 1972), 素月詩의 律格的 位相(成基玉, 冠嶽語文硏究 2,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77).

 

 

이해와 감상1

  이 시에서 초혼은 '고복(皐復)'이라고도 하는 전통적인 장례 절차의 하나이다. 고복 의식은 죽은 사람을 재생시키려는 의지의 한 표현으로 혼을 불러들이는 일종의 '부름의 의식'이다. 반복되는 감탄사와 상대방을 부르는 어조가 이러한 고복 의식을 수용한 것으로, 이는 감정의 격앙 상태를 나타낸다.

 

  1연의 네 시행은 점층적인 관계로 연결되어 화자의 강렬한 감정의 폭발을 나타내고 있다. 2연은 자신의 격앙된 감정이 다소 가라앉았다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3연은 배경과 자신의 행동을 묘사하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화자의 감정이 다소 정돈되어, 자신의 위치와 행동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감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4연에서 자신의 소리가 남에게 도달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말한 다음, 5연에서 다시 임을 부르는 처절한 외침으로 끝나고 있다.

 

친해지기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가?

 

지도방법 : 이 활동은 학생들이 시에서 제시되고 있는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시적 정황을 파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시적 화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그 시의 이해에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 나름대로 시에서 파악한 시적 정황이 어떻게 형상화되어 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정서를 가질 수 있겠는가를 상상하여 발표하도록 지도한다.

 

풀이 : 3연에 나와 있듯이 이 시의 화자는 붉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린 해 질 무렵, 멀리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사랑했지만, 지금은 죽고 없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와 임과의 거리감을 드러내는 시구를 찾아보자.

 

지도방법 : 소월의 작품에서 거리감의 표출은 빈번히 볼 수 있는 현상 중의 하나이다. 이 시가 임의 부재라는 상황에서 처절히 임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점에서, 육신이 없는 임과 임을 찾는 화자 사이의 절망적 거리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시를 음미하면서 학생들이 파악하도록 지도한다.

 

풀이 :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꼼꼼히 읽기

소월 시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임과의 이별을 여성적인 한의 목소리로 노래한 것이다. 그러나 소월 시에서 가장 절창(絶唱)이라 할 수 있는 '초혼'은 세상을 떠난 임을 부르며 처절하게 한탄하는 남성의 노래이다. ()을 부르는 행위는 죽은 사람을 다시 소생(蘇生)하게 하려는 간절한 소망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설움과 소망의 극한은 마지막 연에서 '돌'로 응축되어 나타나 있다. '초혼'에서 보이는 상실의 아픔은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같은 동시대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 표면상에 드러난 의미로는 상식에 어긋나지만, 오히려 더욱 강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연을 찾아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시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표현 즉, 역설적 표현이 오히려 정서 표현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시의 특성을 학생들이 구체적인 시 구절에서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상식에 어긋난 표현을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표현이 정서 전달에 어떠한 효과를 미치는가하는 표현 효과, 왜 시인은 그러한 표현을 했을까 하는 표현 의도까지 추측해 보도록 지도한다.

 

풀이 : 1연에서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는 상식에 어긋난 서술이다. 무엇, 즉 주인이 있기에 그것을 일러 이름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름에 주인이 없다는 것은 얼핏 모순된 표현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상식에 어긋난 이러한 표현이 임의 부재라는 상황을 절실하게 체험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처절한 슬픔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한다. 죽은 임이기에 부서진 이름이요,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요, 오히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인 것이다.

 

탐구 / 문화적 전통의 수용

 

지도방법 : 어떤 시나 우연히 무의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가 있기까지의 시 형식상의 민족적 전통이라든지 정서상의 전통이 작용하고 그러한 토대 위에서 한 편의 개성적인 시가 나오는 것이다. 이 시는 사랑하는 임의 죽음에서 오는 충격과 슬픔, 허무와 좌절, 미련과 안타까움 등의 정서가 혼을 부르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 있는데, 이러한 이름 부르는 행위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 고복 의식의 문학적 수용임을 이해하게 한다. 또한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 설화에도 이 시의 화자가 지니는 설움의 극한을 표현함과 동시에 임의 상실을 상실로 보지 않으려 하는 결의를 표현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문화적 전통이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지도한다.

 

이 시에는 사랑하는 임의 죽음에서 오는 충격과 슬픔, 허무와 좌절, 미련과 안타까움 등의 정서가 혼을 부르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 상례(喪禮)의 한 절차인 고복 의식으로 보기도 한다.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 설화도 시적 화자의 설움의 극한을 표현하는 데 작용하고 있는 문화적 전통의 수용이라 할 수 있다.

 

고복 의식(皐復儀式)의 반영

 

전통적 상례(喪禮)의 한 절차인 고복 의식을 빌려 표현함.

