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밤차 - 박팔양(필명: 김여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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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차 - 박팔양(필명: 김여수)




<감상의 길잡이> 

김여수(金麗水)라는 이름으로도 많은 시를 발표한 박팔양은 임화를 중심으로 한 단편 서사시 계열과는 달 리 서정성 짙은 프롤레타리아 시를 주로 창작하였다. 이러한 서정성은 일찌기 󰡔요람󰡕을 만들기도 하였던 시적 감수성이기도 한데, 이러한 성격에서 그는 초기 계급 문단에 관여하기도 하고 1930년대 중반 ‘구인회’에 가담하기도 한다. 


이 시는 추방당하는 유랑민의 비애를 거친 호흡과 직설적인 어법으로 노래하고 있는 작품으로, 각 연의 영탄적 표현에서 보듯 박팔양의 젊은 시절의 낭만적 어조가 짙게 배어 있다. 이 시에는, ‘숨맥힐 듯 가슴 터질 듯’한 ‘추방되는 백성’의 회한과 ‘무겁게 나려 덥힌 지리한’ 국경의 밤의 이미지가 ‘괴물’ 같은 기차의 이미지와 연관되어 식민지 현실의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주된 시어도 ‘추방’․‘고달픈’․‘헐레벌덕어리며’․‘달어난다’․‘답답한’․‘숨맥힐 듯’․‘가슴 터질 듯’․‘캄캄하고나’․‘괴로운’․‘적막한’․‘피로한’․‘무겁게’․‘나려 덥힌’ 등에서 보듯 피압박의 이미지가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어휘들이 대부분이다. 


이 시의 시적 자아는 ‘추방되는 백성’으로, 그는 ‘백성’이라는 시어에서 보듯 나 혼자만이 아닌 식민지 백성 전체를 대유한다. 그리하여 2연의 1행 ‘내 답답한 마음’은 4연 마지막 행의 ‘의지할 곳 없는 우리의 마음’으로 밤차를 타고 있는 모든 승객―모든 유랑객의 마음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들은 모두 ‘비닭이집’ 같은 오붓한 고향을 등지고 ‘도망꾼’처럼 ‘솔밭길을 빠지듯’ 정처 없는 유랑의 길을 나선 신세이다. 그들은 새로운 땅을 찾아 밤차에 몸을 실어 낯선 북방의 산하를 헤맬 것이지만, 그 어디에도 그들을 따스하게 맞아 줄 ‘아름답든 꿈’은 없으리란 것을 그들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마음은 단지 ‘숨맥힐 듯 가슴 터질 듯 몹시도 캄캄’할 뿐이다. 모두 피곤히 잠들어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말없이 울고 있을 뿐인데, 차창에는 북국의 거친 바람이 부딪히고, ‘괴물’ 같은 밤차는 이러한 백성들의 마음에는 아랑곳없이 그저 ‘돌진’할 뿐이다.


그러나 시적 자아는 이러한 추방된 백성으로 괴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엇인가 의롭게 할 일, ‘아까울 것 없는 이 한 목숨 바칠 데’를 찾는다. 그것만이 이 괴로움에서 백성들을 깨워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추방의 원인이, ‘고향의 아름답든 꿈’이 사라지고 ‘비닭이집’ 같은 평화로운 고향이 지금은 황폐화된 것에서 보듯, 식민지 현실의 질곡에 있는 한, 시적 자아는 그러한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는 데에 한 목숨을 바치려 할 것이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서정성 짙은 프롤레타리아 시를 통한 박팔양의 작품 행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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