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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후일 / 해설 / 김소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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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소월

 성격-애상적, 민요적

 율격-3음보의 율격

 특징

  ①반어적 진술에 의존하고 잇다.

  ②반복과 변조의 기법이 돋보인다.

  ③하나의 연 속에서 과거 시제와 미래 시제가 공존하는 시제상의  모순이 나타난다.

 제재-당신

 주제-떠난 임에 대한 강한 그리움

 출전-<개벽>(1922)

 

 내용 연구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현재 임은 존재하지 않음,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만날 가능성도 없음(가정법)→미래는 현실적 미래가 아니라 관념적 미래임]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잊었노라'의 반복은 오히려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의 강조임(반어법→4연에서 확인됨) / 당신을 잊었노라고 대답하겠습니다.] - 먼 훗날 임과 만날 때의 화자의 반응

 

1연 해설 - 이 시뿐만 아니라 김소월의 다른 시에서는 가정법적 진술이 두루 쓰이는데 우리는 이것의 실증적 의미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가정법이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이야기할 때 쓰이는 어법이다. 그러므로 시 먼 후일이 가정법을 사용하고 있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건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라는 진술은 만일 당신이 언제인가 찾아오시면 그 때 나는 당신을 잊었다고 말하겠다라는 가정법으로 풀이되고 이 때 이 문맥이 가정법인 한, 임은 결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서도 만날 수 없는 임이 되는 것이다. 시인은 그가 기다리는 미래에 있어서도 임을 만날 수 없다는 비극적 상황에 빠진다. 이로부터 시인의 미래는 현실적 미래가 아니라 관념적 미래라는 사실이 자명하게 드러난다.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나무라면'의 함경도 방언]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그리워하다가 잊었노라고 대답하겠습니다 / 잊기가 정말로 어렵다는 뜻] - 임의 질책에 대한 화자의 반응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믿을 수 없으면 잊지 않겠노라] - 임의 계속되는 질책에 대한 화자의 반응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줄곧 당신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다가 / 철저하게 은폐해 온 시인의 본심(과거에도 현재에도 잊을 수 없었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반복과 변조 (먼 훗날도 잊을 수 없다) / 반어법] - 임을 잊지 못하는 화자의 애절한 마음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결정적이고 엄청난 이별 앞에서 가슴 속에 오가는 사연을 말하고 있다. 이별의 충격은 엄청나지만, 충격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이겨 내지 않고는 온전히 살아 부지할 수가 없다. 욕하고, 원망하고, 탓하고, 미워하고……. 사랑이 깊으면 깊은 만큼의 여러 생각이 어지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갈등이 끝나지 않을 때, 생각을 달리한다. “좋다, 다시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해라, 차디차게 잊었다고 하리라.”는 식이다.

 

 런 생각은 실상 당신을 잊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자기를 다독거려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는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점이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라는 말에서 물씬 풍겨 나온다. 그럼에도 지금 이 슬픔을 이기자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이 다시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번연히 알지만, ‘잊었노라고 말하리라는 결심이 아니고서는 지금의 갈등을 견디어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심리의 어지러운 흔들림이 이 시의 특징이다.

 1연에서 4연까지 서정적 자아는 계속해서 잊었노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잊었다는 사실의 확인이 아니라 오히려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의 강조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4연으로 해서 이 시의 그런 의도는 더욱 명백해진다.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 먼 훗날 그 때에 과거와 현재에 잊었노라’” 사무치는 그리움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임이라면, 먼 훗날 그를 잊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먼 후일의 결말은 이렇듯 임을 잊겠다는 진술로 시종일관(始終一貫)하고 있다. 이것은 표면에서 이루어진 언표(言表)가 화자의 의도와는 전혀 반대되는 경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의 가장 주된 표현 기법은 바로 반어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에서 서정적 자아가 그리워하고 있는 임은 오직 과거의 시간 속에서만 존재한다. 현재에 임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에 임을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시가 가정법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왜냐 하면 가정법은 실현 불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어법이기 때문이다. 소월 시의 주된 정조인 한()은 이렇듯 임이 오직 과거의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고 현재와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것은 미래에 임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지니고 현재의 어려움을 꿋꿋하게 견디어 나가는 한용운의 경우와는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하겠다.

 

 

 심화 자료

 

소월 시의 한()과 민요와의 관계

 소월 시의 저변에 흐르는 한()은 한민족의 심층에 깔린 정서이다. 이것은 고려속요나 시조에서 살펴볼 수 있거니와, 그 외에도 구전(口傳)하는 민요나 민담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것들이다. 여러 민요를 살펴보면 소월이 그의 시에서 노래한 이별의 한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요에 내포된 한의 정서는 특히 비기능요(非機能謠-노동요 같은 어떤 기능성을 띤 노래가 아닌 민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한국 민요의 정서가 소월 시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점은 여러 평가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김소월의 시사적(詩史的) 위치

 김소월의 시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와 민요적 율격에 밀착되어 있다. 표면에 그리움, 슬픔, () 등 비극적 사랑의 정감이 있으면서도 이면에는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성찰을 담고 있으며, 그 심층에는 험난한 역사와 현실 속에서 삶의 어려움을 참고 이겨내고자 하는 초극(超克)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참뜻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도 소월 시는 서구 편향성의 초기 시단 형성 과정에 있어서 한국적인 정감과 가락의 원형질을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민족시, 민중시의 소중한 전범(典範)이 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향토성(鄕土性) : 그의 시는 거의가 향토적인 풍물, 자연, 지명을 소재로 삼고 있다.

(2) 민요풍(民謠風) : 오랜 세월 동안 겨레의 정서 생활의 가락이 되어 온 민요조의 리듬으로 이루어졌다.

(3) 민족 정서(民族 情緖) : 시의 주제와 심상은 민족의 설움과 한()의 정서를 활용, 민족의 보편적 감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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