죽은 사람을 재생시키려는 의지의 표현

떠난 영혼을 다시 불러들이는 일종의 부름의 의식

 

 

망부석 설화의 수용

 

신라 박제상의 아내 이야기, 백제의 정읍사관련 설화 등 한국인의 의식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설화임.

은 기다림과 희망, 그리고 그 좌절을 동시에 보여 줌.

응어리 진 슬픔이자 죽은 임의 소생을 비는 간절한 소망이 의 이미지에 함축되어 있음.

조지훈의 석문’, 서정주의 신부’, 김관식의 석상의 노래등도 유사함.

 

 

고복 의식(皐復儀式) : 전통적인 상례(喪禮) 절차의 하나로 근래에는 흔히 초혼(招魂)이라고 한다. ()은 죽은 사람의 흐트러진 혼을 다시 불러들인다는 뜻인데, 사람이 죽으면 생시에 가까이 있던 사람이 사자(死者)가 평소에 입던 홑두루마기나 적삼의 옷깃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는 옷의 허리 부분을 잡고 마당에 나가 마루를 향하여 복복복 모관모씨 속적삼 가져가시오.”하고 세 번 부른 다음 지붕 꼭대기에 올려놓거나 사자(死者)의 머리맡에 두었다가 시체가 나간 다음 불에 태운다.

 

2. 망부석 전설과 관련하여, 이 시에서 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말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중심 소재의 보편적 상징성에 대한 파악을 통해 근대시의 시대적 정서와 전통적 정서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우리 문화적 전통에 한 여인이 임을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아 결국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 설화가 있다. 이 시에서도 선 채로 돌이 되어도 부르리라는 결의가 나타나 있다. 이러한 태도를 드러내는 것인지도 생각해 보도록 한다.

 

풀이 : 아무리 불러도 임은 대답이 없고 그래도 돌이 되더라도 임을 부르다가 내가 죽으리라는 표현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어 버린 여인에 대한 망부석 전설과 유사하다. 임과의 이별 상황에서 임을 애타게 부르고, 기다리고, 만나고자 하는 설움과 소망의 극한이 로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은 슬픔과 한, 소망의 응결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서의 강도면에서는 다른 점도 있다. 망부석 전설에서는 그 여인의 기다림에 이유가 있으며 희망이 있다. 그러나 이 시의 화자는 죽은 이를 부르는 의식인 초혼을 통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을 염원하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라는 표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적 화자는 부르면 죽은 이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에는 이미 저승과 이승이 현격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임을 부르면서도 거기에 담긴 소생에 대한 간절한 소망은 사실 허구적인 것이다. 그래도 임의 상실을 상실로 보지 않으려는 처절한 결의가 남아 돌이 되어도 부른다. 그래서 이 초혼에서의, 돌이 되도록 부른다는 시적 화자의 행위는 더 비극적으로 보인다.

 

3. 전통적인 고복 의식과 관련하여, 이 시에서 이 같은 부름의 의식이 나타난 부분을 찾아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 역시 앞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문화적 전통이 근대 자유시에 수용되어 문학의 흐름이 단절이 아니라 연속적인 맥을 이루고 있음을 구체적 작품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극한적 상황에서 어머니라든지 연인의 이름을 부르는 사례를 통해 이름 부르기의 상징적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풀이 : 이 작품은 제목 초혼그대로 부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1연에서부터 5연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이름이여!’, ‘그 사람이여!’ 등의 호칭적 진술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그리고 망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고복 의식의 절차 역시 작품 속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직접적인 부름의 형식을 취하는 제1연의 이름이여!’, 2연의 그 사람이여!’ 및 제5연의 이름이여! 그 사람이여!’ 3회에 걸친 호칭적 진술이 그것이다.

 

시야 넓히기

 

1. 죽은 임의 혼을 부르는 이 시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바탕이 무엇인지, 일제 강점기라는 당대의 현실과 관련지어 설명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시가 창작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의해 수용의 방향이 달라지고 공감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여 작품에 대한 다양하고 심화된 해석을 지향하는 활동이다. 일제강점기라는 나라 상실의 시대에서 화자가 말하는 은 곧 나라를 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학생들이 공감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이 시에서 이 확실하게 빼앗긴 조국이라는 획일적인 해석은 삼가도록 유의한다.

 

풀이 : 이 시가 일제에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시대에 쓰여졌다는 점에서 초혼은 개인의 경험적 연인만이 아니라 작품의 구상적 표현을 위해 연인으로 심상화된 포괄적인 의미의 임으로 볼 수도 있다. 초혼의 임은 궁극적으로 소월이 갈구했던 지향적 세계의 상징으로까지 그 의미 공간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임을 부르는 애절한 통곡의 목소리는 일제에 대한 항거의 소리이며, ‘선 채로 돌이 되어도끝끝내 버릴 수 없는 민족애의 열정과 의지를 담고 있는 소리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죽은 이의 혼을 부르는 행위는 넓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2. '초혼''유리창1'은 죽음을 제재로 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에 대상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점을 말해 보자.

 

유리창 1 [격리와 만남의 이중성 : 창 안()과 밖(죽음)을 단절시키는 동시에 연결해 주는 매개체]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감정의 대위법]이 어른거린다.

열 없이[맥없이 - 자식을 잃은 상실감] 불어 서서 입김[유리창에 서린 영상[입김 자국(새의 영상) - 죽은 아이의 영상]]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사라지는 입김(날아가는 새의 영상, 아이의 영상]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죽은 아이에 대한 화자의 간절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새까만 밤[죽음의 세계]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아버지의 눈물 어린 눈에 비친 별빛], 반짝, 보석(寶石)처럼 백힌다.[눈물 암시, 시적 자아의 슬픔 집약 - 죽은 아이의 영상 [쉼표 두 개 - 슬픈 감정의 극대화(눈물박힘, 별이 박힘)]] 창 밖의 밤 풍경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죽은 아이와 만나고자 하는 화자의 행위]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모순 형용 - 역설법][감정의 대위법]

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죽음의 구체적 상황으로 아이가 폐병으로 죽었음을 암시]

아아, 늬는 산()[죽은 아이의 심상]처럼 날아갔구나![절제된 비탄의 감정] 서정적 자아의 상실감

 

- 정지용, ?유리창1?

 

죽은 아이의 영상 - 차고 슬픈 것.  물 먹은 별  산새

감정의 대위법 - ‘차고 슬픈 것   외로운 황홀한 심사감정의 대위법은 두 가지 상반된 정서가 어울려 감정 절제의 효과를 가져옴.

 

대위법(對位法) :
각각 독립하여 진행하는 많은 선율을 동시에 결합시켜 하나의 조화된 곡을 이루는 기법.
영화 따위에서, 한 화면에 다른 화면이 더해져서 통일된 한 영상을 나타내는 기법.

성격 - 상징적, 회화적

구성 :

1~3- 유리창에 비친 영상

4~6- 창밖의 밤의 영상

7~8- 외롭고 황홀한 심사

9, 10- 죽은 아이의 영상과 상실의 슬픔

제재 - 유리창에 서린 입김

주제 - 죽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특징 -

감정의 대위법 및 역설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감정을 절제함.

감각적 묘사와 비유를 통한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전달함

출전 - <조선지광> 89(1930)

 

지도방법 : 유사한 시적 체험이라 할지라도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파악하는 활동이다. 정지용의 '유리창 1'은 어두운 밤 유리창 앞에 서서 느끼는, 잃어버린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견고한 이미지로 드러낸 작품으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한 심경을 주제로 하면서도 그것을 절제된 언어와 시적 형상으로 객관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역시 사랑하는 임을 잃어버린 화자가 임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초혼'과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서의 차이를 파악하도록 지도한다. 이러한 감정 표현 방식의 차이는 일상생활(日常生活)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풀이 : '초혼''이름이여', '그 사람이여' 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처절한 심정을 간절한 부름의 형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 반해서 '유리창 1'은 유리와 같은 맑고 차가운 소재를 중심으로 해서 '차고 슬픈 것', '외로운 황홀한 심사' 따위의 감정이 대비되는 감정 대위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슬픈 감정을 과잉 노출하지 않고 엄격히 절제하여 드러내고 있다.

 

표현하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한 대상을 잃어버렸던 경험은 어떤 것인가? 그 대상이 소중했던 이유를 밝히고, 그 때의 심정을 자세히 표현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실의 경험과 그때의 심정을 함께 생각해 보고 표현해 봄으로써, 이 시의 화자가 드러내고 있는 정서를 좀 더 공감하고자 하는 의도의 활동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상태에서 크든 작든 가장 소중한 대상을 잃어버렸던 경험을 회상해 보고 그 대상이 소중했던 이유가 무엇이며 상실했을 때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글로 표현하도록 지도한다.

 

예시 답안 : 지난 1226일 나보다 두 살 어린, 같은 성당 다니던 정수란 동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버스에 치이는 사고가 났다. 한 달 간 준비해 오던 예술제를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몇 년을 같이 봉사단 활동을 해 온 그 동생이 사고가 났다는 사실에 우리 봉사단 일동은 너무나 놀라 말문이 막혔다. 특히 난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그 아이의 형과도 막역한 사이라는 사실을 넘어 어쩌면 그 아이는 내가 존경하기까지 했던 귀감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 아니 성당에서 하는 여러 일에 그 아이는 우리들 모두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매사를 그야말로 순수한 천사같이 해 온 머리에서 피를 뽑아내는 장면은 우리들로 하여금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리게 하고 말았다. 그렇게 힘들게 사경을 헤매다가 1231, 새해를 몇 시간 앞두고 심장 박동을 나타내고 있던 포물선이 직선으로 바뀌며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정수가 관에 누워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고 당일만 해도 웃으며 인사를 하던 아이가 불과 며칠 만에 향불을 사이에 두고 있다니.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였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내 곁의 정수가, 그렇게 착하고 순진했던 정수가 떠나야 했는가……. 내 볼에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난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꾹꾹 누르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정수는 하늘에서도 봉사할 사람이 필요해 일찍 데려간 것이라고. 그래서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라고. 그리고 지금 정수는 우리가 사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오늘도 하늘에서 봉사하는 정수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더 읽을거리

 

정한모, 김용직 한국현대시요람’ , 박영사,1982

임기중 편저, ‘우리의 옛노래’ , 현암사,1993

김용직, 박철희 한국현대시작품론’ , 도서출판 문장,1993

오세영, ‘김소월, 그 삶과 문학서울대학교 출판부,2000

심화 자료

고복 (皐復)

 상사(喪事)에서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들이는 의식. 초혼(招魂)이라고도 한다. 죽은 사람이 평소에 입던 웃옷을 지붕에 가지고 올라가 왼손으로 옷깃을, 오른손으로 옷의 허리를 잡고 북쪽을 향해 옷을 휘두르면서 큰 소리로 <고(皐)아무개 복! 복! 복!>이라고 길게 부른다. 옷은 가지고 내려와 시체에 덮었다가 습(襲)과 염(殮)에는 쓰지 않고, 장사 전에는 영좌(靈座)에 두었다가 장사 후에 유의(遺衣)로 쓴다. 그러나 이 초혼의례(招魂儀禮)는 지방마다 다르다. 어떤 지방에서는 채반에 밥[白飯(백반);사잣밥] 3그릇, 짚신(사잣짚신) 3켤레를 담아 대문 밖에다 놓고 여상(女喪)에는 여자가, 남상(男喪)에는 남자가 죽은 사람이 평소 입던 옷 중 남자면 두루마기, 여자면 속적삼을 가지고 마당에 서서 지붕을 보며 오른손으로 두루마기(속적삼)를 잡고 왼손으로 혼들면서 죽은 사람의 주소 성명을 말한 뒤 <복! 복! 복!> 하거나 <돌아다보고 옷이나 가져가시오!>라고 한다. 그런 다음 옷을 지붕 위에 던져 두었다가 뒤에 갖고 내려와 시체 가슴 위에 얹는다. 이 의식은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 그 몸과 혼을 다시 결합시키려는 것으로, 3번 부르는 것은 셋에 이루어지는 삼성(三成)을 뜻한다. 현재 이 풍속은 거의 사라졌다.

'초혼'의 의미

 소월 시의 주류(主流)는 임과의 이별을 여성적인 목소리로 노래한 것이다. 그러나 소월 시에서 절창(絶唱)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초혼'은 세상을 떠난 임을 애타게 부르는 남성의 노래이다. '초혼'이라는 제목에 이 시 이해의 단서가 있다. 혼을 부르는 행위는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 다시 소생하게 하려는 간절한 소망에 의한 것이다. 이 시는 이처럼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려는 전통적 고복 의식(皐復儀式)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떠난 임을 부르는 이 시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바탕은 그 시대가 국권을 상실당한, 즉 우리 민족 모두가 상실감에 젖어 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의 의미는 사랑하는 사람, 잃어버린 국권, 상실한 땅 등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 시를 비롯한 몇몇 시들에서 일제 강점기의 역사 의식과 사회 의식에 구현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시대적 상황과 시의 주제

  '초혼'은 소월의 다른 시 '옛 임을 따라 가다가 꿈깨여 탄식함이라'를 원형을 하고 있다. 부모의 강요로 마음에도 없는 시집을 갔다가 시어미의 시샘으로 죽은 여인의 이야기인 이 시에서의 여인의 비극적 운명과 서정적 자아의 애상은 '초혼'에서의 임의 상실과 그 임을 부르는 행위로 연결된다. 소월의 시에서 '임'은 국가를 상실한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임은 잃어버린 조국이며, 임을 부르는 행위는 상실된 조국을 되찾으려는 염원과 이상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역사주의적 비평) 임을 부르는 애절한 통곡의 목소리는 일제에 대한 항거의 소리이며 '선 채로 돌이 되어도' 끝끝내 버릴 수 없는 민족애의 열정과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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